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0 : Case Study -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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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_바나나 리퍼블릭
(Banana Republic)
 
  ‘패션으로 코카콜라가 되는 것’  
김 원 규 | communications "Of Course" 대표
wkklm@ofcourse.co.kr
 
Gap그룹의 부활을 리드하는 선봉장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은 갭(Gap)그룹의 고가 브랜드이다. 저가의 올드 네이비(Old Navy), 중가의 갭, 그리고 고가의 바나나 리퍼블릭으로 구성된 갭 그룹은 1990년대만 해도 ‘패션으로 코카콜라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90년대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갭이나 바나나 리퍼블릭의 쇼핑백을 들고 김포공항에 들어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것을 돌이켜 보면, 당시 갭 사의 야심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때의 갭 그룹은 월가(街)의 분석가들마저 그 어떤 경쟁 브랜드와도 비교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미 연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그 정도의 매출은 당시 패션회사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성과였기 때문이다.
갭 그룹의 옷들은 치약이나 샴푸 같은 생활필수품 수준의 브랜드가 되었는데, 특히 미국 중산층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패션으로서 단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69년 도널드 피셔(Donald Fisher)와 도리스 피셔(Doris Fisher)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바이스의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시작했던 갭은 이렇게 30년 만에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원래 사파리 패션전문점에서 시작된 바나나 리퍼블릭도 인수하게 되었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197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신문기자였던 멜 지글러(Mel Ziegler)와 화가로 활동하던 파트리시아 지글러 부부가 창업했다. 그런데 신생 브랜드가 초창기에 겪는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바나나 리퍼블릭도 초기에는 그다지 별 볼일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인기를 극대화시켜 만든 카탈로그로 인해,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파트리시아가 그린 라틴 아메리카 풍경과 옷, 그리고 멜 지글러가 이색적인 카피를 쓴 그들의 카탈로그는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당시에 유행하던 카탈로그와 이들이 만든 작품과는 완전히 달랐으며, 그것은 사람들에게 강한 기억으로 남기에 충분했다. 갭의 사장이었던 도널드 피셔도 이 카탈로그를 접하고 아주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바나나 리퍼블릭에 관심을 가져오던 도널드 피셔는 그들의 경영이 어렵다는 소문을 듣고 전격적으로 인수 작업에 들어가, 1983년 빚에 허덕이던 바나나 리퍼블릭을 인수하면서 창업자였던 지글러 부부에게는 디자인과 스타일 분야에서 계속 일을 맡겼다.
결국 갭의 바나나 리퍼블릭 인수는 두 회사에게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안정적인 자금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 받아 순풍에 돛 단 듯이 매출 신장을 이루었고, 갭은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확보해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갭 그룹은 1994년 올드 네이비 브랜드를 런칭하고는 거의 무모하다시피 매장을 확장해 마침내 ‘패션업계의 코카콜라’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꿈은 90년대 전세계 시장을 석권함으로써 거의 절정에 달하는 듯했다. 하지만 갭 그룹의 매장 확대와 고객층 확보 전략은 처음에는 성공적이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갭 그룹의 울타리에 들어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바나나 리퍼블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불러

바나나 리퍼블릭의 출생지는 샌프란시스코이지만, 미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이 몰려 있는 뉴욕을 공략해야 한다는 전략 하에 뉴욕 매장에 집중했다. 매장 분위기도 음악적으로는 재즈를 연상하게 하고, 세련된 모던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꾸며 들어서는 순간 ‘이것이 뉴욕이다’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로 성장을 거듭한 바나나 리퍼블릭은 패션뿐만 아니라 침구와 홈패션에 이르기까지 미국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토털 컬렉션을 전개해 왔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제품 면에서도 심플한 디자인과 누구에게나 어울릴 수 있는 안정된 컬러로 뉴요커들의 각광을 받았다. 명품에 비해서 가격대가 합리적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입을 수 있을 만큼 저렴하지도 않았다. 아울러 디자인과 소재 면에서도 세련되고 모던해 뉴요커들이 평상복으로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컨셉트를 유지, 새로운 뉴욕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었다.
이처럼 갭 그룹이 인수한 후 물량적인 발전을 거듭했지만, 최근 그룹 전체가 어려워지면서 바나나 리퍼블릭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중미에 있는 조그만 바나나 재배 국가들을 희화화해서 부르는 말인데, 그 나라들은 ‘힘이나 뇌물로 자국의 이익에 맞춰 통제할 수 있는 한심한 국가’라는 속칭을 가지고 있다. 지글러 부부는 브랜드 네임에서도 독창성을 찾으려 했고, 브랜드 컨셉트나 소비자들의 기억 회로에 그렇게 포지셔닝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하늘과 땅만큼 거리가 있어, 패션 기업의 형태를 갖추면서 매장 확장과 타깃층의 다양화라는 달콤함은 오래 가지 않아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바나나 리퍼블릭의 이러한 전략상 오류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브랜드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화를 불러들였다고 보고 있다.
이를 보면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인 이시자카 요시오(石坂芳男)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기술한 것이 되새겨진다.“나는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은 시장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애나 역경에 부딪칠 때마다 이렇게 다짐하곤 합니다. ‘시장에 귀를 기울여라,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이것이야말로 마케팅의 근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시장으로, 소비자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시련에 처할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갑니다. 브랜드이미지 또는 러브마크(Love Mark)주)를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이지 우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결정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그것이 본질입니다.”
갭 그룹의 가장 큰 실수는 소비자를 무시한 마케팅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현재 그들은 잃어버린 영토를 찾기 위해 어마어마한 전선에서 매일 수많은 전사자를 내면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Love Mark가 되려면

