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8 : Global Report - 영국 - 매그넘 ‘7 Deadly Sins’ 캠페인을 통해 본 아이스크림 광고전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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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국 -
매그넘 '7 Deadly Sins' 캠페인을 통해 본 아이스크림 광고전
  똑똑한 아이스크림에
인간의 근본 죄악 이미지를?
 
이 대 의 | University of Lancaster 석사과정
daram1@hotmail.com
 
여름의 인기품목은? 아마 무더위를 식혀줄 만한 아이스크림을 단연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유럽을 강타한 30도를 웃도는 이상 폭염 때문이었는지, 벌써부터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은 올 여름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마케팅 전략에 고심중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이제 단순히 길거리를 지나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사먹는 충동 구매 상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계절을 타지 않는 고급 디저트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대개 계절적 요소를 고려하고, 소비자들의 충동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내 가판대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 판촉전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대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프리미엄급 진열대가 전문적으로 마련되어 1년 내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영국의 아이스크림 시장의 경우 한동안 새로운 제품들이 나오지 않아 전반적으로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고작 기존의 브랜드를 확장한 제품들(Mars나 Maltesers 같은 브랜드들)이 대다수였는데, 특히 기존의 초콜릿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런칭하여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이번 호에서는 영국의 럭셔리 아이스크림 마케팅 현황을 살펴보면서 매그넘의 ‘7 Deadly Sins’ 등을 통해 아이스크림 업계의 새로운 광고전략 흐름을 알아본다.


사계절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이 시장 선도

요즘 아이스크림 시장은 점차 고급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러한 고급 아이스크림들이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은 영국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가 근본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있어서도 건강을 생각할 정도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으며, 둘째,아이스크림 구매 시 더욱 더 맛있는 고급 디저트로서의 가치를 고려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하이 퀄리티 아이스크림 시장은 크게 두 개로 나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1990년대 벤 앤 제리스(Ben & Jerry’s)를 필두로 하여 Carte D’Or나 매그넘(Magnum) 등이 선도하는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 시장과, 하겐다즈(Haagen-Dazs)·벤 앤 제티스(Ben & Jetty’s)·테스코 앤 파이니스트(Tesco Finest)·그린 앤 블랙(Green&Black’s)이 주도하는 슈퍼 프리엄급 아이스크림으로 나눠진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최근 들어 영국 내 대형 슈퍼마켓들의 자체 브랜드들(예를 들어, 테스코의 파이니스트 등)이 가격할인 공세로 하겐다즈 같은 기존 브랜드 리더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4년 3월말 현재 이러한 슈퍼마켓 브랜드들은 지난해 대비 13%의 매출액 증가를 보였으며, 1억 7,800만 파운드 어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슈퍼마켓 브랜드란 단지 가격만 싸고 질은 떨어진다’는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비슷한 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강력한 호응을 얻으며 빠른 속도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슈퍼마켓 브랜드들의 이러한 공세는 프리미엄급에 그치지 않고, 슈퍼 프리미엄급까지 확대되었다. 테스코는 이미 Mmm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유니레버(Unilever)의 베스트셀러인 매그넘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다른 슈퍼마켓 브랜드들인 아스다(Asda)및 세인즈베리(Sainsbury)도 곧 참여할 태세를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영국 국민들의 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저지방 아이스크림 시장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AC닐슨(AC Nielsen)리서치에 따르면 올해까지 졸레로(Solero)나 Carte
D’Or 같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저지방 아이스크림 시장은 7.5%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이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아이스크림은 마치 초콜릿처럼 파티용 선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고급 아이스크림 브랜드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을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매그넘의 ‘7 Deadly Sins’ 캠페인

매그넘의 ‘7 Deadly Sins’ 캠페인은 영국 아이스크림 업계에 획기적인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유니레버 사는 매그넘을 새로운 버전으로 7가지 각각 다른 맛으로 출시하였다. 그리고 7가지 제품 각각의 맛과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이를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죄악(Sins)적인 욕구를 컨셉트로 연결시키고 7가지 각기 다른 캠페인 광고를 제작하였다.
그럼 먼저 이번 캠페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각 제품의 특성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Gluttony’ 제품은 단어 뜻 그대로 제품 안에 들어가 있는 원료만 보더라도(두 겹의 초콜릿 안에 쌓여진 초콜릿 아이스크림) 얼마나 그 자체로 과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또 ‘Vanity’ 제품은 인간의 허영심을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샴페인 소스를 살짝 발랐다. 그리고 이러한 7가지 각기 다른 제품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Deadly’라는, 강도 높고 괴기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신비감을 노출시키는 캠페인을 채택한 것이다.
광고를 들여다보면, 처음 이 캠페인을 접했을 때 어떻게 아이스크림 광고를 저토록 괴기스럽고 어두운 분위기로 만들었을까, 그 모험적 태도에 놀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각각의 캠페인들의 일관성 유지에 또 한번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사실 그 동안 매그넘의 광고들은 섹스 어필적 성향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요염한 여성모델을 등장시켜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성적인 상상으로 풀어간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번 캠페인 역시도 섹슈얼 이미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Lust’ 제품 캠페인의 경우 빨간색 매그넘 아이스크림과 더불어 도발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일관성 있는 미디어 전략

