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04 : Creative! Creator! - 탐 카이 멩의 광고 힌트들, 그리고 그것을 깨는 이야기 책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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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Creator!_탐 카이 멩의 광고 힌트들, 그리고 그것을 깨는 이야기 책
 
  누구나 다 처음엔 미운 오리새끼였다
 
문 기 연 CD | 크리에이티브 부문
kymoon@lgad.lg.co.kr
 
2년 전인가, O&M과 Y&R의 크리에이티브·마케팅 대가들이 우리 회사를 방문해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거의 전사원이 모인 가운데 하는 아주 소중한 강의였는데, 예정된 아침 강의 시간을 감히 펑크 낸 사람이 하나 있었다. 이에 O&M 아시아퍼시픽의 마일즈 영 회장께서는 크리에이터는 세계 어디를 가도 생각이나 행동이 자유롭고, 말을 잘 듣지 않으니까 여러분이 이해하라는 식의 가벼운 농담으로 그의 태만을 비호해주었다.
그의 강의는 결국 오후로 옮겨졌는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뒤늦게 도착한 그는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뻔뻔스럽게도 강의실 분위기가 침침한 교회 같다는 둥, 동영상 시스템이 왜 구현이 안 되냐는 둥 하며 도리어 강의를 준비하던 직원들을 진땀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에 대한 예의를 한껏 차려 강의를 들으려 했던 저희들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자기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그런데 세 시간 남짓한 그의 강의가 끝났을 때 저는 그가 정말 ‘통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생활 십 년쯤 지나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 그러나 막상 그것을 남들 앞에서 쉽게 얘기해보라고 하면 버걱대는 여러 가지 크리에이티브의 기본에 관한 이야기들을, 그는 너무나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정리해주었다. 그것도 vocabulary 220 수준인 저도 알아듣기 쉬운 영어로 말이다.
탐 카이 멩. O&M 아시아퍼시픽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의 강의는 최근 몇 년 동안 들었던 여러 강의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작한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상의를 벗어 젖히고 와이셔츠 바람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쏟아놓는 그의 생각들은 전혀 군더더기가 없었다. 또한 중간 중간에 비광고전문가인 통역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으니까 통역을 중단시키고 더 알아듣기 쉽게 비주얼 위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만들었던 수 년 간의 광고물들을 같이 보면서 즉석에서 비평해준 것은 그를 시험에 들게 하려고 했던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그는 저희에게 책을 한 권씩 나누어주었다. <The Ugly Duckling>. ‘미운 오리새끼’라는 제목이었다. 왕따 당하던 미운 오리새끼가 알고 보니 잘난 백조여서 나중에 거꾸로 오리들을 왕따시켰던 안데르센의 동화 제목과 같았다. 책의 내용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수많은 ‘시술 전’의 광고 시안들이 ‘시술 후’에 아름다운 백조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말한다. “광고를 만드는 데 유일한 규칙이 하나 있다면, 세상에는 그런 규칙이란 없다는 것”이라고. 광고 쓰는 규칙을 써놓았다고 해서 종종 비난을 받아왔던 데이비드 오길비의 ‘그것은 규칙이 아니라 단지 몇 가지 힌트를 제시했을 뿐’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 책에는 오길비가 그랬던 것처럼 탐 카이 멩이 생각하는 몇 가지 크리에이티브의 힌트들이 정말 부담 없이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그 힌트, 혹은 규칙들조차도 좋은 광고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깨뜨려 버리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법칙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있는 태도, 즉 ‘광고를 더 탄탄하게, 더 날카롭게, 더 단순하게 만들어라. 또 보는 이와 관계가 있게 만들어라’라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 적혀 있는 탐 카이 멩의 생각과 각 광고에 대한 주석들은 현재 O&M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계신 정상수 상무의 <미운 오리새끼> 한글 번역본을 인용한 것이다)

사실 당신의 어머니는 물론, 세상의 누구도 당신이 만든 광고를 찾아보겠다고 잡지를 펼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광고를 싫어한다. 눈을 멈추고 광고를 읽어보려 하지 않는다. 당신이 그 광고를 만들기 위해 어떤 난관을 극복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면 오히려 당신을 비웃을 것이다). 더욱 참기 어려운 것은 사람들이 당신 같은 사람을 특별히 더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 사람들은 당신을 거짓말에, 말도 되지 않는 얘기나 지껄이는 사기성 농후한 쇼맨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인쇄광고의 기대 수명은 약 3초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의 광고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독자가 책장을 넘기지 않고 멈추도록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속임수를 쓰라는 것은 아니다. 일단 재미있어 보이고, 나와 관계가 있어 보이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된다. 충격적이거나, 엽기적이거나, 극적이거나, 아름다운 어떤 것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광고 1>, 알코올중독 방지협회가 만든 광고 비주얼. 비주얼의 완벽한 명연기라 하겠다. 독자는 유리벽을 향해 무조건 달리다가 멈추지는 않는다. 충격적인 비주얼이 독자와 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병든 간을 한 조각 보여주는 것보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설득, 혹은 결재, 결제

