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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보니 급기야 ‘액션영화라기보다 잡탕’이라는 혹평을 하는 이도 나올 만큼 영화 속의 마케팅 전쟁, 즉 넓게 보면 ‘문화마케팅’이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 |||||||||||
왜 문화마케팅인가 | |||||||||||
최근 문화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문화마케팅’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마케팅이란 무엇인가? 그 개념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는 문화마케팅의 개념은 크게 ‘마케팅을 위한 문화(culture for marketing)’와 ‘문화를 위한 마케팅(marketing for culture)’으로 요약된다. 일반기업의 문화지원 및 문화경영을 전자(前者)로 본다면, 문화산업의 마케팅 활동을 후자(後者)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어떤 개념이 정확한 문화마케팅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기업과 문화의 상호 호혜 관계를 통해 양자 모두 윈-윈(win-win)한다는 측면에서 문화마케팅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업은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여 마케팅 활동을 영위한다. 광고·홍보·영업 등의 기본적인 마케팅 활동들은 이제 CPR·MPR·IMC·CRM 등의 고차원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 기법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다. 흔히 ‘메세나(mecenat)*’라고 불리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은 이제 스폰서십을 뛰어 넘어 기업과 문화예술간의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을 넘어서 기업과 문화예술 상호의 이익을 위한 마케팅 활동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가장 자주 접하는 문화마케팅의 또 다른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위의 두 가지 모습 이외에도 문화마케팅에 관한 정의는 다채롭다. 국제경영학적 측면에서 ‘기업의 현지화를 위해 문화예술 장르를 활용하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는 접근법도 있고, 비영리조직의 입장에서 지역이 중심이 되는 문화마케팅의 개념도 존재한다. 흔히 ‘시티문화마케팅’이라 부르는 개념이다. | |||||||||||
* 메세나(Mecenat) = 기업이 이윤의 사회환원과 회사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각종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활동을 총칭하는 프랑스어. 예술을 사랑했던 고대로마제국의 정치가 가이우스 슬리니우스 마에케나스(Caius Cinius Maecenas. BC 76~AD 8)는 당대 시인인 호라티우스, 베르질리우스 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했는데 메세나는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20여년 전부터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메세나협의회가 설립돼 자국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나 사회사업, 인도적 사업 등 각종 공익분야에 대한 지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94년 4월 18일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http://www.mecenat.or.kr/)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발족해 활동하고 있다. | |||||||||||
‘Live Ad’의 사례와 시사점 | |||||||||||
그런데 국내에 체계적인 문화마케팅 기법이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문화마케팅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다양한 문화마케팅 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영화 분야에 있어 기업 PPL은 이제 상투적인 마케팅기법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게임과 공연 분야 또한 단순한 협찬을 넘어선 다양한 공동 마케팅이 시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문화예술코드를 활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화예술만의 매체로서의 특징은 무엇일까? 뮤지컬 <더 플레이(The Play)>의 문화마케팅은 그 이해를 위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먼저 이 뮤지컬의 주최측은 기업과 공연의 마케팅 제휴를 ‘기업 협찬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는가, 공연은 4대 매체 및 드라마·영화와 어떤 차별화가 가능한가, 현장성 있는 광고의 효과는 적중할 것인가, 관객들은 문화의 상업화를 수용할 것인가’라는 네 가지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인식은 공연예술의 현장성이 지닌 매체적 특징에 초점을 맞춘 ‘라이브 애드(live ad; 五感마케팅)’라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만들어냈다. 우선 <더 플레이>의 ‘라이브 애드’는 첫째 무대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경로(무대세트·대사·의상·소품·무대소도구·음향·관객과의 이벤트·영상장비 등)를 통해 광고주의 상품을 알리는 오감(五感) 광고매체, 둘째 실연되는 상품을 공연장 로비에 설치하는 전시 효과를 통해 다시 인지, 셋째 구체적인 프로세스 구축을 통한 시스템과 광고비 산정 등의 작업 과정을 거친 최초의 적극적인 시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라이브 애드 시스템’은 LG생활건강 등 여러 기업과의 협조를 통한 시각광고(배경세트 노출·배우의 극중 상품 노출·CM 상영·부스 전시 등), 청각광고(배우의 대사를 통한 광고 노출·협찬사 악기 연주 등), 후각광고(공연장에 산소청정기 설치, 로비홍보 등), 미각광고(시음회·판촉물 제공 등), 촉각광고(공연장 의자를 협찬사 제품으로 교체 등)를 통해 현장성을 최대한 활용한 오감마케팅으로 실현된 것이다. | |||||||||||
