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2 : Global Report - 영국 / 유럽 패션시장의 새로운 강자, 'ZARA'의 마케팅 전략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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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고객 반응이 보름 후의 신제품으로 탄생  
 
 영국
- 유럽 패션시장의 새로운 강자, ‘ZARA’의 마케팅 전략
이 대 의 | University of Lancaster 석사과정
daram1@hotmail.com
 

유럽은 ‘패션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의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와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에는 각 패션 브랜드의 매장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밀라노나 프랑스 파리의 멋쟁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 그대로 최첨단 패션의 흐름을 미리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까다로운 유럽의 소비자들에게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스페인계 브랜드인 ‘자라(ZARA)’. 특히 패션 비즈니스 관련 저널들도 앞다투어 자라의 상승세와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에 호평을 내놓고 있다.
사실 그동안 막스 & 스펜서(Marks & Spencer)나 넥스트(Next)·탑샵(Topshop) 등과 같은 영국계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의류 회사들이 지배해온 영국 시장에서 스페인계 브랜드인 자라의 폭발적인 상승세는 아무도 예견치 못했다. 이에 자라는 자국 시장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범유럽 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북미와 아시아에까지 계속 그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실제로 일본에 8개, 말레이시아에 1개, 싱가포르에 2개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550여 개가 넘는 매장을 갖추게 되었다.
더불어 이번 글에서는 최근 패션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자라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모기업인 인디텍스(Inditex)의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세계 시장의 반응을 매일 매일 수집

‘스페인 북부의 라 꼬루냐(La Coruna)라는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자라 매장. 여성고객들은 1층에서 이번 주에 도착한 새로운 디자인의 붉은 색 탱크탑을 고르는 데 열중하고 있다. 남성들은 2층에 마련된 남성복 코너에서 마치 파리 패션쇼에서 방금 선보인 듯한 새로운 디자인의 셔츠를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다. 명품 브랜드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명품 못지 않은 디자인에 고객들은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한다. 여기에다가 매장 자체의 우아함과 그 규모는 쇼핑의 안락함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고객들 사이에서 매장 매니저는 열심히 PDA를 들고 다니며 진열대를 쳐다보면서 새로운 신상품을 주문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는 유럽의 자라 매장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인데, 여기서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다. 전통적으로 패션업계에서는 각 분기마다 한번씩 신상품을 선보이게 마련이지만, 자라의 매니저들은 매 2주마다 신상품을 주문하느라 바쁘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패션 시대에서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해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전세계의 자라의 매니저들은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해서 그때그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스페인 라 꼬루냐에 있는 본사로 전송하고, 200명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스펙을 만든다. 그리고 그 디자인은 시장정보시스템(market information system)에 저장되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라의 공장으로 전송된다. 한마디로 전세계 곳곳에 분포한 자라의 공장들이 첨단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러한 완벽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매 2주마다 새 제품을 전세계 매장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만약 새롭게 런칭한 아이템이 고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 아이템은 몇 주 내로 진열대에서 사라진다. 반대로 한 아이템이 성공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되었다면 자라의 디자이너들은 그 사실을 즉시 인지하고 비슷한 스타일의 아이템을 무수히 선보이게 된다.
이렇듯 고객들의 취향을 누구보다 먼저 반영하는 것이 바로 자라의 첫번째 경영방침인 것이다. 실제로 자라는 올해에 핑크색 남성 셔츠를 선보였지만, 유럽의 매장을 찾은 많은 남성 고객들이 보라색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는 곧바로 색상을 바꾸어 출시하기도 했다.
자라의 남성복 책임자인 호세 토레도(Jose Toledo)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셔츠를 매장에 내놓는 데까지 빠르면 2주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자랑하기도 했는데, 각 매장 매니저들이 ‘카시오피아(Cassio-peia)’라고 불리는 PDA로 수집한 각종 데이터는 이렇듯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최신 명품 스타일의 중저가 제품

자라는 여성의류 58%, 남성의류 22%, 아동의류 20% 정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0세에서 45세까지의 연령대를 겨냥하고 있다. 현재는 20대 여성의류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남성의류 분야에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퀄리티는 중상위 정도이며, 가격은 중하 정도로 다양한 제품군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자라의 매력 중의 하나가 제품은 일반 명품의 최신 스타일로 느껴지면서, 가격은 중저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요건을 갖춘 것이다.
한편 자라의 모기업인 인디텍스는 현재 스페인 패션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시장에서는 자라를 주력 브랜드로 하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패션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탄탄한 내부 경영구조를 바탕으로 현재 전세계 46개 국에 1,700여 개의 매장을 갖췄는데, 특히 뉴욕의 5번가(5th avenue), 파리의 샹젤리제(Avenue des Champs-Elysees)거리, 런던의 리젠트 스트리트, 도쿄의 시뷰야(涉谷) 등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패션 스트리트에는 인디텍스의 주요 제품 매장이 빠짐없이 들어서 있다. 그 중 자라는 전체 매장의 34%(2002/2003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디텍스의 주력 브랜드이지만, 나머지 6개의 브랜드도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디텍스 그룹이 보유한 20여 개의 자체 생산공장들은 각기 신발·아동의류 식으로 특화되어 있으며, 생산된 제품들은 인디텍스 그룹 브랜드로만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1999년을 기점으로 외부 공장에서의 위탁 생산이 더 많아졌고, 그에 따라 같은 시기에 런칭한 제품이라도 각기 생산국이 다른 걸 볼 수 있다. 이에 인디텍스 그룹의 한 담당자는 “생산공정·비용·납기일 등에 따라 전세계적의 생산공장을 탄력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기반 전략(market orientation)에
근거한 마케팅 주효

