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2 : 광고세상 보기 - ‘비싼 몸값’이 질 높은 광고를 만드는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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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세상보기 _ 할리우드 스타들 국내 CF계 공략
 
  ‘비싼 몸값’이 질 높은 광고를 만드는가?  
김 가 희 | 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kahee@yna.co.kr
 

CF모델들만을 대상으로 광고를 살펴봤을 때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대거 국내 시장 진출이다.
기네스 펠트로가 제일모직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모델이 된 데 이어, 드류 배리모어가 아이스크림업체 배스킨라빈스의 모델로 등장, 다양한 표정을 선보이고 있다. 또 10월에는 차세대 섹시스타로 손꼽히는 제시카 알바가 LG생활건강 화장품 이자녹스 주름개선 에센스인 링클 디클라인 더블 이펙트 에센스의 모델로 한국 팬들과 만나고 있다.
이들 세 미녀 배우는 모두 현재 할리우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상급의 스타다.
물론 외국 톱스타가 한국 CF에 출연했던 것은 종종 있어왔다. 80년대 후반 홍콩 영화가 거센 인기 바람을 몰고 오면서 주윤발·장국영·류덕화 등이 잇달아 국내 CF모델로 활동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브레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출연했지만, 조지 클루니가 하이트 맥주 지면광고에 출연한 이후 3년여 동안 외국 스타보다는 국내 스타들이 CF계를 휩쓸었다.

‘억 억 억 억 억 억 억’은 기본

자, 이러다 보니 개런티가 ‘폭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4년여 전 정우성이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와 7억 원에 가까운 모델료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소문처럼 번진 이후 이제 웬만한 톱스타급의 모델료 6~7억 원은 다반사가 되었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CF모델은 고현정이었다. 이혼 후 드라마 <봄날>로 컴백한 고현정은 LG생활건강 후, LG전자 디오스, KTF 안 등의 CF모델로 계약하며 평균 10억 원대의 모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고현정 측은 현금 액수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연예계에서는 통상 ‘고현정=10억’선으로 알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9월에는 영조주택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15억 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연예계 컴백 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는 세간의 평가에 당혹스러워했기 때문에 역시 고현정 측은 적극 부인했지만, 기본적으로 촬영 분량이 많은 주택업계 모델 특성상 충분히 이 정도 액수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상우 역시 화장품 브랜드 더 페이스 샵과 계약하면서 아시아권 계약을 별도로 하여 총 10억 원 선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류스타’로 떠오른 배용준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배용준이 이면계약을 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최고의 한류스타로서의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장동건·이영애·송혜교·김남주 등 톱모델들의 모델료는 7억 원 선을 웃돌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델료는 얼마나 될까. 기네스 펠트로의 모델료는 한때 7억 원으로 보도된 바 있으나 제일모직 측은 “절대 그 금액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제일모직에서는 “올 초부터 기네스 펠트로의 에이전트와 접촉해 7월 초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으로 공수한 빈폴 제품을 직접 보고 난 후 선뜻 응했으며, ‘파파라치만 막아달라’는 주문 외에는 별다른 요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드류 배리모어는 1년 전속 5억 원의 모델료를 받고 4편의 광고를 찍기로 했으며, 제시카 알바의 모델료에 대해서는 LG생활건강 측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고현정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액수로 추정된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잇단 한국 CF 나들이는 국내 스타들의 엄청난 몸값 상승뿐 아니라 스타들의 겹치기 CF 출연으로 제품에 대한 차별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선택한 광고업계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모 광고회사 관계자는 “국내 스타들의 경우 보통 5~7개 제품의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어 광고물량이 적은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 대비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타깃층이 분명하다면 우리 스타들보다 오히려 낮은 가격에 접촉할 수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광고는 아이디어다

할리우드 스타들 못지 않게 요즘 광고계에서 ‘새로 보기’관심을 두는 계층은 중견배우들이다. <지구를 지켜라> <범죄의 재구성>으로 뒤늦게 영화계 스타로 떠오른 백윤식이 조인성과 함께 태평양 마스크팩의 CF모델로 등장하고, 파란닷컴 등에서 모델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인 이후 중견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더욱이 영화·드라마의 소재 다양화와 함께 중견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젊은 대중들의 인기까지 얻게 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됐다.
최근 한국야쿠르트는 세 편의 광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야쿠르트 브랜드인 쿠퍼스에 신구와 백윤식을 등장시켜 ‘토끼와 거북이’ 민화를 차용한 CF를 만들었다. 건강을 해친 토끼 역의 백윤식과 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용왕 역의 신구의 대화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어 등장한 신구 단독 CF 역시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를 패러디한 듯한 대사 속에서 그의 연기력만큼이나 관록을 느끼게 한다. 그 이전, 이미 신구는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CF로 홈런을 친 바 있으며, 대성 셀틱 보일러 CF를 통해서도 TV프로그램 <부부클리닉>에서 오랫동안 시청자들에게 선 보여왔던 이미지를 고스란히 이관시켰다. 장라면 CF는 또 어떠한가. <대장금>을 패러디한 이 CF는 왕(임호) 앞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한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까지는 영락없이 이영애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막상 고개를 들고 보니 김수미다. 김수미는 천연덕스럽게 “이 맛을 내기 위해 평생을 바쳤기 때문에 이처럼 쭈글쭈글해졌다”고 대사를 내뱉는다. 또 한편은 연극이나 영화계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대중적인 지명도는 떨어지는 오달수와 신예 황보라를 내세운 왕뚜껑 라면 CF다. 이 CF는 두 사람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함께 음식을 깔고 앉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도드라져 보였다.

말 그대로 모델들의 틈새시장이 열린 셈이다. 고급스러운 메인 스트림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부 잠식하고 있고, 유머광고에서는 중견배우들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물론 톱스타들의 선호도가 여전히 유효하고, 또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결국 광고는 아이디어다.
좀더 적은 비용으로 광고를 제작하고, 더 열띤 반응을 얻어내는 것. 광고업계 종사자들이 매일 머리에 쥐 날 정도로 고민하는 일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