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04 : Creator@Clipping -‘오카 CD와 떠나는 두 번째 여행, 인간에 대한 성찰에서 인사이트로’평범함,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Insight’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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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insight'
 
 
오카 CD와 떠나는 두 번째 여행,
‘인간에 대한 성찰에서 인사이트로’
문 기 연 CD / CD 1그룹
hjlee@lgad.lg.co.kr
 
평범한 어느 봄날 오후, 평범한 아빠가 평범한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 (빙긋 웃으며) “내 딸아, 넌 누구지?”
딸 : (귀여운 표정으로 자신 있게)“음… 나, 난 지희잖아, 지, 희!”
아빠 : (고개를 저으며) “아니지, 그건 네가 아니라 네 이름이지.”
딸 : (알았다는 듯 리드미컬한 목소리로) “아~! 난 아빠 딸~, 엄마 딸!!”
아빠 : (계속 고개를 저으며) “아니지, 그건 너의 가족관계지……”
딸 : (당황하며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응…, 금호초등학교 일 학년 오 반……”
아빠 :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것도 아니지, 그건 너의 학교, 학년, 반이지……"
딸 : “으앙~, 아빠 그럼 내가 뭐야, 아빠 미워!!!

 

 
이제는 ‘차별화’를 차별화해라

DDB의 창립자인 빌 번벅(Bill Bernbach)은 말했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살아있으며 의미 있는 광고와, 아름답긴 하나 뚜렷한 주장이 없는 광고, 그 둘 중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앞의 것을 택할 것이다”라고.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아마도 근본적인 차이는 제품의 본질(Product Essence) 혹은 브랜드의 의미(Brand Meaning)를 담고 있는 광고와 그렇지 않은 광고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라는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더 이상 나를 다른 것들과 차별화하는 외적인 환경과 요소만으로 ‘나’를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현재 품고 있는 평범한 이야깃거리들과 그저 흘려듣기 쉬운 평범한 목소리가 다른 이들의 마음속에서 절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그 어울림이 평범하지 않은 말과 그림으로 표현될 때 ‘나’라는 브랜드는 경쟁관계에 있는 그 어느 ‘나’보다 다른 이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서, 잘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그 무엇, 잘 몰랐었는데 새롭게 찾아낸 그 무엇,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그 무엇……들의 화학작용,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화두로 하는 광고를 ‘인사이트(Insight) 광고’라고 합니다. 인사이트 광고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개념은 아닙니다. 경동보일러의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 JR히가시니혼(東日本)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의 ‘카메라를 샀더니 생소한 곳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이 곳에 내리는 눈은 도쿄에 내리는 눈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등의 카피는 ‘인사이트’라는 개념이 광고계의 표면에 떠오르기 전에 만들어졌지만 인사이트 광고의 진수를 보여 줍니다.
인사이트는 평범함에서 시작합니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깊은 관찰과 고찰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평범함 자체로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심리를 할퀴는 특별함으로 나타납니다.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처럼 브랜드의 가치를 소리 없이 전해줍니다. 평범함 속에서 아주 작은 떨림을 잘 찾아내는 고수들, 우리나라에 윤석태 감독이라는 거장이 있다면, 일본 터그보트(TUGBOA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카(岡 康道 Yasumichi Oka) 또한 그 떨림을 얄미우리만치 잘 찾아내는 크리에이터 중의 한 사람일 것입니다.


하나를 버리면 열 개를 얻는다

사실 나는 오카 CD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일본 연수에서 만난 터그보트의 CM플래너 ‘다다(多田 琢 Taku Tada)’를 통해서였습니다.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다, 그리고 상상속의 오카라는 존재는 이전까지의 광고인으로서의 내 정체성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황당한 요구를 해올 때, 그들의 대처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터그보트와는 연(緣)이 아닌 것 같군요. 다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와 하시죠.”
15초 광고는 될 수 있으면 만들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15초는 그들의 크리에이티브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광고 1>. 나는 부러움과 질투 때문에 그 이후의 강의는 누가 나와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한가지, 연수를 이끌어주었던 구보(久保) CD의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지만. “일본 광고계에서 제 2, 제 3의 다다는 지금도 계속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오카는 조금 다르다.”
 


