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우리는 타깃의 지갑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때로는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어 마음을 울리는 광고를 할 줄도 알아야 하기에 아이디어는 늘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국 광고인은 팔방미인(?)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그게 또 매력이기도 하고요.
‘참 착한 아이디어.’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광고는 소비사회가 낳은 폐해 중 하나다.’ 필요 없는 물건을 사도록 조장한다는 게 글의 요지였습니다. ‘광고는 예술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지갑을 여는 게 목표다’라고 들어온 터라 부정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광고가 지갑을 열지만은 않습니다. 때론 마음을, 때론 사랑을 엽니다.
‘마음을 파는’ 광고
<광고 1>을 보세요. 그리고 <광고 2>를 보세요. 어떤 동물이 떠오르세요? 어떤 동물도 연상되지 않는다면 <광고 3>을 보세요. 얼굴 밑에 가지런히 모인 두 손. 뭘까요? 이 두 손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의 꼬리’랍니다.
일본 정부에 의해 2008년도에만 551마리의 고래가 남쪽 바다에서 죽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 이름도 ‘551프로젝트’입니다. 동물보호협회인 IFAW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을 테죠. 물건 파는 광고보다 더 어려운, ‘마음 파는 광고’를 해야 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고래 사진을 보고보고 또 보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과 고래를 친숙하게 만들면서 ‘참여’하게 할 순 없을까?’
광고는 말합니다. 누구든 고래 꼬리 모양을 한 사진을 찍어 ‘project551.org’에해첨졍牝箚�. 손으로 코끼리 코를 만들고 토끼 귀를 만들 듯, 이제는 고래 꼬리를 만들자고 합니다. ‘Got Milk?’ 캠페인의 우유수염처럼 쉽고 친근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집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광고인데 이미 500장이 넘는 사진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쉬우면서 참 재미있는 ‘동참’입니다. 광고목표는 ‘동물사랑’, 타깃은 ‘누군가의 마음’입니다. 어린 왕자의 보아뱀처럼, 순수한 시각으로 봐야 보였을 고래 꼬리. 그 꼬리를 찾아냈을 어느 광고장이의 따뜻한 눈이 참 좋은 아이디어가 됐습니다.
광고가 꼭 필요해지는 순간……
<광고 4, 5, 6>은 또 다른 귀한 마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른을 따뜻하게 품에 안은 아이들. 서로의 표정은 더없이 평안합니다. 마치 아이가 어른을 보호해주고 있는 듯하지요.
카피는 말합니다. “입양하세요. 당신이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받게 될 거예요.”
당신이 아이를 축복해주려고 입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아이에게서 더 많은 축복을 돌려받는다는 얘기겠죠. 그 깊은 진리를 이렇게 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행복한 엄마와 아이를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얘기가 들립니다. 참 따뜻한 설득입니다. 광고장이는 상품 광고하는 사람들이지만, 때론 시인보다 더 깊은 얘기를 하고 화가보다 더 귀한 걸 얘기해야 하기도 합니다. 광고가 꼭 필요한 순간입니다.
<광고 7>은 지난 칸국제광고제에서 프로모션 부문 은상을 차지했습니다. 사실 광고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착한 기능’을 하고 있어서 소개드립니다.
뉴질랜드도서협회는 직장인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책을 읽지 않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장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기로 했죠. 직장인들에게 책의 이로움을 일깨운다는 차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정말 새로운 생각. 책을 기획서 PPT파일처럼 만들었습니다. 직장동료나 상사가 보면 그 사람은 분명 기획서를 보고 있는 거지만, 알고 보면 버지니아 울프나 셰익스피어를 읽고 있는 거지요. 마치 기획서 장표처럼 책 내용이 정리돼 있어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읽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상사들이 알면 기절할 일이지만 참 재미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책을 팔기보다는 책과 친해지는 생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광고 8, 9, 10>은 다소’불편한 진실’에 대해 얘기합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진 집안. 사람이 살 수 없을 듯한 곳입니다. 광고는 말합니다. “당신의 몸은 당신의 집입니다. 담배를 끊으세요.” 담배를 피우면 내 몸이 광고 속 집처럼 더러워진다는 거죠. 참 설득력이 높습니다. 니코틴이 낀 몸속은 사실 저 집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죠. 광고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마음으로, 화가의 눈으로……
때론 상품을 팔기 위한 저속한 아이디어 혹은 불쾌한 아이디어들이 사람들의 원성을 삽니다. 최근 영국의 스니커즈 광고는 경보하는 사람을 비하해 광고를 내려야 했다고 합니다. 너무 ‘원초적인 임팩트’만 찾는 것 같아 민망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다행히 모든 광고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감동’이라는 덕목을 보이기도 하니까요.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타깃의 지갑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때로는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어 마음을 울리는 광고를 할 줄도 알아야 하기에 아이디어는 늘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국 광고인은 팔방미인(?)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그게 또 매력이기도 하고요.
‘착한 광고’, 때로는 영화 한 편 혹은 책 한 권, 노래 한 곡만큼의 감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