최근 들어 갭 그룹은 90년대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특히 광고가 이런 노력의 선봉에 서 있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만 해도 전성기 때의 광고는 오히려 특징도 차별화도 없었다. 그저 패션 브랜드들이 하고 있는 일반적인 광고를 했을 뿐이다. 시즌에 맞는 이미지와 밝은 표정의 모델, 그리고 제품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일상적으로 남에게 알리는 목적의 그런 광고였다.
광고는 ‘단순히 알리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그냥 단순히 알린다면 그것은 뉴스에 불과한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고 호흡하고 공감하는 메시지 구조로 만들어야 그것이 비로소 광고라는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갭 그룹의 부활을 리드하고 있는 바나나 리퍼블릭의 최근 광고 캠페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번째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뭔가 명품을 추종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명품 브랜드 광고가 주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유저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광고를 본 소비자들의 동일시 현상으로 보면 모두 하이 퀄리티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광고와 뚜렷하게 달라진 또 다른 점은 광고표현의 그릇이 ‘바나나 리퍼블릭만의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다. 예전의 광고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캠페인은 표현의 형식만으로도 바나나 리퍼블릭임을 알 수 있는 독특한 폴리시를 갖고 있다. 물론 ‘What to say’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패션처럼 제품 자체의 변별력이 없고 브랜드 이미지가 혼재되고 있는 경우에는 ‘How to say’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광고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이 광고의 표현방법을 달리 하면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두꺼운 패션잡지를 보던 사람이 광고 페이지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잠깐이라도 멈추게 하는 힘을, 표현의 차별화를 통해 달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광고가 흡인력이 있는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관계 맺음’이라고 보인다. 즉 광고를 보면 강요하지는 않지만, 또 무엇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감정이입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대 마케팅에서 아주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이미지 유대(Image Bonding)’가 바나나 리퍼블릭의 광고에서 일어나고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이 나였으면’ 하는 바람이 일게 하거나, 내 삶의 목표 이미지가 되어서 그 브랜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가는 것, 바나나 리퍼블릭의 광고들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소비자로 하여금 러브마크화되어 브랜드 충성도가 쌓일 뿐만 아니라 구전 마케팅의 전파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광고 1>을 보면 앞 페이지에서 ‘FROM:’으로 호기심을 유도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스프레드 페이지에 대상자인 ‘TO:’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그들만의 해피엔딩인 ‘HAPPY GIVING’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나나 리퍼블릭를 선물하라는 메시지다. 집행된 시점이 연말연시였기 때문에, 미루어 짐작컨대 선물 특수를 겨냥한 캠페인으로 보인다.


 

<광고 2>도 같은 시점에 집행된 광고인데, 의도나 목표도 역시 같아 보인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집으로 들어서는 남편과 딸아이의 경쾌한 발걸음,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러움을 한껏 느끼게 하며, 선물에 약한 여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 두 광고를 보면서 바나나 리퍼블릭 광고에 대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방적인 외침의 광고가 아니라 뭔가 소비자들과 공감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겠구나’하는 기대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듯, 2005년에 시작된 뉴 캠페인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남녀의 사랑의 방정식을 드라마타이즈드 기법으로 만들어 타깃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시리즈이다. 누가 누구를 사랑함에 있어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연인마다의 사랑의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랑의 법칙들이 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게임이 아니라 ‘쿨하게 사랑하고 쿨하게 헤어질 수 있는’, 그런 사랑의 트렌드를 광고로 표현하고 있다.

<광고 3~8>은 금년에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캠페인인데, 젊은 남녀의 티격태격하면서 사랑하는 모습이 제품과 함께 절묘하게 매칭되어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라는 책을 연상하게 하는 캠페인이다. 존 그레이가 쓴 이 책은 “본디 남자는 화성인이고 여자는 금성인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명쾌한 비유를 통해 수많은 남녀의 갈등을 치유해 온, 행복한 남녀관계를 위한 바이블로 여겨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다.
바나나 리퍼블릭의 2005년 캠페인은 바로 이 <화성에서 온.....>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이해 못하고는 절대 넘길 수 없는 문제들을 제기하되, 심각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광고 3>에서 여자의 팔 사이로 작게 처리된 남자의 모습은 타깃이 생각하는 남자에 대한 의미로서, 남성 의존형이 아니라 여자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피에서도 여자가 남자를 무시한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으며, 비주얼에서도 남녀 사이즈 비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눈치 채게 하고 있다.


