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12 : Special Edition - 문화로 본 2002 광고 - 사회문화 트렌드와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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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흐름이 던져준 두 가지 교훈  
 
 문화코드로 본 2002 광고 - 3. 사회문화 트렌드와 광고
 
김 재 호 CD | CR1본부
jhkim@lgad.lg.co.kr
 
광고는 그 시대의 문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표현수단 중 하나이다. 그 시대의 문화 트렌드는 곧바로 광고라는 표현 수단으로 나타나게 되며, 반대로 히트한 광고의 내용 역시 곧바로 사회적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광고는 그 시대의 사회적 관심사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광고인 모두는 이러한 사회적 관심사를 남보다 먼저 예측하여 광고 소재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2002년 한해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사회적 이슈가 있었으며, 이러한 이슈는 어김없이 광고라는 표현 수단으로 연결되어 나타났다. 이 가운데 광고적인 관점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회적 이슈 두 가지를 선정하여 이 이슈가 어떠한 광고 형태로 나타났고, 또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가능성을 위한 ‘도전’과 ‘안전운행’의 차이
2002년은 한마디로 말해 ‘월드컵의 해’였다. 물론 월드컵의 뒤를 이어 아시안게임도 열렸지만 월드컵이 우리 국민에게 준 흥분과 감동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월드컵은 ‘W세대’라는 새로운 젊은 문화세대를 만들어 냈으며, 그 동안 특별한 경외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태극기가 월드컵 응원도구나 젊은이들의 응원패션으로 사용되면서 국민들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새로운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태극기는 기존의 한국을 기념하는 관광기념품에서나 쓰여졌던 한계를 뚫고 나와 다양한 아이템 및 상품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그 동안 태극기의 상업적 사용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정부도 태극기 열풍을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하여 태극기의 상업적 사용에 유연성을 갖게 되었다.
또한 ‘Be the Reds’라는 문구가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던 레드 콤플렉스를 뒤엎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월드컵을 통해 촉발된 붉은색 열풍은 곧바로 ‘레드 마케팅’으로 연계되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가져왔다. 붉은색 자동차·붉은색 옷·가구·장난감 등에까지, 이전에는 그 강렬한 색감 때문에 선택을 주저하게 했던 컬러가 이제는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컬러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마치 블루 컬러가 로마시대 때는 미개한 종족의 상징이었지만 중세때 성모상의 의상에 파란색이 사용된 이후 가장 성스럽고 품격 있는 컬러로 변모한 것과 비유되는 ‘사건’일 것이다.
 
한편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가장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는 젊은 세대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좁은 국토, 치열한 입시제도, 취업의 어려움과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기성정치에의 불신 등 우리의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에 실망감을 가졌었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목마르게 찾아 왔었다.
그러나 월드컵을 통해 우리의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가능성을 발견하였으며 강한 자부심과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마도 6월 한달간 우리가 외쳤던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는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여 놓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월드컵 기간 동안 태극기와 함께 ‘대한민국’이란 브랜드는 각 기업의 광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월드컵 열풍에 동참하기 위해 뛰어 들었는데, 그 중 SK와 삼성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가장 큰 광고 효과를 보았던 기업 중의 하나이다. 월드컵 초기에는 한국의 16강 진출이 일본에 비해 매우 어려워 보였고, 일본에 비해 월드컵 준비 및 열기도 뒤떨어지는 등 한국의 월드컵 마케팅은 매우 불안하게 출발하였다. 따라서 월드컵을 광고의 표현 소재로 삼았던 이들 기업의 광고 역시 월드컵 시작 전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팀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과 한국팀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열기가 점차 열광적으로 바뀌면서 이들 광고 역시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결국 이들 회사는 그들의 투자비용을 훨씬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특히 SK는 월드컵 공식 스폰서도 아니면서 월드컵의 응원구호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을 광고 소재로 적극 활용하여 국내외의 뜨거운 호응을 받음으로써(<광고 1>참조) 실제 스폰서인 KT와 KTF(<광고 2> 참조)를 곤란하게 만들 정도였다. 삼성카드 역시 월드컵 기간 중 히딩크를 모델로 이용하여 마치 삼성그룹 PR과 같은 광고를 제작·방영함으로써 브랜드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높여주는 계기를 마련했다(<광고 3> 참조).
그리고 이러한 월드컵 열풍은 많은 슬로건을 탄생시켜 월드컵 이후에도 광고 카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카피는 많은 광고 및 TV프로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고 있는, 월드컵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명 카피 중 하나이다.
 
