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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그룹의 부활을 리드하는 선봉장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은 갭(Gap)그룹의 고가 브랜드이다. 저가의 올드 네이비(Old Navy), 중가의 갭, 그리고 고가의 바나나 리퍼블릭으로 구성된 갭 그룹은 1990년대만 해도 ‘패션으로 코카콜라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90년대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갭이나 바나나 리퍼블릭의 쇼핑백을 들고 김포공항에 들어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것을 돌이켜 보면, 당시 갭 사의 야심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때의 갭 그룹은 월가(街)의 분석가들마저 그 어떤 경쟁 브랜드와도 비교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미 연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그 정도의 매출은 당시 패션회사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성과였기 때문이다.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불러 바나나 리퍼블릭의 출생지는 샌프란시스코이지만, 미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이 몰려 있는 뉴욕을 공략해야 한다는 전략 하에 뉴욕 매장에 집중했다. 매장 분위기도 음악적으로는 재즈를 연상하게 하고, 세련된 모던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꾸며 들어서는 순간 ‘이것이 뉴욕이다’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로 성장을 거듭한 바나나 리퍼블릭은 패션뿐만 아니라 침구와 홈패션에 이르기까지 미국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토털 컬렉션을 전개해 왔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제품 면에서도 심플한 디자인과 누구에게나 어울릴 수 있는 안정된 컬러로 뉴요커들의 각광을 받았다. 명품에 비해서 가격대가 합리적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입을 수 있을 만큼 저렴하지도 않았다. 아울러 디자인과 소재 면에서도 세련되고 모던해 뉴요커들이 평상복으로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컨셉트를 유지, 새로운 뉴욕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었다. Love Mark가 되려면 최근 들어 갭 그룹은 90년대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특히 광고가 이런 노력의 선봉에 서 있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만 해도 전성기 때의 광고는 오히려 특징도 차별화도 없었다. 그저 패션 브랜드들이 하고 있는 일반적인 광고를 했을 뿐이다. 시즌에 맞는 이미지와 밝은 표정의 모델, 그리고 제품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일상적으로 남에게 알리는 목적의 그런 광고였다. <광고 2>도 같은 시점에 집행된 광고인데, 의도나 목표도 역시 같아 보인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집으로 들어서는 남편과 딸아이의 경쾌한 발걸음,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러움을 한껏 느끼게 하며, 선물에 약한 여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 두 광고를 보면서 바나나 리퍼블릭 광고에 대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방적인 외침의 광고가 아니라 뭔가 소비자들과 공감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겠구나’하는 기대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듯, 2005년에 시작된 뉴 캠페인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남녀의 사랑의 방정식을 드라마타이즈드 기법으로 만들어 타깃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시리즈이다. 누가 누구를 사랑함에 있어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연인마다의 사랑의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랑의 법칙들이 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게임이 아니라 ‘쿨하게 사랑하고 쿨하게 헤어질 수 있는’, 그런 사랑의 트렌드를 광고로 표현하고 있다. <광고 3~8>은 금년에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캠페인인데, 젊은 남녀의 티격태격하면서 사랑하는 모습이 제품과 함께 절묘하게 매칭되어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라는 책을 연상하게 하는 캠페인이다. 존 그레이가 쓴 이 책은 “본디 남자는 화성인이고 여자는 금성인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명쾌한 비유를 통해 수많은 남녀의 갈등을 치유해 온, 행복한 남녀관계를 위한 바이블로 여겨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다. 바나나 리퍼블릭의 2005년 캠페인은 바로 이 <화성에서 온.....>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이해 못하고는 절대 넘길 수 없는 문제들을 제기하되, 심각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광고 3>에서 여자의 팔 사이로 작게 처리된 남자의 모습은 타깃이 생각하는 남자에 대한 의미로서, 남성 의존형이 아니라 여자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피에서도 여자가 남자를 무시한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으며, 비주얼에서도 남녀 사이즈 비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눈치 채게 하고 있다. <광고 4>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첫 페이지에 있는 카피는 ‘잘못된 만남’의 인간관계를 연상하게 한다. ‘그녀는 항상 은밀하게 그의 형 에드워드를 좋아한다.’ 몸은 비록 앞에 있는 남자와 함께 있지만 그녀가 꿈꾸고 사랑하는 남자는 그의 형인 것이다. 다음 페이지에 있는 카피는 더욱 아픈 사랑에 대한 애잔함을 더해 주고 있다. ‘언제나 그가 쓴 엽서는 아직도 짐 속에 들어있다.’ 만나고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동경하고, 떨어져 있어도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여자…… 아무리 앞에 있는 사람과 사랑을 나눠도 그리운 것은 역시 그 사람인 것이다. 이렇듯 사랑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때론 그 방황을 즐기는 젊은 날의 특권이 드라마 형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광고 5>는 사랑하는 사람끼리라도 의견충돌과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그때 어떻게 해결하고 다시 사랑의 감정으로 원상회복되는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모두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어 아무 단점도 보이지 않고 그저 모두 것이 예쁘고 멋있게만 보이지만, 만나면서 점점 서로 감정의 날을 세우게 된다. 그 과정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요, 한 인간에 대한 적응이라고 생각하면 서로가 즐거울 텐데, 반대로 나쁘게만 생각하면 갈등은 끝도 없고 결국 몇 개월 가지 않아 ‘도장 찍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이런 삭막한 남녀관계로 보면 이 광고는 연인들의 서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들은 결코 합의할 수 없는 충돌이 있었지만 그는 종종 양보하곤 했다.” 그러니 별 충돌 없이, 아니 심하게 다투어도 감정을 다스릴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화해하고 다시 사랑의 불꽃을 살릴 것이다. “반나절이 훌쩍 지나고 아직도 자동차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이 얼마나 완벽한 일인가.” 상황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것이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는…. <광고 9~11>은 같은 카피로 전개되고 있는데,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바나나 리퍼블릭은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것이다.“매일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것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티켓을 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바나나 리퍼블릭이 예술 그 자체이기 때문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티켓을 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전략으로 보이는데,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집행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 시리즈 광고는 이전에 집행된 광고들과는 확연히 구별되고 있다. 즉 일반 브랜드로 인식시키지 않고 고급 브랜드,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올리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광고가 그 선봉에 서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광고적으로 보면 2004년부터 완전히 달라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그 전까지가 갭 그룹의 우산 속에서 ‘상위 브랜드’ 정도로 포지셔닝되었다면, 이제는 ‘명품 브랜드’의 위상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광고가 깃발을 세우고 앞장서 가고 있다. 주) 세계적 광고회사인 ‘사치 & 사치’의 CEO인 케빈 로버츠는 제품, 서비스에서 경쟁 우위에 서고 싶다면 단지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러브마크가 되라고 주장한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제조사에서 소비자로 넘어간 현시점에서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출처: 경향신문 2005. 7.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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