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광고를 시작한 것이 1988년이니까 거의 20여 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을 제외하면 그 동안 신제품과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관계는 대략 이러했었습니다.
‘광 고 주; (광고회사 한 곳(!)을 부른 후) 자, 이렇고 이런 신제품이 나왔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광고회사; (회사로 돌아와서) 자, TV콘티랑 인쇄 아이디어 몇 개 내놔봐. 뭐, 이벤트 아이디어도
죽이는 게 있으면 얘기해보고.’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요즘 광고
광고회사 입장에서 본 광고환경은 그 당시가 지금보다 더 나았었다는 것이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TV광고 만들면 오디오 따내서 라디오로 매체 이전하고, 키네레코딩해서 극장으로 넘기고, 신문광고 만들면 잡지로, 옥외로, 포스터로 배리에이션(variation)하고, 가끔 경품이벤트도 해주고…. 한마디로 거의 모든 광고/마케팅 수단을(몇 가지 비이클도 없었지만) 다 광고회사 내에서 다룰 수 있었고, 그런 만큼 광고주는 광고회사에 거의 모든 걸 맡겼고, 광고인은 전문가로 대접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자기술의 발달, IT혁명 등과 함께 파생된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더불어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극적인 속도로! (물론 한국 산업구조의 고도화,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 재벌 집중의 약화, 벤처 붐 등 다른 요인도 많이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하이테크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변화를 중심으로 얘기하려 합니다).
이제 광고회사가 TV콘티랑 인쇄 아이디어 몇 개만으로 지속될 수는 없는 사례를 몇 가지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현대카드: TV광고만을 집행했을 때보다 TV광고와 인터넷 동영상 광고를 동일한 크리에이티브로 집행했을 때 브랜딩 광고효과 30% 상승
* CokePlay캠페인: 제품에 새겨진 포인트로 웹이나 모바일에 접속해 게임·음악 다운로드 등을 즐기는 종합캠페인. 사이트 총 회원 수 약 300만 명, 사이트 페이지뷰 164,000,000회. 랭키닷컴 음료부문 2004년 4월부터 계속 1위 유지
* CYON 미니홈피: 온라인배너 노출 수 640,375,951
* 월드컵 A-board와 카트라이더 보드광고: 카트라이더 하루 이용자 수 2,500만 명, 매체비는 저렴
* RFID광고: MRS(Mobile RFID Service)는 RFID 태그로부터 주파수를 통해 사람·사물을 식별하고 정보를 송수신 할 수 있는 RFID 리더기를 휴대폰에 내장해 사용자에게 정보 및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의 서비스. 예를 들어 태그가 부착된 영화포스터나 광고, 영화시간표, 줄거리 등의 정보를 읽어내고, 모바일 할인쿠폰을 다운받고, 휴대폰 단말기에 내장된 신용카드 솔루션을 이용해 즉석에서 구매까지 할 수 있음(예정).
‘FMC’를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는 광고의 많은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선 크리에이티브의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새로운 매체환경은 이전보다 더욱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요구합니다. 예전에는 채널을 돌리려는 시청자를 붙잡아두기만 하면 되는 소극적 의미의 크리에이티브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소비자 스스로가 광고를 찾고/검색하고/즐기고/친구에게 보내고/변형, 재생산하게 하는 적극적 의미의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합니다.
둘째, 이제 매체는 그 자체가 크리에이티브입니다. 매체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이해 없이는 크리에이티브가 불가능할 것이며, 어떤 경우는 그 반대로 크리에이티브가 스스로 매체를 창조해낼 수도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매체환경에서의 크리에이티브는 광고/오락/판매/정보/문화 등의 콘텐츠간의 융합을 요구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내가 방금 본 것이 광고인지, 정보인지,‘웃긴대학’의 한 토막이었는지, 예술이었는지, 경계가 모호할수록 소비자와의 접근성은 커집니다.
넷째, 기존의 IMC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합을 넘어서 융합시키는 기능이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세 번째와 네 번째의 융합을 다시 융합시키는(융합된 콘텐츠와 융합된 매체간의 재융합)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IMC에 비해 FMC(Fusion Marketing Communications)라고 불릴만한 새로운 툴인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광고회사의 모습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매체 간, 컨텐츠 간의 융합적 커뮤니케이션(FMC)을 발상하고,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대형 종합 브랜딩회사와, 기존의 크리에이티브 위주의 소형 광고회사로 기존의 광고회사를 나눌 수 있게 되는 시기가 멀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LG Ad는 어느 쪽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