 

<광고 4>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첫 페이지에 있는 카피는 ‘잘못된 만남’의 인간관계를 연상하게 한다. ‘그녀는 항상 은밀하게 그의 형 에드워드를 좋아한다.’ 몸은 비록 앞에 있는 남자와 함께 있지만 그녀가 꿈꾸고 사랑하는 남자는 그의 형인 것이다. 다음 페이지에 있는 카피는 더욱 아픈 사랑에 대한 애잔함을 더해 주고 있다. ‘언제나 그가 쓴 엽서는 아직도 짐 속에 들어있다.’
만나고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동경하고, 떨어져 있어도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여자…… 아무리 앞에 있는 사람과 사랑을 나눠도 그리운 것은 역시 그 사람인 것이다. 이렇듯 사랑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때론 그 방황을 즐기는 젊은 날의 특권이 드라마 형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광고 5>는 사랑하는 사람끼리라도 의견충돌과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그때 어떻게 해결하고 다시 사랑의 감정으로 원상회복되는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모두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어 아무 단점도 보이지 않고 그저 모두 것이 예쁘고 멋있게만 보이지만, 만나면서 점점 서로 감정의 날을 세우게 된다. 그 과정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요, 한 인간에 대한 적응이라고 생각하면 서로가 즐거울 텐데, 반대로 나쁘게만 생각하면 갈등은 끝도 없고 결국 몇 개월 가지 않아 ‘도장 찍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이런 삭막한 남녀관계로 보면 이 광고는 연인들의 서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들은 결코 합의할 수 없는 충돌이 있었지만 그는 종종 양보하곤 했다.” 그러니 별 충돌 없이, 아니 심하게 다투어도 감정을 다스릴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화해하고 다시 사랑의 불꽃을 살릴 것이다. “반나절이 훌쩍 지나고 아직도 자동차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이 얼마나 완벽한 일인가.”
상황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것이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는….


<광고 6>은 알 듯 모를 듯한 카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최소한 이것은 그의 마지막 취미보다는 견디기 쉬웠다.” 마지막 취미가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남자의 생활인지, 아니면 우리가 모를 두 사람만의 비밀스러운 그 무엇, 예를 들면 은밀한 성에 관한 은어적 표현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참고 인내하는 것이 귀찮고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라 애교스럽다는 것이다.





<광고 7>도 묘한 감정의 흐름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단적으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세 사람의 관계가 긴 여운을 주고 있다. 특히 카피를 읽는 순간 세 사람의 관계에 뭔가 예기치 못할 변화와 아픔(?)이 있겠다는 추론을 하게 된다. “발레리는 어쩔 수 없이 소설의 가장 나쁜 부분을 큰소리 내어 읽었다.”







<광고 8>은 남녀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부닥칠 수밖에 없는 섹스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7초에 한번씩 섹스를 생각한다는 남자’와 ‘마음이 열려야 몸이 열린다는 여자’ 사이의 차이를 이 광고는 역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스프레드 페이지에 있는 카피가 허를 찌르고 있다. ‘마침내 그것은 명확해졌다. 그가 단지 책을 읽는 척하고 있었다는 것.’



<광고 9~11>은 같은 카피로 전개되고 있는데,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바나나 리퍼블릭은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것이다.“매일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것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티켓을 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바나나 리퍼블릭이 예술 그 자체이기 때문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티켓을 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전략으로 보이는데,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집행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 시리즈 광고는 이전에 집행된 광고들과는 확연히 구별되고 있다. 즉 일반 브랜드로 인식시키지 않고 고급 브랜드,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올리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광고가 그 선봉에 서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광고적으로 보면 2004년부터 완전히 달라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그 전까지가 갭 그룹의 우산 속에서 ‘상위 브랜드’ 정도로 포지셔닝되었다면, 이제는 ‘명품 브랜드’의 위상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광고가 깃발을 세우고 앞장서 가고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의 광고전략을 보면 골프와 비견할만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과거의 광고들은 ‘잘못된 티샷’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런칭을 하고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사랑 받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는 ‘그냥 그런 브랜드 중 약간 가격이 비싼 정도’로 포지셔닝된 것이다. 즉 골퍼가 티샷을 했는데 미스 샷을 한 경우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OB가 난 정도나 해저드에 빠진 정도는 아니지만, 산에 올라가 있거나 나무 밑에 떨어져 세컨드 샷을 하기 아주 어려운 지경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나나 리퍼블릭은 그린에 올리기 위한 무리한 샷을 하는 대신에 점진적인 변화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쌓아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의 고리들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맥락을 2~3년만 유지하는 광고가 지속된다면 바나나 리퍼블릭은 또 하나의 명품 브랜드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태생적 한계로 인해 비록 명품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매스티지(Masstige) 브랜드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임은 분명하다.

주) 세계적 광고회사인 ‘사치 & 사치’의 CEO인 케빈 로버츠는 제품, 서비스에서 경쟁 우위에 서고 싶다면 단지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러브마크가 되라고 주장한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제조사에서 소비자로 넘어간 현시점에서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출처: 경향신문 2005. 7. 31.)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