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회에 걸쳐 연재되고 있는 ‘BTL 세상’의 제1회에서는 BTL의 개념을 정리했다면, 제2회에서는 BTL의 구체적인 사례를 다루었다. 이번 최종회에서는 이러한 BTL 영역의 한국시장에서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BTL을 향한 광고회사의 노력
국내 광고회사는 2004년을 기점으로 과거의 프로모션·SP(Sales Promotion)등의 부서 명칭을 BTL로 개명하거나 신설했다. 2004년 LG애드·제일기획·금강기획·코래드를 시작으로 2005년 현재까지 총 7개 사가 BTL 담당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실행조직의 명칭만을 BTL 부서로 개명한 곳과, BTL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실행팀을 유지한 상태에서 BTL 전략기획 및 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창설하는 등의 형태를 띄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회사가 프로모션 업무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BTL 업무 영역의 확장 및 전문성 확보를 목표로 단순한 실행에 머물지 않고 강력한 브랜드 구축을 위한 통합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BTL 컨설팅 능력의 확보를 중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한국시장에서 BTL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1980년대 후반에 이벤트가 하나의 산업 분야로 인정된 이후 SP 부서에서 프로모션 부서로, 그리고 IMC 부서로의 영역 확장을 위한 개명 때와는 분명 다른 배경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의 경우 광고라는 메인 프레임에서 광고주의 만족을 위한 통합 마케팅 차원의 부가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구색 맞추기의 의미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4대 매체를 중심으로 하는 매스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대안으로서, 또는 광고시장 위축에 따른 돌파구로서 좀더 의미가 확대되어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BTL 활용 성공 사례
국제광고협회(IAA) 회장을 역임한 조 카포(Joe Cappo)는 <광고의 미래(The Future of Advertising)>에서 ‘주요 광고회사들의 합병과 거대 지주회사의 등장, 15%대의 대행수수료제 붕괴, 뉴 미디어의 등장, 기존 매체의 몰락, 범람하는 메시지들 사이에서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가치 하락’ 등을 지적하면서 “광고의 즐거움은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광고업계가 앞으로 5년 후에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변화를 예측, 인식하고 적응하는 길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광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BTL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연간 광고비로 40억 달러를 집행하는 전통적인 대형 광고주인 P&G는 속쓰림치료제 ‘프릴로섹’의 출시와 더불어 전체 마케팅 예산의 3/4을 BTL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 1/4을 ATL부분에 집행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P&G 전체 이익의 10%이상의 상승을 가져다 준 효자상품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지는 2004년 미국의 ATL 시장 규모는 3,430억 달러, BTL의 시장규모는 4,000억불로 역전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BTL 영역의 관심 확대는 한국시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GM대우는 인천 부평구에 상시 고객시승센터 1호점인 인천 고객시승센터를 개소했으며, 인천과 부산·대전 등 3곳에서 시승센터를 시범운영한 뒤 2006년까지 전국 24개 지역에 고객시승센터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시승 고객의 52%가 실제로 차량을 구매할 만큼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임이 확인된 데에 따른 것이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여름 시즌을 맞아 구매접점인 서울·경기 지역 대형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전브랜드 상품군을 대상으로 ‘하하夏 빙고 Festival’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전년 동기대비 이마트 35%, 홈플러스 66%의 매출상승 효과를 거둠으로써 In Store Promotion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다.