위의 세 가지 말 중에서 당신은 광고시안을 만들어서 광고주에게 팔러 갈 적에 어떤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가? 광고주를 ‘설득하러’ 들어간다고 하는가, 아니면 광고주에게 ‘결재 받으러’ 간다고 하는가?
그런데 어떤 광고 교과서를 봐도, 어떤 선배한테 얘기를 들어도 광고를 “결재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나도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설득’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결재(決裁)’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자가 부하직원이 제출한 안건을 허가하거나 승인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끝으로 ‘결제(決濟)’는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매매 당사자간의 거래관계를 끝맺는 것이라고 한다.
크리에이티브라는 화학작용을 거친 광고물이 무슨 어음 쪼가리 정도와 동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한 분도 안 계실 것이다. 또한 냉정하게 따져서 광고회사와 광고주의 관계가 수직선상의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부모들이 시집갈 딸들에게 해주는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 “사윗감 후보로, 절대로 트럭 운전사와 광고하는 놈들은 안 된다!” 두 직업의 공통점은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과,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사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설득의 예술’이다. 광고시안을 만들어서 광고주에 들어갈 때, 우리는 조선시대 세자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간택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주장하러 가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좋은 광고는 입을 열어서 설득하고 주장할 필요도 없다.
어느 선배의 말씀처럼 좋은 광고가 광고주에게, 또는 소비자에게 꽂히는 시간은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담을 뛰어넘은 시간보다 더 짧은 3초에 불과하기에.

좋다. 당신은 내 시선을 잡았다. 그럼 이제부터 무슨 말은 건네려고 하는가?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좀 슬프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문제에 대해 잠시 토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기형적인 광고에 대한 문제다.
그런 불쌍하고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물건들은 너무도 잘못 표현되고, 기형이고, 사생아라서 그것들이 신문에 나오게 되면 당신은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 이름하여 ‘작은 괴물’들. 그런 광고를 만든 팀은 의무감에 짓눌린 나머지 너무도 표현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온 것이다.
<광고 2>, 때로 사람들은 올바른 톤으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솔하게도 잊어버리고 만다. 특히 음식이나 개인위생용품을 광고할 때 틀린 톤으로 표현하기 쉽다. <광고 2>처럼 틀린 톤으로 말한다면 사람들을 당신의 제품에서 영원히 멀어지게 만들게 될 것이다.

집행되거나, 혹은 안 되거나

몇 년 전 덴츠(電通)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서 들었던,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의 일화이다. 순서가 먼저였던 다른 경쟁 광고회사들의 프레젠테이션이 길어지는 바람에 막상 그에게 순서가 주어졌을 때 상황은 최악이 되어 있었다. 피곤하고 지루해진 광고주 사장은 그에게 모든 내용을 십 분 안에 끝내라는 주문을 했다. ‘악, 한 시간짜리 분량인데!’
그는 앞으로 나갔다. “저는 프레젠테이션을 일 분 안에 끝내겠습니다. 앞의 회사들이 어떤 제안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사장님께서 저희가 준비한 내용을 듣지 않으시면 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결국 광고주는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주의 깊게 끝까지 경청했고, 대행사는 덴츠로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준비했던 모든 아이디어들도 거의 그대로 집행이 되었다.
어떤 광고주들은 프레젠테이션에서 날이 바짝 선 아이디어에 강한 인상을 받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집행 시점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엄청난 대패질을 가해 둥글둥글한 광고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아무리 빅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반대로 집행에만 급급하여 기형적으로 태어난 광고들은 결국은 광고주에게도 손해를 끼치고 광고를 만든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를 입힌다. ‘미역국을 먹어야 할 광고주와 광고들은 균형과 조화의 산물’이다.
광고주는 어머니이고 광고는 아기이다. 새로운 생명이 엄마의 뱃속에서 280일이라는 긴 여정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오는 바로 그 시점에서 엄마와 아기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처럼, 광고 또한 서로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서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둘 중 하나가 위험해지는 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디어가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참 쉽다. 크리에이티브 팀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며 “아, 만일 이걸 우리가 했었다면……”이라고 말하는 다음 순간에 오는 것이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어떤 것들로 이루어져있다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기는 더욱 어렵다. 마치 사랑처럼 정의 내리기 어려우나 일단 만나면 바로 알게 되는 어떤 것이다.
당신의 광고는 바로 아이디어의 힘에 따라 바로 서거나 추락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형편없는 아트디렉션이나 엉망인 사진을 극복해낼 수 있다. 그러나 멋진 아트디렉션이 멍청한 아이디어를 구해낼 수는 없다.
<광고 3>, 만세! 아이디어를 계속 더 발전시켜 끝까지 밀고 가면 이렇게 매우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된다.
‘미술작품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대게 헛소리를 하게 된다 - 파블로 피카소.’
그런데 피카소에게 좀 누가 되더라도 그림에 관해 몇 마디 해야겠다. 비주얼을 선택하는 일이야말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물론 세상에는 헤드라인이나 카피만으로 만든 광고가 많이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십중팔구 사람들의 눈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바로 이미지다.
비주얼 속에는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독자들이 놀랄만한 어떤 신호가 들어 있어야 한다. 눈길을 멈추고 볼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비주얼은 다른 어떤 도움도 필요 없이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헤드라인도, 카피도, 때로는 로고도 필요 없다. 마치 상형문자처럼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말을 건네는 것이다.

