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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는 / 고삐에 묶여서 / 한평생 또 한평생 / 고삐의 길이만큼 / 멀리 나갔다가 / 밤에 집으로 / 돌아간다네’ - 안도현, ‘봉급 받는 날’ 고삐에 묶인 염소라 할 수도 있고,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라 할 수도 있겠다. 날마다 그날이 그날인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단 며칠이라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열이면 아홉은 어디든 여행을 떠나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갑갑한 넥타이, 붐비는 지하철, 때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이런저런 잔소리, 원치 않는 술자리…. 지긋지긋할 만큼 익숙한 것들로부터 잠시 동안이라도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어느 직장의 어떤 자리에 있는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누구의 아들이자 누구의 남편인지 자신을 붙들어 매고 있는 온갖 끈으로부터 풀려나고 싶을 것이다. 파란 지붕의 집들이 늘어선 산토리니든, 꼬박 며칠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마추피추든 낯선 세상과 마주선 채 온전히 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을 것이다. 중국 작가 린위탕(林語堂)은 여행의 본질을 ‘의무도 없고, 일정한 시간도 없고, 소식도 전하지 않고, 호기심 많은 이웃도 없고, 환영회도 없고, 이렇다 할 목적지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편안하지만 지겨운 것들과 멀어지고, 두렵기조차 할 만큼 낯선 것들과 가까워지는 일이다.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일상에서 빠져 나와 가벼운 흥분마저 느껴지는 환상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무덤덤해진 오랜 사랑에 등을 돌리고 막 일기 시작한 바람기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다. ‘현명한 항공사’ GOL의 광고 두 편이다. 이 광고는 스스로 또는 어쩔 수 없이 새장에 갇혀 사는 새들에게 말을 건넨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라는 사실을 잊기 전에 날개를 쫙 펼쳐보라고. 하늘을 나는 법을 잊기 전에 새장의 문을 열어젖히고 나오라고. 비록 낯선 곳에서 또 다른 새장에 갇혀 사는 새들을 발견하고 돌아오더라도 떠나라고 부추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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