2003/11-12 : Global Report - 호주 / 스트리킹(streaking)을 활용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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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킹 홍보’, 파격인가 비윤리적 상술인가?
 
 
 호주
- 스트리킹(streaking)을 활용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서 구 원 | University of Wollongong 박사과정
kws63@uow.au
 

알몸으로 공공장소를 달리는 ‘스트리킹(streaking)’은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스포츠와 관련된 스트리킹은 1974년 영국에서 있었던 영국과 프랑스와의 럭비경기 중 마이클 오브라이언(Michael O’Brien)이라는 남자가 경찰 헬멧만을 쓰고 경기장을 달린 이후 영국 스포츠의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스트리킹이 스포츠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것은 아마도 스포츠가 어느 행사보다도 많은 군중을 동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 중 마크 로버츠(Mark Roberts)라는 사람은 100여 차례 이상 매스컴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스트리커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데, 그를 위한 특별한 웹사이트도 마련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인간의 노출 욕구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행해져 왔는데, 그 장소 또한 올림픽경기장을 비롯해 연예프로·골프·아이스하키·자동차 경주장, 그리고 대학교 구내까지 다양하기만 하다(이제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스트리킹에 관련된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웹사이트는 특히 다양한 소재를 원하는 광고인들의 정보욕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www.streaking. co.uk/relatednews.htm 참조). 그런데 ‘광고적으로’ 보자면 스트리킹이 기본적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트리킹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소재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는 특히 법과 도덕의 테두리 안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에 이 글은 독자들에게 스트리킹을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활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외국의 기업들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소재 개발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특이한 소재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배운다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전개한다.
참고로 캐나다에서의 판례를 보면 스트리킹은 ‘나체(nudity)’로 표현되는데, 이는 ‘실오라기 하나 없는 전라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허술하더라도 몸에 무엇인가를 걸치거나 신발을 신게 되면 나체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호주와 미국의 스트리킹을 소재로 한 사례에서도 주인공들이 알몸이지만 양말 또는 신발을 신거나 목도리를 걸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례들은 기업이 스트리커(streaker), 즉 알몸으로 달리는 사람을 ‘움직이는 빌보드(billboard)’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사례 1: 호주 보다폰(Vodafone)의 스트리킹 이벤트

이 사례는 대중매체에의 브랜드 노출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홍보 활동의 예로 볼 수도 있으며, 스포츠 이벤트에서 한바탕의 볼거리(happening)를 연출함으로써 뉴스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세일즈 프로모션의 혼합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트리커와 광고주와의 관계에서 보면 스폰서십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호주·뉴질랜드 및 영국의 언론들은 이를 앰부시 마케팅 혹은 게릴라 마케팅의 최신 사례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사보 LG Ad 2003년 1/2월 호 pp.70~73 참조).

사건의 개요
그럼 그 사건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일말의 사건은 2002년 8월 6일, 호주와 뉴질랜드 간의 럭비 결승전에서 보다폰(Vodafone) 로고를 알몸(정확히는 등과 배)에 페인트로 칠한 두 젊은 남자가 운동장에 뛰어들면서 시작되었다. 이 경기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매우 중요한 경기로서, 양국의 팬들에게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어 수십 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적은 인구를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시청률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운동장에는 약 9만 명의 관중이 운집하고 있었는데, 특히 야간경기 중이어서 스트리킹하던 젊은이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들은 단지 양말만 걸치고 빨간색의 보다폰 로고를 알몸에 새긴 채 운동장에 뛰어들어 재주넘기를 하는 등 시청자의 시선을 끌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경찰관들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물러났는데, 총 소요 시간은 약 2분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한 명의 주동자를 의도적이고 외설적인 노출 행위와 정당한 사유없이 경기장에 난입한 죄로 구속하였고, 경미한 다른 한 명은 음란죄와 경기장 난입죄로 즉심에 처했다. 이 사건 후 곧바로 이들의 스폰서인 보다폰 사장은 이 젊은이들이 홍보용 스턴트임을 인정하고,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경기의 공식 스폰서가 공교롭게도 보다폰의 라이벌이자 호주 최대의 유/무선 통신회사인 텔스트라(Telstra)였다는 점이다.
보다폰은 통신업계 3위 브랜드로, 호주 럭비팀(ARU)의 스폰서로 오랫동안 지원하고 있던 중이었다. 보다폰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회사이나(1983년 설립), 지속적으로 과감하고 파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20년 만에 세계 28개국에 지사를 두고 각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회사다. 그들의 포지셔닝은 ‘a young, progressive, and global company’로 알려져 있다.
그럼 이러한 이벤트가 준비된 과정을 살펴보자. 사건 며칠 전 호주인과 뉴질랜드인 젊은이 두 명이 보다폰의 사장을 면담했다. 그들은 평소 공격적인 보다폰에게 자신들이 경기장에서 해프닝을 벌일 테니 추후에 보상을 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이들의 제안에 보다폰은 구체적인 계획을 묻지 않은 대신 추후 금전지불을 약속하고, 마침내 카메라맨을 경기장에 배치하여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유럽에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이런 종류의 활동을 ‘GYA; Grab-Your-Attention'이라는 기법으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스턴트들은 관중들과 시청자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가장 긴박한 시간을 선택했다. 즉 뉴질랜드팀이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차려는 순간 스턴트들이 운동장에 알몸으로 난입한 것이다. 잠시 후 이들의 소동이 가라앉고 나서 경기는 계속 진행됐는데, 뉴질랜드팀은 페널티킥을 결국 골로 연결하지 못해 16 대 17, 한 점 차이로 패배를 안게 되었다. 

