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가 사라진다. 디지털에게 밀려난다. 아톰(Atoms) 형태로 전달되는 아날로그는, 비트(Bits) 형태로 전달되는 디지털보다 효율적이지 못하다. 사용자의 시간을 앞당기고 공간을 확장하는 디지털의 미덕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그렇다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태어난 것들은 모두 박물관으로 가게 될까? 디지털 카메라에 눌려 필름 카메라가 자취를 감출까? 책상마다 컴퓨터가 있다고 종이와 펜이 사라질까? 1761년 세워진 독일의 필기구 제조회사 파버 카스텔(Faber-Castell). 현재 세계 표준이 된 육각형 연필을 맨 처음 만들었고, 나무케이스 연필 생산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 <양철북>의 작가인 귄터 그라스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와 석학들에게 이 회사 연필은 중요한 작업도구였다. 세 편 광고의 카피는 모두 같다. ‘아이디어는 연필·지우개와 함께 나타난다.’ 첫 번째 광고의 소재는 매킨토시이다. 모니터의 뒤통수가 짱구처럼 커다란 초기 모델과, 모니터의 뒤통수가 사라진 최신 모델이 나란히 등장한다. 나머지 두 편에서는 유선전화기와 무선전화기, 원피스 수영복과 비키니 수영복을 차례로 보여준다. 세 편의 광고 모두 연필로 아이디어를 스케치하여 구체화할 수 있고, 지우개로 일부분을 지워냄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단순히 쓰고 지우는 필기구를 넘어 위대한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도구로서의 연필과 지우개의 드라마를 담아내고 있다. 지우개가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는 특히 절묘하다. ‘완성은 더 이상 더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상태’라는 격언과도 맞닿아 있다. “한 평생 연필로만 글을 쓰다보니, 잡지사 편집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산다. 아무래도 컴퓨터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내 몸이 허락할 때 나는 내 맘에 드는 글을 쓸 수가 있고, 내 몸이 허락하지 않는 글을 나는 쓸 수가 없다. 지우개는 그래서 내 평생의 필기도구다. 지우개가 없는 글쓰기를 나는 생각할 수가 없다.…… 지워야만 쓸 수 있고, 지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므로 나는 겨우 두어줄 씩 쓸 수 있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Agency : Full Jazz, Sao Paulo *Art Director : Henrique Mattos *Copywriter : Paula Junqueira, Fabiano Soares *Photographer : Dionisio *Illustrator : Elias Abdall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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