사장님요? 제가 회사를 떠나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처음에는 말리셨죠. 사장님은 저와 같은 동네에 살아요. 그는 제가 왜 독립하고 싶어 하는지를 이해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독립해서 나가더라도 덴츠(電通)와 함께 계속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가 제게 묻더군요. “자네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되겠느냐?”고.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제 길을 막지 말아주십시오”라고. 그리고 또 말씀드렸습니다. “우리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깎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에누리는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장이 웃더군요.
나리타(成田) 사장님은 제 할아버지 같은 분입니다. 같은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요.… 전 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했습니다만 영어는 단 한마디도 못해요.… 당시 제가 일자리를 찾고 있던 시기에 덴츠는 보수가 최고로 좋은 회사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 장래에 대한 뚜렷한 꿈이 없었죠. 그래서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바에야 돈 많이 주는 회사에서 일하자, 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전 정말로 가난했거든요.

‘오카 야스미치(岡 康道)’. 본인의 표현대로 영어는 단 한마디도 못한다면서 세계 광고시장에 도전장을 낸 돈키호테 같은 사람, AE 출신이면서 크리에이터 출신보다 더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인정받는 사람, 사람과 사물에 대한 진실한 애정으로 만드는 작품 하나하나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사이트’가 우러나는 사람.
오카 CD가 사표를 던지고 독립 광고회사를 차리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덴츠에서 보내준 유럽 지역 크리에이티브 연수 직후였습니다. 그는 이 여정을 통해 19년을 근무하면서 모든 여름휴가를 반납할 정도로 젊음을 다 바친 덴츠를 비로소 객관적인 눈으로 다시 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유럽의 여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만나면서 느낀 ‘낯선 깨달음’을 통해 다시 태어납니다<광고 2>.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광고의 ‘질(質)’이었어요. 덴츠의 경우 양과 질, 둘 다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양(量)’을 더 중요시했거든요. 만약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저는 당연히 양을 선택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저의 심신은 점점 더 지쳐갔죠. 왜냐하면 크리에이티브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좀더 많은 일거리를 얻으려고 했고,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 상처를 입곤 했어요.
당시엔 그런 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유럽의 크리에이터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질’이 전부라고 저에게 말해주었거든요. 이를테면 그들 중 누군가가 이번 달에 재미없는 광고를 만들어냈다면 다음 달에는 아예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더 많은 오더를 받기 위해 크리에이티브의 질을 낮출 바에야 아예 처음부터 그 일을 맡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 외국 크리에이터들에게 우리가 만든 광고작품은 정말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 같았어요. 국제적으로 일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우리가 그 시장의 규칙과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그들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아이디어로 계속 도전하는 것이죠. 한 열 번쯤 계속 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열한 번째부터는 계속 이길 거라고 확신합니다.

 
열한 번째부터는 계속 이긴다

‘터그보트(TUGBOAT)’는 ‘예인선(曳引船)’이라는 뜻입니다. 국어사전에는 ‘강력한 기관을 갖추고 다른 배를 끌고 가는 배’라고 나와 있습니다. 오카는 터그보트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고시장, 일본 광고계라는 거대한 화물을 이끌어가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태평양·대서양을 건너 세계 광고계로 나아가고 싶어 했습니다. ‘양’이 아닌 ‘질’로써. 그는 말합니다.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광고는 만들지 않겠다”라고.
터그보트의 광고를 보면 덴츠 시절의 오카와는 확실히 다른 새로운 오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치 쉬고 있던 휴화산들이 여기저기 간헐적으로 터지듯이, 소비자의 미묘한 생각들을 그는 예전보다 더 살아있는 언어로, 더 드라마틱한 영상으로 터뜨려냅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세계 광고시장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유럽의 크리에이터들을 이기고 싶어 하는 심한 갈증이 엿보입니다. 그것은 물론 예인선의 젊은 선장들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오카는 달라졌습니다<광고 3~5>.