감성과 이미지로 승부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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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극의 배경이 되는 주유소를 특정 기업의 주유소로 설정하여 그 기업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노출하였고, LG텔레콤의 캐릭터인 ‘홀맨과 블랙홀’을 극중 인물로 등장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LG 텔레콤에는 새로운 마케팅 효과를 안겨주었다. 물론 이외에도 근래 매우 다양한 문화마케팅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가 더 많다. 그 이유는 국내 문화마케팅의 짧은 역사와 함께 기업의 문화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과 마케팅 활동의 동기부여, 그리고 목표 설정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기업이 문화예술 코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마케팅 목표는 언제나 동일하고 명확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기업 마케팅 활동의 유일무이한 목표이다. 또한 마케팅 활동을 통한 기업의 이윤추구는 매출과 직결된다. 매출의 증감은 마케팅 활동을 평가하는 데 있어 최우선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코드를 활용한 마케팅에 있어 단기적 매출 증대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 ||
영국의 Art&Business(A&B)는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투자)하는 주요 동기를 ‘기업이미지의 전략적 관리’로 분석한다. 즉 기업 인지도 제고, 기업 이미지 제고, 부정적 이미지 개선, 경쟁자와의 차별적 이미지 창출 등이 문화예술지원(투자)의 주요 동기라는 것이다. 또한 호주의 AFCH(Australia Foundation for Culture and the Humanities)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동기를 기업 측면에서는 기업인지도 제고, 브랜드 측면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의 증대, 종업원 측면에서는 종업원의 만족도 증가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 중 ‘브랜드’에 관련된 부분은 특히 최근의 흐름에 비춰볼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업의 모든 마케팅 전략이 브랜드 파워를 강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브랜드 마케팅’이 최고의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 문화예술코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과 효과를 발휘한다. 문화예술이 구축한 독특한 감성코드는 소비자에게 기업과 상품으로의 쉽고 편한 접근을 제공하면서도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강력한 기업 이미지를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기업은 저마다 나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기업마다의 고유한 이미지는 긴 세월동안 형성된 기업만의 색깔이며, 그 이미지를 통해 기업의 브랜드가 형성되고 소비자에게 인식된다. 이와 관련,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김소영 박사는 “기업은 기업이 지닌 고유한 이미지 변수의 측정을 통해 장르별 문화예술과의 적합도를 산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문화예술마케팅을 실행해야만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이 지닌 고유한 이미지(진솔·혁신·창조·전통·친근·낭만, 지적이다·신난다·부드럽다·역동적이다·고급스럽다 등)와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미술·미디어아트·연극·뮤지컬·국악·오페라 등)가 적합도 분석 및 지각도 분석에 의한 정량적인 분석 결과, 그리고 최종 의사결정자의 정성적인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효과적인 문화예술마케팅 전략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 ||
결국 어떤 기업이 문화예술코드를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기업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브랜드 마케팅으로의 접근과 함께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기적 매출 증대를 위해 문화예술코드를 활용하는 것은 그 효과나 대외 신인도 확보 면에서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 ||
문화예술은 ‘감성의 언어’다. 예술가의 창작에 대한 고뇌와 새로운 창조욕구가 코드 곳곳에 배어 있다. 한편 고객은 더 이상 상품의 단순한 수요자가 아니다. 이제는 상품의 생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인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성을 바탕으로 한 고객감동이다. 따라서 기업 마케팅에서 문화예술코드의 활용은 바로 감성을 바탕으로 한 고객감동, 고객감동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그리고 장기적인 매출 증대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문화마케팅의 고객은 우리의 소중한 벗이지만 냉정한 손님이기도 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과 문화예술의 입장은 언제나 제각각이며, 문화마케팅을 시도함에 있어 언제나 부딪히는 난관은 이성과 감성의 충돌이며, 이윤과 지원의 싸움이다. 하지만 기업과 문화예술은 동등한 입장에서 만나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도는 결과적으로 문화마케팅의 실패를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문화와 기업의 만남에는 동등한 입장에서 주고받는 상호 호혜의 원칙이 수반되어야 한다. 기업은 올바른 기업마인드를, 문화예술은 올바른 감성코드를 가지고 서로를 벗으로 바라보고 폭넓은 이해를 공유할 때 진정한 문화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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