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2 : Ad Review - 패션학교 'Istituto Marangoni' 인쇄광고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     패션학교 ‘Istituto Marangoni’ 인쇄광고   최 재 용 CD | CR1그룹 jychoi@lgad.lg.co.kr

“광고에 종사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높일 의무가 있다. 아트적이고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부여받은 재능(talent)에 보답하는 길이다.” 앱솔루트 보드카 캠페인을 담당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광고를 만들면서 무엇인가 다른 것을 만드려고 노력합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남들의 생각과 많이 다른, 그런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지만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말은 “아이디어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번 광고는 ‘Istituto Marangoni’라는 패션학교의 광고입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학교인데, 런던에도 학교를 만들었나 봅니다. 아이디어는, 작지만 큰 아이디어입니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의 청색 부분을 녹색으로 바꿔 이탈리아 국기색인 녹색·하얀색·빨간색의 조합으로 새로운 이탈리안식(?) 유니언 잭을 만들었습니다. 헤드라인은 ‘Italy’s Leading Fashion School. Now in London’입니다. 우리가 잡지를 넘기다 봐도 ‘어? 이게 뭐야? 영국 국기가 색이 이상하네’하면서 무슨 광고인가 관심을 가질만하니, 자국 국기에 익숙해 있는 영국 사람들의 눈길을 한번에 사로잡을 것은 분명합니다. 작은 변화를 통해 얻은 큰 아이디어가 이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선수들에게 감독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힘을 빼라”는 말입니다. 힘이 들어가면 근육이 경직되어 원하는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할 때도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 자체에 집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때 힘을 빼고 조금 다른 것을 찾으려고 하면 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을 한번쯤 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을 머리속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머리속에 넣어야 될 요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의 모든 것이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의 근육을 조금은 느슨하게, 힘을 빼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작은 변화가 가져다주는 큰 차이를 맛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