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Open up’ 캠페인의 탄생
2007년 하이트 내부에는 ‘2008년 위기설’까지 나돌 정도로 불안감이 팽배했다. 아직까지는 전국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2006년 하이트의 2nd Generation을 선언한 이후 타깃 밀집지역인 수도권의 시장점유율은 경쟁제품 카스 대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2007년 브랜드 및 광고 인덱스 조사 결과가 늘 광고주를 괴롭혔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도 2nd Generation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하이트는 결국 국내 최고 수준 광고회사와의 경쟁PT를 선언했다.
광고주가 준 과제는 이러했다. 첫째, ‘마음을 연다’는 의미의 슬로건 ‘Open up’을 고객에게 정확히 인식시켜라, 둘째, 깨끗함이 강조된 물성적 브랜드에서 탈피해 감성적 브랜드로 하이트를 업그레이드시켜라. 다시 말해 하이트의 2nd Generation을 현실화해 달라는 과제였다.
이에 ‘솔직함’이라는 개념은 마음을 여는 모습을 감성적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개념이면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컨셉트였다. 이에 광고의 형식 또한 ‘솔직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리얼 인터뷰’형식으로 제작했다.
하이트 2nd Generation의 태동
우리가 경쟁PT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후, 광고주는 지체 없이 TV CM 제작을 지시했다.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하는 데 있어 초기 임팩트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솔직함’이라는 컨셉트에 기초한 광고 캠페인이 시작되었는데, 초기 모델인 보아는 의외성과 주목성을 갖춘 든든한 모델로, 아직 어린 소녀 같기만 했던 보아가 맥주를 마시는 장면 자체가 큰 이슈가 되었다.
2008년 1월 ‘보아’ 편 1차 광고를 시작으로 보아 2, 3차, 그리고 ‘컬투’ 편 1, 2, 3차 광고가 쉴 새 없이 멀티로 운영되었다. 매체대행사는 정신없었겠지만, 소비자는 오히려 새로워진 하이트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이트 하면 떠오르는 모델’ 1순위 자리는 박지성이 보아에게 물려주었고, ‘하이트=솔직함’이라는 공식이 소비자에게도 전달되고 있었다. 소매점에 붙은 보아 포스터 절취범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광고 인덱스 또한 급상승을 기록했고, 유통망의 반응도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등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실현되었다.
“또 다시 최적의 모델을 찾아라” - 추성훈!
보아를 통해 ‘솔직하게 Open up’ 캠페인이라는 스포츠카의 시동을 걸었고, 컬투를 통해 엔진을 충분히 예열시켰다. 그리고 이제 강력한 힘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줄 새로운 모델을 찾아내야 했다. No.1 하이트의 위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슈가 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역도선수 장미란, 가수 알렉스, 유도 출신 격투기선수 추성훈 등을 추천했으나 아직 크게 이슈화한 적이 없었던 인물들이었기에 광고주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때 때맞춰 이슈가 된 것이 <무릎팍도사> ‘추성훈’ 편. 모 방송의 토크쇼 <무릎팍도사>에서 보여준 그의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면모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광고주 또한 공감했다. 마침내 ‘솔직하게 Open up’ 캠페인에 추성훈이 등장해 가속 페달을 밟게 된 것이다.
애초에 정해진 각본이 없었다. 멋지게 연출해서 만들어 낸 장면도, 유려한 어투의 카피도, 제품을 찬양(?)하는 Maker’s Voice도 없었다. ‘추성훈’ 편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추성훈이 옛 동료와 함께 맥주·노력·승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리얼한 상황’정도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극도의 리얼함이 큰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치 전력을 다해 동시에 결승라인을 통과하는 세 명의 육상선수들과도 같이 하이트·바나나우유·로체 CM이 같은 날 온에어되었다. 같은 추성훈을 모델로 기용한 이들 브랜드 모두 ‘추성훈의 첫 CM’을 자신들의 몫으로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것. 그러나 이 세 광고 중 하이트 광고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소재로 추성훈 1차 광고의 카피와 슬로건이 그대로 사용된 적이 있을 정도로 ‘추성훈’ 편의 인지도 및 선호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앞서도 말한 ‘리얼함’이 만든 결과다.
또한 세 편의 광고 중 하이트 광고가 추성훈의 매력을 가장 잘 살렸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모델들의 리얼하고 솔직한 모습을 끌어내 보여주는 것이 본 캠페인의 목적인데, 우람한 근육질의 격투기선수가 ‘반짝반짝’ 눈 장난치는 천진한 모습을 누가 상상했겠는가. 이러한 의외성과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이 소비자와 광고주를 만족시켰다고나 할까.
‘보아’ 편과 ‘컬투’ 편은 임팩트 있는 단편의 광고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캠페인 슬로건에 대한 정인지율 수치로 보면 ‘추성훈’ 편부터는 캠페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즉 ‘추성훈’ 편을 통해 캠페인의 기틀이 굳건해져 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추성훈이 제대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주고 있다.
소비자의 행동이 변화할 때까지…
맥주시장과 같이 시장점유율 변화가 더딘 저관여, 습관성 구매 카테고리 시장에서는 캠페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듯하다. 따라서 광고가 아무리 좋아도 구매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제품의 물성적 차별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를 결정하는데, 그 브랜드 이미지는 한 편의 광고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 것.
하이트 초창기 ‘천연 암반수 맥주’ 캠페인으로 OB맥주를 제친 이후 대한민국 맥주시장에서는 한 번도 광고가 구매판도에 영향을 준 적이 없다. 사실 ‘천연 암반수 맥주’ 캠페인의 성공도 광고 자체의 힘이라기보다 1990년대 가장 큰 충격 중 하나였던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의 덕을 본 결과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솔직하게 Open up’ 캠페인에 욕심이 생긴다. ‘순수한 광고의 힘’만으로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 보고 싶다. 상황은 꽤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슬로건과 광고회사가 수시로 바뀌는 등 경쟁사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또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하이트의 맛이 더 우수하다는 자체 조사 및 언론사 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하이트의 수도권 시장 탈환을 목표로, 이 글이 게재될 즈음에 이미 온에어되어 있을 추성훈 3차 광고 시사 준비에 다시 매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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