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0 : Creator's Eye - Ambient Media, 그 무한한 아이디어의 보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Creator's Eye_그 무한한 아이디어의
보고
 
  어!
여기에도 광고가 되네?
 
장 훈 종 CD | 크리에이티브 부문
hjjang@lgad.lg.co.kr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산다

“이 세상은 산소와 질소와 광고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의 수필가이자 광고인인 로베르 괴링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오늘날의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요. 하지만 광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날수록 4대 매체를 위주로 한 광고의 효과는 점점 더 떨어져가고, 크리에이터들은 그 속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기 위해 밤을 지새웁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이 회의실이나 책상 위의 영역에서만 해결 가능한 문제일까요? 조금만 눈을 돌리고,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되고, 크리에이티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광고들이 있습니다.

미디어도 크리에이티브다!

소개해드릴 광고는 ‘앰비언트 미디어(Ambient Media)’라는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광고물들입니다. 아시다시피 ‘앰비언트’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주위를 둘러싼, 포위한’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광고매체로서의 앰비언트 미디어는 우리의 생활 속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매체로 활용하는 미디어라는 뜻이지요. 옥외광고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정형성을 띠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차별이 됩니다. 또 매체 그 자체가 크리에이티브의 핵심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것도 하나의 주목할만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이제 앰비언트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물을 살펴보지요.

<광고 1>은 인도의 어느 환경보호단체가 자동차 배기가스의 유해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광고 포스터입니다. 그런데 포스터를 붙여 놓은 위치가 정말이지 엉뚱합니다. 자동차의 배기구 바로 위에 포스터를 붙여 포스터 속의 사람이 배기구를 마치 담배처럼 물고 있도록 만들었지요. 카피는 “배기가스는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당신의 폐에 해롭습니다”라고 말하고 있군요. 만약 이 광고가 그냥 평범한 건물의 벽에 붙어 있었다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있었을까요? 자동차의 배기구라는 의외의 공간에 광고를 위치시킴으로써 이 광고의 아이디어는 그 기발함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광고 2>는 호주의 페이튼 비료회사 광고입니다. 우선은 광고물 자체가 하나의 화분의 형태로 제작되어 있는 게 눈길을 끕니다. 거리의 커다란 가로수가 마치 화분 위에 심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요. 페이튼의 비료를 쓰면 어떤 식물이건 이처럼 크게 잘 자란다고 암시하는 극과장적인 표현방법이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듭니다. 작은 화분 하나로 커다란 가로수 전체를 거대한 광고의 매체로서 극대화시켜 활용함으로써 그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광고 3>은 맥켄에릭슨 싱가포르가 제작한 어느 제약회사의 영양제 광고입니다. 포스터 속에는 동전을 쥐고 있는 양손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헤드라인도 바디카피도 아무런 메시지도 없습니다. 우측 상단에 작은 약병이 하나 놓여있을 뿐입니다. 이 광고를 주의 깊게 봐야할 포인트는 바로 포스터를 붙여 놓은 위치입니다. 의도적으로 굴곡이 있는 벽면에 붙여 놓았지요. 구부러진 벽면은 포스터 속의 동전도 휘어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데, 그러한 벽에 포스터를 붙임으로써 양손으로 동전을 휘어지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겁니다. ‘이 영양제를 먹으면 힘이 세어진다’는 메시지를 이런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 포스터를 그냥 평평한 벽면에 붙였다면 아무런 아이디어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미한 광고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구부러진 벽면 자체를 의외성 있는 매체로 활용해 제품의 속성을 매우 크리에이티브하고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고 4>는 제이월터톰슨이 제작한 사리돈 광고입니다. 사람의 옆모습을 음각으로 오려낸 포스터이지요. 카피는 “깨질 것 같은 두통에서 당신을 해방시켜 줍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포스터를 붙인 벽면을 보니 심하게 금이 가 있고, 그 갈라진 면은 머리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아하! 이쯤 되면 갈라진 벽을 통해 두통을 표현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간파하실 수 있을 겁니다. 비주얼 대신 포스터를 음각해 오려 놓았다는 아트워크의 발상도 신선하지만, 역시 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핵심은 갈라진 벽이라는 매체에 있을 것입니다. 금이 간 벽을 보고 누군가는 부실공사를 생각하고, 누군가는 장마로 인한 재해를 걱정하겠지만, 광고맨의 눈에는 그것이 두통을 표현하는 기발한 크리에이티브의 소재로 떠올려졌을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나 있다!

크리에이티브의 매체, 아이디어의 소스는 우리의 생활 곳곳에 존재합니다. 출근길에 타고 온 자동차의 배기구 속에도, 거리에 심어진 가로수 기둥에도 말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란, 전혀 없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번쩍 생겨나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것이며, 그것들을 찾아내어 제품과의 의미를 결합시키는 것이 바로 크리에이터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뭐 더 좋은 건 없나?”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크리에이티브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속에 오늘도 부지런히 아이디어를 찾아 두리번거려 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