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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잊기 위해 시원한 맥주를 찾곤 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은 미국 맥주시장의 성수기로, 다른 계절에 비해 맥주 판매량이 급증한다. 미국 맥주시장은 다양한 광고활동과 유통력 강화로 지난 10여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룩했는데, 최근에는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칼로리 맥주시장 확보를 위한 치열한 광고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의 미국 맥주시장 및 광고 경향을 분석하고, 맥주광고시장을 둘러싼 전반적인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 ||||||||||
맥주 광고비 90% TV에 집중 한편, 미국 내 맥주시장은 지난 10년간 시장 자체의 꾸준한 성장세로 업계가 호황을 누렸으나 최근에는 그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그림 1>. 그러나 이러한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맥주시장은 2억 배럴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51.9%를 기록한 앤하이저 부시(Anheuser-Busch) 사는 효자 상품인 버드라이트를 앞세운 전략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업계 2위와 3위인 밀러(Miller Brewing)와 쿠어스(Coors)는 작년 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업계 선두주자와 이를 뒤쫓는 경쟁업체를 확실히 구분 짓게 하고 있다<표 1>. 현재 이 상위 3개 사는 82%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미국 내 군소업체들은 도산하거나 아주 미미하게 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상위 10대 맥주 브랜드를 살펴봐도 이들 3개 사의 영향력을 쉽게 실감할 수 있다<표 2>. 미국 내 10대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고 있는데, 코로나 엑스트라(Corona Extra) 를 제외한 9개 브랜드가 예외 없이 모두 빅3의 제품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판매량과 소유구조를 기준으로 미국 맥주시장이 이제 과점시장으로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해 몇몇 수입맥주 브랜드들의 선전 또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코로나 엑스트라의 꾸준한 1위 고수와, 기네스(Guinness)·코로나 라이트(Corona Light)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 ||||||||||
그런데 제품의 이미지가 중요한 맥주의 특성상 업체들은 광고 수단으로 TV광고를 주로 활용하는데, 약 90%의 광고비가 TV에 집중되고 있다. 2003년에는 약 6억7,000만 달러 어치의 맥주광고가 TV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었다. 이를 세분해보면, 전체 TV광고 물량 중 네트워크 TV에 68.3%가 집중되었고, 나머지는 케이블 TV와 신디케이티드 TV로 나눠졌다<표 3>. 이 중 2003년 케이블 TV 광고물량이 전년(19.1%)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은 케이블 TV의 세분화된 소비자층을 이용, 타깃팅 전략으로 주 소비층인 젊은 남성이나 신세대 여성을 겨냥한 광고를 집중한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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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사의 공격적인 광고와 앤하이저 부시의 맞대응 밀러(Miller Brewing Co.) 사는 2002년 모회사였던 필립 모리스(Phillip Morris Co.)로부터 분리해 남아프리카의 SABMiller로 편입되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되는 마케팅 활동이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경쟁사인 앤하이저 부시와 쿠어스에 많은 시장을 잠식당해, 판매량 면에서 1위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한해 앤하이저 부시가 135억 달러의 미국 내 판매량을 기록한 반면, 밀러는 48억 달러만을 기록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한마디로 대변해주고 있다. |
이처럼 공격적인 밀러 사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앤하이저 부시가 잠자코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앤하이저 부시는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버드라이트의 출고가격을 인하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며 맞대응하고 있다. 특히 업계 선두주자인 앤하이저 부시는 경쟁업체로부터 광고 공격을 받으면, 항상 이에 대응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것으로 유명해 점입가경의 광고전이 펼쳐지고 있다. 맥주의 맛 대결을 주장한 밀러 사에 대응해 버드라이트는 ‘Choose on Taste’ 광고를 제작·집행하는데, 그 내용은 모든 라이트 맥주가 탄수화물 함유량이 적지만 신선하고 부드러운 진짜 맥주 맛을 원한다면 버드라이트를 선택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광고 5>. 밀러 사의 광고 공격에 대한 대응광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996년 슈퍼볼 광고에 처음 등장해 ‘Bud- Weis- Er-’를 외치던 세 마리의 녹색 개구리(Bud Frogs)와 함께 선보인 두 마리의 도마뱀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버드와이저의 광고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이 광고 시리즈는 주 소비자층인 저소득층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며 오랜 기간 소비자에게 노출되어, 광고계의 고전이 되어버렸다. 이에 앤하이저 부시는 밀러 사의 광고를 반격하기에 제일 좋은 캐릭터로 Bud Frogs을 비웃던 두 마리의 도마뱀을 선정했다. Goodby, Silverstein & Partners가 제작한 버드와이저의 새로운 TV광고에 등장하는 두 마리 도마뱀의 대화는 밀러 사가 외국인 소유의 회사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밀러의 ‘맥주대통령’광고 시리즈를 풍자하고 있다<광고 6>. 그런데 이광고는 유머도구를 이용한 재미있는 광고로 평가되고 있지만, 일부 마케팅 전문가들은 시장의 선두주자인 앤하이저 부시가 상대적 판매량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밀러 사의 공격에 대응해 광고를 내보는 것은 오히려 현명한 전략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공격적 마케팅에 반응해 대응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두 업체가 비슷한 경쟁관계에 있을 때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현재와 같이 두 업체간의 판매량이 큰 차이를 보일 때는 오히려 후발 경쟁업체의 전략을 도와주는 꼴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양사 간의 맥주 광고전을 지켜보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치열한 마케팅 활동을 코카콜라와 펩시가 겪었던 콜라전쟁에 비유하고 있지만, 콜라전쟁을 주도했던 가격인하 정책과는 달리 공세와 수세를 반복하는 광고전이나 유통망 장악을 위한 홍보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저칼로리 맥주시장의 급속한 성장
최근 빅3 맥주 제조업체들은 30년 전 라이트 맥주 등장 이후 저칼로리 맥주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장 치열한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실제, 미국 내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칼로리 맥주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다. 앞의 <표 2>에서 보듯 판매량 기준 상위 10대 맥주 브랜드를 살펴보면 미국 내 라이트 맥주의 인기를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상위 5대 브랜드 중 버드와이저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라이트 맥주인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 올 한해 빅3는 라이트 맥주를 중심으로 한 개별 저칼로리 맥주 브랜드를 지원하기 위해 약 3억 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현 부시 정부의 느슨한 기준 적용으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였던 맥주 제조업체들은 최근 들어 여러 종류의 법적 제제에 부딪치고 있다. 알코올 및 담배 세금교역국(The Alcohol and Tabacco Tax and Trade Bureau: TTB)은 최근의 저칼로리-저탄수화물 맥주광고가 ‘이런 맥주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거나 활동성을 높여줄 것만 같은 암시적 내용을 담고 있음’을 지적하여 업체에 주의를 주었다. 실제 미켈롭 울트라의 광고는 남녀가 함께 운동을 한 후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TTB의 이런 경고에 대해 앤하이저 부시측은 이 광고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
“경제가 어떻든 사람들은 술을 마시게 마련이다.” 주류업계의 이 오래된 격언은 최근 불황을 딛고 연착륙하고 있는 미국 경제와 맞물려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맥주업계의 현실에 들어맞는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 또한 앳킨 다이어트 열풍과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는 미국 국민의 트렌드는 저칼로리 맥주의 눈부신 성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저칼로리 맥주시장의 수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앤하이저 부시와 이에 도전장을 내고 광고전을 펼치고 있는 경쟁사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광고전이 실제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광고전문가들도 예측을 꺼려하고 있다. 아울러 각종 법적 규제와 정부기관의 압력은 향후 맥주광고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