 

보다폰의 전략
보다폰 로고는 프라임 타임에 약 2분간 노출되었으며, 전국의 주요 텔레비전 뉴스와 일간지 보도 등을 통해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로 외국의 홍보회사들은 홍보 효과를 계산할 때 동일 시간대의 광고비와 시간을 고려하여 수치화하고 있다). 이 사건은 그 후에도 약 2개월 동안 간간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지속적으로 일반인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를 광고비로 환산하면 막대한 금액이 된다는 것이 홍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후에 보다폰에서 이 젊은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한화로 약 24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벌금은 회사가 이 젊은이들을 대신해 지불했다.
여기서 보다폰의 전략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25~29세의 젊은층이 주 고객층인 보다폰은 이들이 어떤 것이든 새로운 볼거리를 추구하며, 스트리킹과 같은 간단한 사건에 대해 오히려 호감을 가질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점점 치열해져가는 광고경쟁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그 기법이 평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마케팅 실무자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젊은층의 시선을 끌기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전통적 광고에 대한 저항층으로서, 늘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세대이며, 신문은 가끔 읽는 정도이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대중매체 광고로 시선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기도 했다.
따라서 보다폰의 이번 계획은 브랜드 전문대행사인 러브(Love)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홍보 프로그램의 일환이라 해석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사건 후 이를 진행했던 홍보대행사에서는 이번 사건이 게릴라마케팅의 새로운 흐름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또한 이 홍보대행사의 한 임원은 “보다폰 브랜드를 새긴 스트리커의 언론 노출, 그리고 존 하워드(John Howord) 호주 수상의 식사 중 관련 발언 등의 구전효과를 망라해보면 이것은 홍보 혁명”이라고 말하며, “이제 경쟁사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다른 매체와 새로운 전술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광고주 대신 광고회사들이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반응
이번 스트리킹 사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공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져 있지 않았으나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분석해 볼 때 찬성과 반대 두 가지의 견해로 비슷하게 나누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찬성하는 의견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팝스타의 경우는 비디오에서 거의 입지 않고 출연해도 괜찮은데, 누구는 자신의 ‘베스트 자산’을 매체에 내보인다고 벌금을 물어야 하는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일어나는 일이며, 더구나 공짜로 이런 일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아니냐, 조크나 유머로 보아야 한다”, “무해한(harmless) 행동인데 우리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느냐, 우리 사회가 각박해져 가고 있는 것 아니냐”, “피해자가 없는데 어떻게 범법자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들이다. 이와 반대로 어떤 이들은 “과중한 벌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단골 메뉴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튼 보다폰은 뉴질랜드팀이 한바탕의 소란 후에 있었던 페널티킥을 실축함으로써 결국 한 점차로 패배하였으므로 뉴질랜드 팬들이 자신을 비난할 것에 대비해야 했다. 이에 럭비선수의 부상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 비용으로 한화 약 7,000만 원 정도의 거액을 기증하고, 신문광고를 통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런데 약 3개월 후(11월) 보다폰 뉴질랜드는 오히려 전년 대비 판매액이 18% 증가했고, 고객의 숫자는 지난 6개월간 61,000명이 증가 하였다. 또한 전년 대비 고객 1인당 약 6%의 수익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사례 2: 나이키 샥스(Nike Shox) 스트리커 TV-CM

앞서의 사례와는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나이키 샥스의 광고 역시 스트리커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이 광고는 스트리커의 본고장 영국에서 제작되었는데, 미국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광고이다.
알몸에 검은 스카프를 두르고 나이키 신발을 신은 젊은 남자가 축구경기장을 가로질러 달리는 장면이 이 광고의 주요 내용인데, 스트리커와 경찰관의 쫓고 쫓기는 장면을 유머스러하게 그리고 있다. 스트리커의 장난스런 행동, 그리고 긴장 속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있는 관중들의 표정을 통해 스트리킹을 긴장을 풀게 하는 한 요소로 처리한 것이다.
이 광고는 나이키의 미국 광고대행사 위든 앤 케네디(Wieden & Kennedy)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스트리킹의 전통을 감안해 영국의 축구경기장을 촬영 장소로 선정했다고 한다.
특히 이 경기장은 영국 축구 팬들 중 가장 거칠기로 소문난 팀의 홈 경기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광고는 2003년 1월, 미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슈퍼볼 경기 중에 노출되었는데, <애드 에이지>지가 선정하는 1월~3월 광고 중 13위에 랭크되며, 미국 내에서 리복(Reebok)과의 공격적인 광고 경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사례들의 교훈

위의 사례들은 우리에게 크게 두 가지의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점점 치열해져가는 광고 홍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든 경쟁사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최대 목표라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수많은 광고 중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으므로 마케터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다른 매체를 개발함과 아울러 전통적인 대중매체에서도 새로운 전술 개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시사점은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한국 기업의 외국 진출도 증가하는 점과 연관지어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외국의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또는 외국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 기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예를 들었던 보다폰은 세계 최대 이동전화회사 중 하나로서, 호주에서보다도 영국에서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보다폰은 특히 최근에 한국 시장에서의 자본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몇 해 전까지 한 이동통신회사의 주주로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앰부시 마케팅 전문가들의 권유를 되새겨보며 글을 마무리한다.

“대중의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리는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들의 입맛에 맞게 현장에서 연출시킨다. 단, 해가 없어야 하며, 유머에 호소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적절하게 연출될 때 의도한 구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