<광고 4>, 이보다 더 강력한 비주얼은 없을 듯하다. 커다란 펭귄의 죽은 모습이다.
이 두 광고는 실제로 연속광고로 집행되었는데, 아마 왼쪽 광고를 보고 난 후 이어지는 오른쪽 광고를 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헤드라인을 쓸 때의 첫 번째 과제는 헤드라인을 반드시 카피라이터가 써야 한다는 오해를 없애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그저 그런 말들이 위대한 헤드라인이 되는데, 아트디렉터는 그런 말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말을 가지고 너무 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카피를 쓰는 진정한 방법은 딱 한 가지이다. 열심히 쓰는 것이다. 한 번 쓰고, 다시 쓰고, 그것을 다시 쓴다. 정말 잘 썼다고 생각될 때까지 쓴다.


<광고 5>, 강력한 비주얼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헤드라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광고에서처럼 헤드라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는, 일단 ‘놀라게’ 해야 한다. 이 광고가 그런 것처럼.
신비의 공식, 즉 비주얼, 헤드라인 카피, 로고의 사용은 매우 당연한 습관이 되어 있어서 그 중 어떤 것을 걷어내면 어떻게 되나 보자는 간단한 단계를, 많은 크리에이티브 팀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시도를 하는 용감한 사람들만이 보상을 받아 위대한 크리에이티브로 인정받는 것이다. 마치 식물처럼, 때론 광고도 적절하게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잘 자란다. 신성불가침의 요소는 없다. 로고도 없앨 수 있다.




<광고 6>, 무슨 생각이 나십니까? 만일 우리가 바라는 대로 기네스 맥주라고 대답한다면 이 광고들은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된다. 제품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제품을 집어넣은 효과를 보았다.


<광고 7>, 옛말에 있는 것처럼,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하거나

새해에 한 광고회사로부터 아주 멋진 연하장을 받았다. 닭의 해를 맞이하여…, 어쩌고저쩌고 하는 뻔한 연하장과 달리 영문으로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 당신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신은 이미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 막 첫걸음을 내딛을 때 당신은 이내 넘어졌습니다. / 당신이 처음으로 수영을 배울 때 당신은 거의 물에 빠져 죽을 뻔했습니다. / 당신이 처음으로 야구배트를 휘둘렀을 때 당신은 공을 맞추기라도 했었나요? / 엄청난 타자들도 대부분 ‘홈런’보다는 ‘스트라이크 아웃’이 더 많습니다. /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존 크리지는 564권의 책을 내기 전까지 출판사로부터 무려 753번이나 퇴짜를 맞았습니다. / 베이브 루스는 1,330번의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지만 결국 714개의 홈런을 쳐냈습니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 오히려 당신이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세요.’