LG텔레콤은 소비자 접점에서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폰앤펀’을 2005년까지 전국 11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기업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일정 수준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체험할 수 있는 Flag-Shop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7억 원 상당의 수퍼 럭셔리 자동차인 마이바흐(Maybach)의 한국시장 런칭 캠페인에서 일체의 매스마케팅을 집행하지 않았다. 그 대신 퍼블리시티, 소수 가망고객의 체험과 상담을 위한 런칭 파티, 기존 고객 및 VIP 대상의 다이렉트 마케팅, 전담 상담사원제 등을 활용해 최초 판매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한편 스포츠 스타와 스포츠 경기의 스폰서십을 활용하는 스포츠 마케팅 또한 BTL의 대표적인 활동 중의 하나이다. 최근 GS건설은 FC서울의 유니폼 후원을 통해 ‘박주영 신드롬’에 의한 마케팅 효과가 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LG전자의 경우 ‘박주영폰’의 개발과 가전제품 후원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일즈 프로모션·다이렉트 마케팅·스폰서십 마케팅·마케팅 PR 등 수없이 많은 BTL 활동들이 개별적 또는 통합적으로 매일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BTL은 다매체 시대로의 진입과 더불어 한층 주목받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떠오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양적, 질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직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적 BTL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고회사는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는 없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서비스,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해결 과제
1.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교화된 BTL 서비스’
현재 브랜드별로, 조직별로 무수히 많은 BTL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전략적, 통합적인 계획에 입각한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계획수립 단계에서 전략목표 수립을 위한 지표가 설정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성과에 대한 모호한 결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지표로 다음 집행 시 문제점을 개선하며 효과적인 부분을 더욱 발전시키는 과정이 반복되어지는 장기적인 BTL 캠페인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일회성 활동만을 양산하고 있다.
2.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BTL 전문가’
현재의 BTL 부서의 특징은, BTL 업무 영역과 가장 근접하기는 해도 엄밀히 말하면 BTL의 일부 영역인 세일즈 프로모션 부서와 그 전문인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SP 관련 분야의 전문성은 확보하고 있으나 기타 영역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존재한다. 또한 BTL 전략 전반의 이론적 양분을 제공하는 학계의 연구도 전무한 상태여서 아직까지는 초기단계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BTL 서비스에 대한 ‘보상시스템’
BTL 서비스의 보상시스템은 실행 부분에 대해서만 광고회사의 수익 시스템인 커미션 시스템(대행수수료제)을 적용 받고 있다. 그러나 커미션 시스템은 동일한 매체의 대량 구매에 따른 수익 시스템으로서, 세분화된 시장을 목표로 다양한 툴의 효율적인 통합을 지향하는 BTL 서비스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므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따른 보상, 광고회사의 효율적 BTL 서비스 집행을 위해서는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 도입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4. 전략적 서비스의 정착을 위한 ‘BTL 전략모델과 시스템’
1990년 일본에서는 매스 미디어를 통한 브랜드 관련 정보 제공보다는 고객 체험가치(Value of Experience)제공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고객이 브랜드, 또는 관련 메시지를 접하는 무수히 많은 접점의 규정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서 ‘IMC 전략모델’을 개발했다. 이러한 전략모델은 고객접점에서의 다양한 DB를 구축함으로써 전략 수립 시 고객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별 역할에 따른 최적의 조합을 제시하고, 캠페인 집행 성과를 일정한 지표에 의해 보여주고 있다.
덴츠(Dentsu)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CPM(Contact Point Management)’이라는 전략모델을 활용하고 있으며, 하쿠호도(Hakuodo)는 ‘TPM(Touch Point Management)’을 활용하고 있다.
ATL과 BTL은 업무 영역의 특성을 구분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변화하는 마케팅 환경은 ATL만으로 풀 수 있는 과제와 BTL만으로 풀 수 있는 과제로 구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다양성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근래에는 ‘CTL(Cross The Line)’, ‘TTL(Through The Line)’이라는 이야기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곧 하나의 마케팅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ATL과 BTL이 전략적으로 통합되고 집행될 수 있는 시스템과 서비스의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전략적 BTL 서비스는 결국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서비스의 전략적 재배치와 효과적인 통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직적, 개인적인 전문성과 경험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ATL 전문인력과 시스템, BTL 전문인력과 시스템이 상호 업무에 대한 관심 속에 융합되어야 하며, 그것이 곧 직면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레오 버넷(Leo Burnett)은 1986년 자회사인 DM Agency를 본사에 합병시켰다. 이에 대해 사내외, 광고계, 그리고 언론계 등에서 ‘기존 광고인들과의 접목이 힘들 것’이라 예상하는 가운데, 매스 마케팅의 첨병이었던 광고인력과 매스 마케팅을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다이렉트 마케팅 인력들의 어울리지 않는 동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다른 광고회사들이 다이렉트 마케팅을 도입하고, 결국 IMC 체제로 변신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 광고업계의 수익에서 DRA(Direct Response Advertising)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대로 확대되어 있다는 점은 되새겨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