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0 : 미디어 에이전시의 오늘과 내일 - 미디어 플래닝 업무 성격 및 영역의 변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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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화로 무장한 마케팅 전략가로 변화
 
 
 미디어 에이전시의 오늘과 내일 -
2. 미디어 플래닝 업무 성격 및 영역의 변화
 
이 경 렬 |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
kylee1219@hanmail.net
 
다국적 광고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 광고주의 차별화된 매체 서비스 요구, 그리고 매체 대행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부티크의 수 증가 등에 따라 국내 광고시장에서 미디어 에이전시의 활동 공간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에이전시는 종합광고회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매체 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우면서 국내 시장의 공략을 준비하거나, 이미 독자적으로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데, 이에 대응해 기존의 국내 종합광고회사들도 매체 조직과 인력, 매체 서비스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전문인력을 보강해 조직을 확대 개편하거나, 다양한 매체전략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모델 혹은 플래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구축하는 회사들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디어 에이전시는 외견상 독립적인 운영조직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몇몇 미디어 에이전시를 제외하고는 지주회사의 광고주를 공유하는 등 독자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독립적인 생존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노하우를 지닌 미디어 에이전시의 등장은 광고시장의 세분화, 광고회사의 전문화, 매체 서비스 업무의 분화를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하여 광고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흐름과 더불어 매체 서비스의 전문화가 가속화함으로써 기존의 종합광고회사를 중심으로 한 매체기획 및 서비스 업무 관행이 상당 부분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고는 이러한 미디어 에이전시 시대 도래에 따를 미디어 플래닝의 업무 성격 및 영역의 변화를 살펴보고, 그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매체 서비스의 전문화

미디어 에이전시의 등장에 따라 매체 업무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로는 ‘서비스의 전문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종합광고회사에 속한 매체 조직은 광고기획의 일부분으로서의 매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종합광고회사의 경우 매체기획이 광고기획의 일부분으로서 AE를 거쳐 서비스되거나, 심지어 광고주가 직접 소재관리 및 예산관리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이때 미디어 플래너는 단지 광고 캠페인 초기에 매체 플랜을 기획·제안하고 게재 일정을 관리하며, 캠페인 후 효과 분석을 진행하는 단계에서만 관여하였다.
그러나 미디어 에이전시는 매체기획·구매, 그리고 R/D별로 세분화된 전문 인력, 매체조사 및 기획모델 등을 포함한 인프라를 통해 종합광고회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서비스해준다. 예를 들어 각 브랜드마다 전담 미디어 플래너를 배치하여 사전기획(pre-planning)에서부터 사후효과분석(post-buy analysis)에 이르기까지 매체 프로세스 전반을 관리해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체 집행기간 중의 GRPs 관리라든가 매체 집행 후의 효과 평가와 같은 사후관리까지 포함된다. 또한 광고 캠페인 기간 동안 정해진 매체 계획의 실행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매체 집행을 지속적으로 추적·수정·보완해주는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2) 미디어 에이전시 업무 영역의 확장

