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04 : 광고세상 보기 - 사회를 ‘해석’하는 광고, 사회를 ‘바꾸는’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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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를 ‘해석’하는 광고,
사회를 ‘바꾸는’ 광고
 
장 창 민 | 헤럴드경제신문 기자
cmjang@heraldm.com
 
광고의 스펙트럼은 정말 다양하다. 동물이나 개인 등의 한 개체에서부터, 모든 인간 군상을 아우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간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광고도 산업이기에 돈 줄기를 따라 간다. 하지만 현 세태를 반영하고, 더 나아가 우리를 따뜻하게 보듬는 역할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광고가 하나의 크리에이티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속에서 또 하나의 사회를 그리는 물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광고 사회학’이라는 말로 풀어볼 만하다.

광고, ‘가족’으로 사회를 읽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불황. 게다가 찬바람이 내내 불었던 올 겨울. 그래서 서민들은 자연스럽게 ‘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따뜻한 가정과 가족.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버텨내는 키워드인 셈이다. 춥고 힘들수록 가족에 기대는 게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TV를 보면 가족 광고가 심심찮게 보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일 게다.
모델 변정수 모녀의 일상생활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한국암웨이의 기업PR 광고는 일반인들의 안방을 따뜻하게 녹여줄 만하다. ‘예쁜 거 누구 덕분인 줄 알아?’에 이어지는 ‘엄마 덕분~’이라는 멘트. 제품이 드러나지 않아도, 또 기능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모녀의 밝고 건강한 모습이 따뜻한 가족의 이미지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이영애·이미연·김희선 등, 이른바 ‘여성 빅 모델’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아파트 광고에도 가족이 등장했다. 코오롱의 ‘하늘채’에 단란하면서도 평범한 가족이 등장한 데 이어, 대우자판건설의 이안도 새로운 컨셉트를 선보였다. 과거 김희선이 전면에 등장하던 모습과는 달리 가족이 중심이 되고 김희선은 조연 역할만 한 것이다. CJ의 기업광고는 가족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해맑은 여자아이가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라며 재롱을 부리는 사이에 ‘지상 최대의 쇼’라는 자막이 흐른다. 아이의 음정과 박자가 모두 틀렸지만 지켜보는 부모에게는 세상 어떤 콘서트보다 더 감동적이고 즐거운 무대라는 의미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요즘 광고를 보면 가족의 의미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단란한 식구가 모여 사는 가족에서, 여성 또는 독신이 강조되는 새로운 가족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G건설의 아파트 ‘자이’ 광고를 보면, 이영애가 가냘픈 몸매로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화려한 싱글’로 일컬어지는 독신자의 모습을 표현한 셈이다.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광고는 실패했겠지만, 이 광고를 보는 많은 여성 소비자는 ‘나도 저렇게 혼자 우아하고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감 내지는 호감을 느낄 수 있다. 광고가 최근 여성들의 가족관을 반영하고, 그 광고가 다시 여성들을 움직이는 ‘이미지 순환’이 된 셈이다.


광고, ‘사람’으로 사회를 읽다


광고는 이제 가족뿐 아니라 성 역할의 변모도 암시하고 있다. 최근 쌍용자동차 렉스턴 광고는 남성의 성 역할과 관련이 높은 자동차의 영역에까지 여성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자동차 구매 시 의사결정 단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조미료 광고에서도 오늘날의 새로운 성 역할이 목격된다. 탤런트 지진희가 남편으로 등장하는 신혼부부 모습 속에서 가족의 변화를 감지하게 되는데, 이렇듯 남성이 음식을 준비하고 부인이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스런 남녀 지위 변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광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광고는 이제 개인이나 성별, 가족을 넘어 사회와 계층을 모두 감싸 안고 있다. 광고가 사회적 위치를 좀더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남양분유 ‘임페리얼 드림 XO’ 광고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기에 대한 사랑에도 계층이 있다’며 최고급 제품임을 강조하는데, 마치 그것이 사랑의 정도를 나타내거나 특별한 사랑한 것처럼 표현한다.
그런 한편에서 소비자들은 현재 자신이 속한 사회계층을 넘어 보다 상위의 생활양식을 추구하고 모방한다. 끊임없이 따라 하고 배우는 고3 수험생과 같은 소비자가 되는 격이다.
실제로 많은 광고 및 마케팅 전략은 상류층을 표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상류층 소비자들이 값비싼 제품을 소비할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중류층이 상류층을 원하고, 하류층은 중류층을 바라보는 세인들의 기본적인 심리를 반영했을 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위치를 각인시키는 광고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으며 역시 사람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다.
이제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광고에서 보이는 ‘사람’이다. 사람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묻어나는 따뜻함이면 더욱 좋다. 따라서 TV광고를 점령하고 있는 인물들이 아직도 인기 연예인들이 대부분이지만, 또 다른 스타들도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보아도 아니고 효리도 아닌, 우리 동네 옆집 아저씨·아주머니들이 바로 그들이다.
초대형급 스타들이 주름잡던 TV광고에 일반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억대의 모델 대신 동네나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이 광고에 출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렇듯 최근 유명 모델 대신 일반인들이 TV광고를 주름잡고 있는 이유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감대를 얻기 위한 기업들의 불황기 마케팅 전략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광고주 입장에서는 억대의 모델 대신 저렴한(?) 모델료로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라 하겠다.
라면 업체도 일반인 모델을 내세운 광고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양라면의 ‘라면이나 먹어’편은 3개의 상황을 설정해 일반인들의 능청과 재치·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생활 속에 스며든 멀티광고인 셈인데, 물론 모델은 엄마와 아들, 여자 직장상사와 남자 부하직원, 남녀 대학생 등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다.

어설프나마 ‘광고와 사회’를 함께 되새김질해봤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광고가 단순히 사회를 해석하는 데 그치거나, 표현하는 데에서 멈추면 아쉽다는 점이다. 광고도 사회를 바꾸는 데에 동참해야 한다. 광고가 보통 사람들에게 따뜻한 희망을 심어주고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함께 하면 더욱 좋지 않을까. 사람들을 건강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더욱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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