에디슨이 전구 하나를 발명하기까지 무려 1,000번이 넘는 실패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포기하지 말자. 좋은 광고에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세계적인 캠페인들 중 어떤 비주얼도, 어떤 카피도 어느 날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당신은 레이아웃을 대충 만들어 놓았다. 아니면 광고시안이 이미 팔려서 레이아웃을 잡으려 한다. 그러나 당신의 일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이 시점이 바로, 좋은 광고가 위대한 광고로 되는 시점이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가공되는 순간이다. 이 순간이 바로 기술과 애정이 임무 교대하는 순간이다.
커다란 수정이나 극적인 장식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 잘만 된다면 조금 비틀어서 생기는 아주 작고 미묘한 차이가 전체적인 효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른 글자체, 이상한 모양으로부터 만들어본 글자체, 조금 다르게 잘라본 화면이나 헤드라인에서 잘라낸 단어 등…… 세상에는 여기에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법들이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이다.
<광고 8>, 때로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는 그것을 더 확실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적이 있다. 그런데 안개 속에 잠겨 잡아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끔씩 아트디렉션에 작은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단어 몇 개를 서서 안개를 걷어내곤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광고는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여주는 수단이 아니다. 비록 목적달성을 위해 광고를 재미있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또 예술로부터 여러 가지 기법을 빌려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광고가 예술은 아니다. 광고는 누군가에게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이다. 제품을 광고하라, 우리의 능력을 광고하지 말고.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는 우리는 철저히 뒤에 숨어야 한다.
데이비드 오길비는 그 사실을 이렇게 빗대어 이야기하곤 했다 : 에스키네스가 연설을 하자 사람들은 ‘저 친구 연설을 끝내주게 하는데’라고 했다. 그러나 데모스테네스가 연설을 하자 사람들은 ‘필립 왕을 때려잡으러 가자’고 했다.
이제 솔직하게 말해보자. 당신이 이 일을 해온 이래 광고의 레이아웃에 자유의 여신상을 몇 번 정도 써보았는가? 확실하게 다섯 번 이하라면, 당신은 광고 만들기라는 게임에 있어 초보자다.
<광고 9>, 사람들이 종종 제품을 보여주기를 꺼려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결국 우리는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제품을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면 보석 같은 제품이 된다.
 
고집하거나, 혹은 타협하거나

할리우드에서 고집쟁이로 소문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을 찍을 때의 일이다. 영화를 다 찍지도 않았는데 이미 예산이 바닥이 나버렸다. 왜냐하면 감독의 고집으로 촬영날짜가 늘어나고 세트 규모가 커지면서 추가로 예산이 불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제작진을 설득해 2억 8,000만 달러라는, 당시 사상 최대의 제작비로 영화를 완성했고, 결과는 아카데미상 11개 부문 수상, 전세계적으로 11억 1,8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가져왔다.
그가 이름이 알려지기 전 <터미네이터 1>을 찍을 때에도 예산이 초과되어서 마지막 장면 촬영은 로케이션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했는데, 그만 경찰한테 발각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둘러댔다, 학생작품이라고….
탐 카이 멩은 자신이 젊은 시절에 광고작업을 하면서 일 벌이는 데 선수였다고 했다. 심의를 절대 통과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버젓이 광고주에게 제시했는가 하면, 예산이 수억 드는 안을 무조건 팔았다고도 했다. 그래서 상사로부터 핀잔도 듣고, AE들로부터도 좀 이상한(?) 크리에이터로 소문이 났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런 아이디어들이 세상에 나오면서 광고주 매출에 영향을 끼치고, 광고제에서 수상을 하다보니 오늘날 O&M 아시아퍼시픽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타협은 금물이다. 물론 진행하다보면 결국 타협해야만 하는 현실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아무런 고집이나 주장 없이 미리 타협 모드로 접근하는 것은 크리에이터로서 자격 미달이기 때문이다.
다시 전열을 정비해보자. 누구나 다 처음엔 미운 오리새끼였으니까.


대부분의 우리들에게는 다행인데, 크리에이티브 팀은 잘 생기거나 옷을 잘 입거나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들은 대개 뽑지 않는다. 그리고 타임시트를 잘 채울 능력을 갖춘 사람도 절대 뽑지 않는다. 회사는 생각을 열심히 하라고 우리를 뽑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카피나 레이아웃에 대해 떠들어대기도 전에 이미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또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거기에 창조적인 생각을 집어넣어야 한다.
광고가 날로 많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술적으로 광고를 걸러내기 때문에 그 장벽을 잘 넘어 들어갈 수 있는 대안매체를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따라서 규칙들은 이미 녹슬어가고 있다.
<광고 10>, 런던의 기차역들은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장소다. 만일 당신이 자살을 하려 한다면 이 중 어떤 광고가 당신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겠는가?


<광고 11>, 광고의 마술! 광고 면을 없애버린 어느 마술사를 위한 광고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가로등에 붙인 포스터에는 배경벽돌과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런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왔을까? 우리에게 묻지 마라.



멕시코인들은 ‘꼬호네스’라고 부른다. 투우를 하려면 이것이 많아야 한다. 포장마차를 털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매운 멕시코 음식을 먹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한다. 만일 당신이 그것들을 갖고 있지 않다면, 슬프게도 이 책은 당신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광고계에서 그리 크게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당신도 알 것이다. 배짱·담력·결단력·끈질김·용기·기질·적극성 등등, 우리 내부의 이 위대한 정신을 뭐라고 부르든 간에 그것이 바로 당신이 깨지더라도 다시 뭔가를 더 해보려고 나타나게 만들어주는 힘이다. 우리는 수줍어해서는 안 된다. 광고는 참으로 힘든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