미디어 에이전시 시대에 예상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미디어 에이전시 업무 영역’의 확장을 들 수 있다. 즉 미디어 에이전시의 역할이 단순히 효율적인 매체의 선택과 구매에 국한된 광고기획의 보조적인 기능에 그치지 않고,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전략을 아우르는 전략적 기획(strategic planning)과 매체기획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역할 변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에이전시의 역할과 기능의 확대는 매체기획이 광고기획 혹은 IMC를 아우르는 전략적 기획과 종속적인 계층(hierarchy) 관계에 놓여 있다는 매체 업무의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즉 매체 업무는 광고기획 혹은 IMC 기획과 같은 전략적 기획과 분리되어서는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으며, 그들과 같은 시점에서 출발하거나 또는 최소한 크리에이티브 과정과 동시에 고려되어야 광고 캠페인이나 IMC 캠페인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폭넓은 인식에 그 배경이 있는 것이다. 특히 원스톱(one-stop)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플래닝 철학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재의 추세에서 IMC 캠페인 혹은 광고 캠페인 요소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IMC 기획(광고기획)·크리에이티브(제작), 그리고 매체기획 등을 통합한 전략적 기획 기능의 강화는 미디어 에이전시들의 불가피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마이클라이즈&베드내시(Michaelides & Bednash)·유니티(Unity)·네이키드(Naked Communications)·맨웨어링(Manwaring Partnership), 그리고 브리지웍스(Bridgeworks)와 같은 컨설팅 회사들은 이러한 광고시장의 요구와 변화를 반영이라도 하듯 전략적 기획과 매체기획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로 미디어 에이전시의 역할과 지평을 넓혀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미디어 에이전시의 조직 운영과 예산이 지주회사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 않거나, 매체 업무가 종합광고회사 조직 내에서 기획이나 제작과 명확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 업무 형태를 띠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즉 계열사 간 또는 어카운트 매니지먼트팀 내의 부서 간 인적 교류나 정보 공유를 통해 매체 업무의 분리로 인한 전략적 플래닝 기능이 약화되는 문제를 보완해 가면서 전략적 기획에 대한 광고주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미디어 에이전시 혹은 독립된 매체 부서가 모(母)회사나 지주회사들로부터 멀어질수록 전략적 플래닝 기능이 약화되는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다국적 미디어 에이전시들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소비자 조사 및 매체 조사 등과 같은 전략적 기획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WPP와 같은 거대 커뮤니케이션 그룹이 밀워드 브라운 리서치(Millward Brown Research) 및 캔터 미디어 리서치(Kantar Media research)와 같은 조사회사를 인수·합병하여 같은 계열사이자 미디어 에이전시인 마인드셰어(MindShare)가 타깃의 소비행태 및 매체 효과 등과 같은 플래닝 기초 자료를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 그 예라 할 것이다. 또한 전세계 3,500명의 직원을 둔 세계 제1위의 미디어 에이전시인 스타콤(Starcom)은 광고매체의 선택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연령·소득수준·거주지역·소비행태 등 광고주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매체 서비스뿐만 아니라 광고주가 필요로 하는 전략 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해 주고 있기도 하다.

 
 

3) 마케팅 패러다임과 매체 업무 영역의 변화

미디어 에이전시 시대의 매체 업무 성격 및 영역 변화와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매체기획은 주로 대중매체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매체가 다양해지고 대중매체만으로는 표적 시장에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대중매체 위주의 전통적인 매체기획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일대일 마케팅·데이터베이스 마케팅·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전략·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매체기획 패러다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에서는 광고 메시지를 어떻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노출시킬 것인가의 문제보다, 언제, 어느 시점에 그 메시지를 전달하며, 어떻게 전달하여야 타깃의 반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마케팅에서는 철저한 사후효과 분석(예를 들면 로그파일 분석 정보로부터 웹사이트 서핑 기록까지)을 바탕으로 특정 브랜드에 적합한 프로모션 전략을 제안하게 되는 등 미디어 에이전시의 업무 영역이 마케팅 전략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들을 통합하여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IMC 기획이 보편화됨으로써 매체기획은 광고 위주에서 벗어나 홍보·판촉·스폰서십·이벤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선영아 사랑해 캠페인’에서 보이듯이 단지 지하철광고·TV광고의 범주에서 나아가 인터넷과 이벤트의 영역까지 아우르지 않으면 IMC 전략을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효과적 구축을 위해서도 이제 매체기획은 다양한 매체의 역할을 조정·통합하여 매체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스위스 시계브랜드인 스워치(Swatch)가 도시의 고층빌딩 위에 설치한 옥외광고와 월드컵 스키 스폰서십을 통한 TV 자막광고를 활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에 성공한 것은 새로운 통합적 매체기획의 의의를 잘 말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에이전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매체 업무의 성격과 영역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요인은 바로 ‘recency planning’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cency planning은 ‘광고란 구매시점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있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특히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거나 성숙기에 접어든 유형의 제품들에게 보편화되고 있는 미디어 플래닝 철학인데, 이 recency planning의 실행이 점차 확산됨으로써 매체기획 사이클이 과거 월 단위에서 최소한 주 단위로 짧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매체기획 패러다임의 전환은 전문화·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에이전시에 대한 광고주의 니즈를 크게 증대시킬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미디어 에이전시의 등장으로 미디어 플래닝의 매체 업무 성격과 영역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며, 미디어 에이전시들은 이러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하면서 국내 매체 서비스 시장의 확대를 통한 생존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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