그럼 이제 지난 1년 간 행해진 이번 캠페인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매그넘은 우선 Lust (정욕)과 Sloth(게으름)의 2가지 컨셉트부터 표현해 나갔는데, 이 2개의 캠페인이 런칭되고 4주만에 매그넘은 무려 15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5월에는 Gluttony(과식)와 Greed(탐욕) 캠페인을 런칭하고, 7월에 Jealousy(질투)와 Revenge (복수) 캠페인을 런칭하였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유니레버는 절대로 조급하게 소비자의 이목을 끌려 하지 않은 채, 각 캠페인을 2개월 단위로 런칭한 후에 다음 새로운 2개의 컨셉트를 가지고 교체해나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7번째 컨셉트인 Vanity(허영)를 런칭할 때에는 Gluttony(과식)를 다시 끼워 런칭했는데, 이는 초기에 오디언스가 갖고 있는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이었다(특히 영국 소비자들이 금요일 밤에 과식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금요일 밤 TV광고를 놓치지 않았다).
매그넘은 TV와 극장에서의 광고를 이미 2003년 3월초부터 집행했는데, 이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사전 인지도 제고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타 미디어와의 연계성을 위해 TV광고를 중심으로 하되 온라인 및 라디오 프로모션들도 함께 이어나갔다. 그 중 라디오의 경우 약 5개월 동안(일반적인 라디오 프로모션들이 3개월 점인 것을 감안한다면 약간 더 길었다) Capital FM competition 및 Heat magazine 등과 같은 음악채널을 활용, 젊은층에게 강하게 어필하였다. 또한 PR 캠페인과 온라인 캠페인은 TV 캠페인보다 2달 가량 먼저 실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은 만약에 2가지 초기 컨셉트가 TV 캠페인에서 실패할 경우 그것이 곧바로 매출에 타격을 가져올 것을 우려, 초기부터 꾸준히 PR과 온라인 캠페인을 실시하여 오디언스들의 인지도를 어느 정도 높인 다음 본격적으로 전파매체에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져나가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캠페인은 캠페인 시작 전 동일 기간에 비해 17%의 판매고 향상을 불러왔으며, 6,720만 파운드 어치의 매출을 올리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당시 영국의 이상 고온 현상도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유니레버 측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날씨의 도움은 단지 2%의 판매고 향상에 영향을 끼친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면 매그넘 ‘7 Deadly Sins’ 캠페인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이라 요약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다음 캠페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흥미와 기대감을 지속시킴으로써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판매량을 증대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는 획기적인 캠페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일관성 있는 미디어 플래닝 전략도 돋보였다. 소비자들이 라디오를 들을 때나 TV를 볼 때나 신문을 볼 때나, 그 어느 상황에서도 매그넘의 유혹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만큼 단기간의 효과적인 미디어 전략이 수행된 것이다.

고전하는 하겐다즈

매그넘의 이러한 선전과는 반대로 그 동안 럭셔리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불렸던 하겐다즈는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 하겐다즈는 벨기에산 다크 초콜렛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원료를 사용한 제품으로 오랫동안 럭셔리 아이스크림계의 왕자로 군림해 왔었다. 하지만 AC닐슨 자료에 근거하면, 2004년 4월 현재 영국 내 럭셔리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지난해 대비 유일하게 매출액이 감소한(16.5%) 브랜드로 나타났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하겐다즈의 고전은 무엇보다 안일한 마케팅 전략에 기인한다고 비판한다. 과거 90년대만 하더라도 하겐다즈의 슈퍼 프리미엄급 품질에 대항할 만한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메이커들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됨에 따라 단순히 제품만 가지고는 승부할 수 없게 되었다. 즉 소비자들을 묶어 놓을 만한 브랜드 이미지 수립이 가장 큰 관건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하겐다즈는 번번이 광고전략에서 밋밋한 크리에이티비티를 사용한, 기존의 진부한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매그넘은 엄청난 광고비 투자로 ‘7 Deadly Sins’ 캠페인과 같이 기존의 아이스크림 업계의 통념을 깬(물론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했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그 위치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은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제조업체들이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지금의 제품에 더욱 더 탐닉하게 만들도록 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전략 상 획기적인 크리에이티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단순히 제품의 맛과 원료만 가지고 승부하기에는 지금의 아이스크림 업계의 마케팅 싸움은 너무나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매그넘의 사례는 매우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인간의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죄악 같은 욕망들을 7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 제품으로 설정하고, 이를 광고에서 제품 컨셉트와 연관시켜 표현, 7개의 각각 다른 컨셉트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1년 동안 소비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킴으로써 제품보다도 다음 번 광고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는 데 있어서 성공적인 캠페인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