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대박’ 드라마는 의심의 여지없이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평범하지만 씩씩한 30대 노처녀 김삼순을 내세워 ‘삼순이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끝에 올해 드라마 최고의 시청률인 50%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사정이 이러하자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계에서 이를 절대 놓칠 리 없다.
지난 7월 21일 종영했지만 광고를 통한 ‘삼순이 후폭풍’은 거세기만 해 광고계에서도 드라마 못지않은 인기를 끌며 숱한 화제를 낳았다. 드라마 방영 당시 광고계를 뜨겁게 달군 데 이어 종영 후에도 광고를 통해 ‘삼순이 신드롬’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한 편을 통해 4명이 한꺼번에 스타덤에 올라 광고계의 주목을 받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드라마의 인기가 광고로 반영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난 6~7월 두 달간에 걸쳐 방송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선아·현빈·정려원·다니엘 헤니 등을 모델로 한 각종 CF가 드라마 후반부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까지 전파를 타 화제가 될 정도였다.
굳세구나, ‘삼순이 열풍’
‘삼순이 신드롬’의 진원지는 바로 ‘삼순이’ 김선아이다. 미모와 세련미로 대변되는 드라마 여주인공의 ‘전형’을 깨고 30대의 뚱녀로 나와 ‘삼순이’들의 마음속에 팍 꽂히는 걸쭉한 대사와 술주정 장면 등의 열연을 펼친 만큼 김선아가 등장하는 CF에는 어김없이 ‘삼순이 코드’가 관통하고 있다.
드라마 이후 김선아는 BBQ의 ‘올리브치킨’ 브랜드 광고에서 팝송 <Only You>를 개사한 ‘올리브유’를 외치며 닭다리를 들고 유혹하는 듯한 자태로 코믹연기를 펼쳤다. 또 다른 CF에서는 대여섯 살쯤 된 남자아이가 김선아를 아줌마라 지칭하며 축구공을 달라고 한데 이어 점원까지 아줌마라 부르자 이성을 잃고 ‘삼순이 모드’로 돌변해 자신이 왜 아줌마냐며 항변하는 연기를 보인다.
‘삼식이’ 현빈은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됐다. 초고속 인터넷 및 패션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던 현빈은 드라마 출연 이후 화장품 회사와 계약을 맺고 ‘꽃미남’으로 변신, 그 광고에서 극중 삼식이를 연상시키는 패션에 상대 여성모델의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유들유들한 멘트를 날린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패러디한 광고도 눈길을 끌었다. 극 중 한라산 등반장면이 방송되자마자 현빈이 김선아에게 초코파이를 건네주는 장면을 패러디해 발 빠르게 하루 만에 제작한 초코파이 광고가 방송된 것이다. ‘출산드라’ 김현숙과 개그맨 손헌수가 각각 삼순과 삼식이로 등장했다.
정려원은 청순가련하면서도 강인한 내면을 가진 극중 이미지를 주목한 광고업계의 러브콜을 연이어 받고 있다 드라마 방영 당시 여성 캐주얼·주스음료·화장품 브랜드 등의 모델로 발탁된 데 이어 드라마 종영 후에도 캐주얼 브랜드 및 언더웨어, 주류 제품의 모델로 연속 캐스팅된 것이다.
영국계 혼혈인 다니엘 헤니도 마찬가지. 동서양의 매력이 조화를 이룬 이국적인 마스크와 뛰어난 체격조건으로 국내에서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그는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 동안 광고에서의 이미지로만 머물던 그가 쿨한 의사인 헨리 킴 역으로 날개를 달면서, 네티즌 사이에 ‘찬(讚)다니엘가(歌)’가 나돌 정도로 나이를 막론하고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에 대한 광고계의 손짓도 뜨겁다. 드라마 출연 이후 항공사 및 패션 브랜드 등 굵직한 CF에 캐스팅된 것이다.
‘삼순이 신드롬’의 최대 수혜자는?
‘삼순이 신드롬’의 중심에는 김선아가 있지만, 광고에서만큼은 김선아보다 주변 인물들이 ‘삼순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를 통해 캐스팅된 광고편수와 종류가 이를 입증한다. 먼저 김선아는 두 편의 CF에 출연해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소박한’ 수준이며, 분야도 식품과 음료부문에 국한됐지만, 두 편에서 모두 업계 최고 수준의 개런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드라마 속 ‘삼순이’는 전형적인 빅모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광고주들은 고급스럽고 여성스러운 ‘특별한 존재’로 보이는 여성 빅모델의 이미지를 투영시키고 싶어 하지만 극중 김선아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기존의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더욱 돋보여 출연광고도 친근하고 편안함으로 다가서는 분야에 치중됐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빈은 드라마를 통해 광고 출연료가 급등했다. 화장품 회사와 계약기간 2년에 10억 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개런티를 받았다. MBC드라마 <아일랜드>로 주목받은 후 지난해 11월 한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와 6개월 동안 5,000만원에 계약할 때와 비교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광고 출연 편수로 따져보면 김선아-현빈 커플보다 단연 정려원-헤니 커플이 두드러진다. 가능성 있는 신인과 전문모델 정도로 인식되던 이들은 드라마 한편으로 정상급 광고모델로 발돋움했다. 정려원은 ‘광고모델의 꽃’인 화장품을 비롯해 의류·속옷·주류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로 찾아오고 있다. 드라마가 방영된 두 달 동안 3편의 CF에서 5억 3,0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총 6편의 광고에서 11억 3,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아 10억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드라마 종영 후인 지난 8월 한 달간 3개의 CF를 연달아 꿰찼고, 가장 최근에 계약한 주류 브랜드와는 1년, 3억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전문 광고모델로 활동한 다니엘 헤니도 여성모델이 주를 이루는 항공사 광고를 비롯해 음료·의류 등의 광고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방영 당시에도 전업종에 걸쳐 매일 4~5건의 광고 제안이 쏟아져 소속사에서 그의 이미지에 맞는 광고만 선별하는 데에도 바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물론 개런티도 드라마 출연 전보다 무려 10배가량 급등했다고 한다. 한국어가 서툴러 그의 인기가 ‘한때의 바람’ 정도로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최근 토크쇼와 이벤트 등에서 보여준 따뜻한 미소와 인간적인 모습에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의 흥행이 광고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많은 화제를 낳았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뒤를 이을 만한 새로운 드라마, 그리고 새로운 광고계의 스타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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