 
 
광고의 역할 일깨워준 카드 소비문화
2002년 한국 광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큰 사건은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야기된 젊은층의 신용불량자 양산 및 그로 인해 야기된 카드와 연계된 범죄이다. 작년부터 불기 시작한 젊은층의 명품 열풍과 과소비 현상은 올해 들어 그 도를 넘어서며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시점은 대기업들이 카드시장에 속속 진출하게 되면서 카드사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카드 시장에 대기업이 새로이 진출하면서 카드사 간의 첨예한 회원 확보 경쟁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문제점들이 야기된 시점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개인의 신용 정도 및 소득의 확실한 파악없이 쉽게 카드를 발급해줌으로써 젊은이들의 카드 보유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때이다.
더불어 카드사들의 광고전 역시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었는데, 광고 테마들 또한 한결같이 소비를 조장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카드의 사용을 마치 개인의 능력과 결부시킨 듯한 일부 카드사의 광고는 적잖은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카드사용이 카드사들의 이런 광고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 능력을 넘어선 과소비는 결국 카드 빚을 갚기 위해 사채를 이용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났고, 끝내 카드 빚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극한 상황으로 표출되기에 이르렀다.
카드로 야기된 이러한 사회문제로 인해 카드사들은 사회단체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게 되고, 이는 정부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서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어떠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고, 카드사들 또한 젊은이들의 무절제한 카드사용 및 지불능력 부족으로 인한 재무 부실화와 함께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기존의 광고 전략에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카드로 야기된 이런 사회적 요구에 따라 카드의 올바른 사용을 주제로 한 방송사의 공익광고(<광고 4> 참조)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이어 LG카드가 “갖고는 싶지만 꼭 필요한지, 욕심은 나지만 갚을 수 있는지 한번 더 생각 해야죠. 신용카드 바르게 씁시다” 라는 공익적인 메시지를 담은 새로운 캠페인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광고 5> 참조). 그리고 이 캠페인은 사회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 왔으며, 경쟁 카드사들도 더 이상 소비만을 부추기는 광고 캠페인을 고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후 경쟁 카드사들도 공익적 메시지를 광고 내용에 포함하는 새로운 광고전략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중 몇몇 카드사들은 카드의 올바른 사용을 내용으로 한 신규 광고를 집행하기도 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일련의 사례는 광고주 및 광고인들에게 광고의 사회적 윤리의식의 중요성 및 사회적 책임감을 새롭게 인식시킨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해의 문화 트렌드 및 사회의 이슈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어쩌면 광고인들에게는 당연한 책무라 하겠다. 월드컵의 경우를 보더라도 월드컵이 갖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기업과 그 불확실성만을 염려하여 소극적으로 대처한 기업과는 그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어느 일을 하는 데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위험성은 늘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가능성을 믿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잡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골프에서 마지막 퍼팅을 남겨 놓았을 때 우리는 두 가지 타입의 유형을 볼 수 있다. 조금 짧더라도 안전하게 홀 컵에 붙이는 스타일과 또 하나는 다소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홀 컵을 조금 지나쳐가게 퍼팅하는 타입이다.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골퍼가 되기를 원하는가?
“볼이 홀 컵을 지나가지 않는 한 볼이 홀 컵에 들어갈 확률은 제로이다(Never Up, Never In)” 라는 골프의 격언을 우리는 잘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