 
저는 제가 만든 작품이 서로 비슷해져가는 사이에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욕심, 즉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멘트나 내레이션 등이 지금까지 제가 만든 광고의 무기가 되었다면, 이제 이러한 것들을 모두 없앤다든지 톤앤무드(Tone & Mood)를 전혀 다르게 해보는 것 등의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 중의 하나로 광고에서 일본어를 전부 삭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터그보트가 출항한 지 햇수로 4년째인 지금까지 오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비주얼과 사운드 이펙트만으로 CM 전체를 구성하기도 하고, 아주 쉬운 영어 카피 몇 마디로 CM을 끝내기도 합니다. 굳이 일본어가 꼭 필요하면 자막 정도로 처리합니다<광고 6>.
하지만 ‘절대성격 불변의 법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특히 인생에 책임질 나이 마흔이 넘으면 절대로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나이로 마흔 아홉인 오카의 성격은 그가 만든 광고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24년이라는 세월동안 오카는 작품 하나하나에 그의 인생을 담고 성격을 투사시켜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역시 은어의 반짝이는 비늘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는 비주얼과 카피입니다<광고 7>.

 

프리젠테이션은 시작 전에 승패가 결정된다

인사이트라는 ‘감(感)’을 따기 위한 끊임없는 행보. 좋은 광고에는 세 가지 감이 있다고 오카 CD는 말합니다. 공감(共感)과, 동감(同感)과, 호감(好感)이라는. 공감은 ‘음, 그래 그럴 수 있어’라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말하는 것이며, 동감은 ‘어, 저거 바로 내 얘기인데!’하는 다른 이와 똑같은 느낌을, 호감은 말 그대로 좋은 느낌, '선호(選好 preference)’로 가기 위한 기본 감정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그것을 인사이트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입시 때문에 비밀리에 하는 과외가 10여 년 전부터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같은 방문과외는 아주 드뭅니다. 과외가 필요할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원을 이용하기 때문이죠. 학원들은 모두가 비슷비슷합니다. 광고도 마찬가지이구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가정교사의 트라이’는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아주 잘 파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광고 8>. 학원에 연락을 하면 가정교사가 직접 학생의 집으로 방문하는 방식이죠. ‘우리 학원에는 이러이러한 과목별 고수가 많이 있으니 빨리 와서 선택해주세요’ 식의 일방적인 메시지가 아닌, 학생들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진짜 생각을 잘 읽은 거죠. 정말 내가 고민하는 게 뭔지를 학생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선생, 전공이 다르더라도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는 선생…… 이 광고가 온-에어 되고나서 ‘가정교사의 트라이’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야말로, 세 가지 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는 종종 똑같은 오리엔테이션을 받고도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보면 서로 다른 카피와 비주얼을 제안하는 것을 봅니다. 브랜드를 해석하는 방법이, 타깃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사람마다 광고회사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카 CD의 말대로 광고를 하는 제품은 사람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컨셉트를 잡을 때에는 그 제품의 주변을 떠다니는 감정(이는 나 자신의 감정일 수도 있고, 내가 상상하는 타깃의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 표류하는 감정을 제대로 건져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 컨셉트를 정확히 건져내는 사람이 프리젠테이션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민감한 소비자인 동시에 소비자의 평범한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창출해낼 수 있는 좋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감미료, ‘인사이트’. 그건 바로 우리 옆 사람의 생각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항상 그렇게 특별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잘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더라도 컨셉트가 형편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이야기하는 순간 수치스러워질 겁니다. 반면 재미있고, 매력적인 컨셉트라면 어떻게 그걸 지루한 방식으로 프리젠테이션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 생각에 중요한 것은 프리젠테이션 스킬이 아니라고 봐요.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의 문제는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거의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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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카CD와 떠나는 첫 번째 여행’은 본지 2000년 11/12월호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편집자 주-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