사람들은 기존의 패션업계 마케팅 틀에서 벗어난 자라의 새로운 접근 방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자라는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정형화된 마케팅 부서를 갖고 있지 않은데, 그들의 마케팅 전략은 ‘고객이 먼저이고, 그에 따라 우리가 존재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고객 데이터 시스템을 기초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want), 무엇을 필요 (needs)로 하는가의 원리에 따라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와 제품 차별화(product differentiation) 전략이 진행된다. 이에 따라 전체 회사의 마케팅 전략도 고객들의 요구가 변함에 따라 자동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자라의 성공을 가져온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자라는 마케팅 기반 전략(marketing orientation)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시장 기반 전략(market orientation)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즉 마케팅 부서에서 수립한 마케팅 전략에서 출발해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market)에게 먼저 접근한 다음 과연 고객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들은 후에 이에 순응하며 각종 전략을 수립하고 회사 전체가 그 요구에 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컨셉트는 고객 만족에 최우선의 가치를 둔다. 현재의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미래의 고객 요구까지 들어주고자 하는 것인데,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올려주는 기반이 된다고 하겠다. 또한 이러한 고객 기반(customer orientation)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자사 제품을 바꿔주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의류·액세서리·신발 같은 패션 제품들은 내구성 소비재로 인식되어졌지만, 자라는 2주 내지 4주에 신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이들을 비내구성 소비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제품의 디자인에서 판매까지의 간격을 단축시키고자 하는 ‘시간(time)’의 의미는 자라의 마케팅 전략에서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다음과 같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첫째, 매장은 한 주에도 여러 번 새로운 아이템들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로써 소비자들은 매장의 변화를 인식하고 새 제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장을 더욱 더 자주 방문하게 된다.
둘째, 소비자들로 하여금 매장에 방문한 때에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보통 의류매장의 경우 거의 한 분기 동안은 같은 제품이 그대로 진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비자의 구매 시점이 다음으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패스트패션(fast fashion) 흐름 하에서는 몇 주 후에 매장을 방문하면 예전에 보았던 물건은 다 팔리고 새 제품이 들어와 있게 되므로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서두르게 만든다.





 
셋째,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민첩하게 제품에 적용시켜 고객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다. 즉 회사는 마켓의 요구에 즉각 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넷째, ‘first price right price’정책을 확립할 수 있어 기업에게는 높은 마진을 보장하며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매장은 비록 세일기간이라 하더라도 성공적인 아이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정가에 판매할 수도 있다.
마지막 장점은 ‘시즌을 타는(seasonal factor)’패션업계의 속성과 관련된 것이다. 즉 한 아이템이 제작 공정상의 이유로 시즌 막바지에 출시되면 다음 시즌 직전까지 물건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재고 등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지만, 자라의 경우 2주~4주라는 제품 출시 주기상 시즌 막바지라고 해도 매장에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Just-in-Time Production System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자라의 마케팅 전략의 근간이자 핵심은 바로 ‘시장 정보(market information)’라 할 수 있다. 이는 자라가 후발주자이면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 가장 중요한 동력이며, 유럽 시장의 수많은 경쟁회사들이 자라의 승승장구를 그저 구경만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요소인 것이다.
그럼 자라는 시장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가?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쓰여진다. 먼저 디자인팀의 역할인데, 디자인팀은 패션쇼나 전시회 관람, 경쟁사 제품정보 파악, 전세계의 패션 스트리트 분석, 심지어 클럽이나 대학교 같은 타깃 마켓층에 대한 폭넓은 분석을 통해 정보를 구축한다. 이렇게 수집·분석된 정보들은 매우 유용하지만, 정작 더욱 더 중요한 정보들은 자라의 매장으로부터 수집된다. 자라 본사에 있는 ‘product-shop팀’은 전세계 매장의 매니저들로부터 매일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나 현재의 생생한 트렌드를 보고 받는다. 그리고 이 정보는 자동적으로 구매부서, 디자인부서, 생산부서로 넘어가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 생산에 활용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제품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면 자라는 여지없이 그 제품을 퇴출시키고 신제품으로 채워 넣는다.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제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보고 그에 쓸데없는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자라가 시장에 출시하는 아이템은 한 해에 약 1만여 개 정도(자체 자료에 따르면 1999년 1만 744개, 2000년 9,845개)에 이르고 있다.
전세계 매장들과의 순발력 넘치는 정보 교환을 통해 구현하는 ‘just-in-time production system’, 이는 경쟁사들이 결코 쉽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자라만의 차별적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맺음말


자라는 처음 영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다른 경쟁 브랜드처럼 광고 물량으로 승부하지 않았다. 그저 우연히 쇼핑몰을 지나가다, 아니면 입소문에 의해 한번쯤 호기심을 갖게 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예를 들면 매장 전면 유리 속으로 비치는 엘레강스한 느낌의 디스플레이들을 광고매체로 활용하는 방식인데, 여느 의류업체 매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게 꾸며진 매장 자체가 하나의 아웃도어 광고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차별화한 매장, 최소 2주에서 4주마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제품들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영국계 의류 그룹인 막스 & 스펜서와 좋은 비교가 된다. 90년대 말까지 맹위를 떨치던 막스 & 스펜서는 트렌드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채 현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식보다는 편안함과 스타일을 지향하는 추세를 보이는 최근의 유럽 패션시장에서 자라의 제품들은 가장 앞서가는 젊은이들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를 보며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철저하게 분석한 시장정보를 바탕으로 트렌드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