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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광고 노출로 11억 3,000만 명의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는 단연 ‘슈퍼볼 (Super Bowl)’ 게임일 것이다. 해마나 1월말이나 2월초 일요일 저녁에 열리는 이 미식프로축구 결승전은 미국의 TV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2월 첫째 주 일요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벌어진 제38회 슈퍼볼은 전세계 11억 3,00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치솟는 슈퍼볼 광고단가는 올해 30초짜리 전국광고가 23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를 1초당 광고비로 계산해 보면 7만 6,660달러(한화 약 9,200만 원)에 달하니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슈퍼볼에 광고를 하겠다는 광고주들이 넘쳐나는 덕분에 올해 TV중계권을 가진 CBS는 손쉽게 광고주를 유치했음은 물론이고, 이로 인해 큰 수익을 남겼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총 58편의 광고를 선보인 올해 슈퍼볼 광고의 경우 광고편수로는 단일 광고주로 앤하이저 부시(Anheuser-Busch)가 가장 많은 9개의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으며, 펩시 (Pepsi)와 디즈니(Disney Pictures)가 그 뒤를 이어 4개의 광고를 선보였다. 또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통적인 슈퍼볼 광고주인 주류와 음료·자동차 업체들의 광고가 강세를 보였으며, 이외에도 영화산업과 IT 및 닷컴기업들의 광고 역시 수적인 강세를 나타냈다<표 1>. 그럼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 화제를 모은 몇 편의 광고물과 함께 금년도 슈퍼볼 광고의 전반적인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 ||||||||||
유머소구로 주목받은 맥주·콜라·자동차 광고 미국 스포츠 프로그램의 영원한 단골 광고주는 아마 버드와이저 맥주를 생산하는 앤하이저 부시일 것이다. 맥주의 주 소비층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스포츠 프로그램에 맥주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은 훌륭한 매체전략임에 틀림없다. 이에 앤하이저 부시는 금년 슈퍼볼 경기에도 9개의 새로운 광고를 선보여 단일 광고주로는 가장 많은 수의 광고를 소비자들에게 노출시켰는데, 그 기본 컨셉트는 바로 ‘유머’.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확립된 상태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려는 것을 광고의 주 목적으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기대대로 이러한 광고는 가벼운 웃음 속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USA Today>지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도 다른 슈퍼볼 광고보다 인기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음료 회사 역시 슈퍼볼의 전통적 광고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데 코카콜라가 빠진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 펩시가 총 네 편의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고, 그 자회사인 씨에라 미스트(Sierra Mist)도 뉴욕 BBDO가 제작한 두 편의 광고를 노출시켰다. 그 중 <USA Today>지 조사 결과 높은 광고 주목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펩시의 ‘곰’ 편을 살펴보면, 그 주요 테마가 앞서 본 앤하이저 부시의 광고와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광고 5>. 뉴욕 BBDO가 제작한 이 광고 역시 기발한 발상으로 동물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가벼운 웃음을 사고자 한 것이다. 눈 내린 추운 겨울날, 곰 두 마리가 마을 산장으로 내려와 먹을 것을 찾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냉장고와 창고를 뒤지며 먹을 것을 찾던 곰들이 펩시콜라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결국 사람처럼 변장을 하고 근처의 가게로 가서 펩시콜라를 사 가지고 나온다는 내용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특히 곰 두 마리가 가게에 들어가 펩시콜라를 사는 장면에서 이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가게 주인의 표정, 그리고 사람의 눈을 속였다고 생각하는 곰의 즐거운 표정 등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펩시의 자회사인 씨에라 미스트 역시 유머소구를 내세운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광고 6>. 기존 캠페인과 연계된 이번 광고는 어느 여름날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있던 흑인 남자와 개가 찌는 듯한 더위에 힘겨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화면은 아파트 밑에 있는 분주한 식당으로 바뀌고, 차가운 얼음물이 담겨있는 피처가 클로즈업된다. 이를 본 남자가 5층 높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 내려 이 조그마한 피처 안으로 쏙 들어가고 광고 카피가 나온다. ‘바로 이런 기분이야(Yeah. It’s kinda like that).’ 그리고 잠시 후 주인 옆에 있던 개 역시 뛰어 내려 옆에 있는 조그마한 피처 안으로 들어간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을 적절히 사용해 피처 안으로 들어간 사람과 개를 재미있게 표현한 이 광고는 씨에라 미스트의 시원한 맛을 조그마한 얼음물 피처 속으로 들어갔을 때의 기분과 연결시키는 방법으로 유머소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또 다른 전통 슈퍼볼 광고주인 자동차 업계의 올해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다. 연착륙한 경제와 저금리 시대의 도래는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자동차 판매를 증진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한해 자동차 업계의 신차 출시와 마케팅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번 슈퍼볼에서 5개 광고주가 총 7편의 광고를 선보였다. 그 중 시보레(Chevrolet)는 Campbell-Ewald에서 제작한 두 편의 광고를 슈퍼볼 중간에 선보였는데, 그 중 신차 SSR 컨버터블 출시와 함께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전략과 유머소구를 적절히 조화시킨 ‘비누’편이 높은 광고 주목률을 기록했다<광고 7>. 한 어린이가 입에 비누를 물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 이 광고는 그 뒤를 이어 다양한 인종의 어린아이들이 입에 비누를 물고 풀죽어 있는 모습이 차례로 클로즈업된다. 장면은 바뀌어 노란색 시보레 SSR이 차고에 서 있는데, 젊은 남자가 탑승하면서 차의 천장이 천천히 접혀지면서 컨버터블로 변한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오다 이 장면을 본 한 흑인 아이가 하는 말, “Holy Shi……t”. 결국 새로 출시된 시보레 자동차를 보고 엄마 앞에서 비속어를 내뱉은 이 아이는 입에 비누를 물게 되고 만다. 즉 이 광고는 시작 부분의 궁금증을 마지막 장면에서 가벼운 웃음으로 해소시키는 것이다(하지만 이 광고를 보면서 아직도 궁금한 것은 미국 부모들은 아이들이 비속어를 사용하면 정말 입에 비누를 물리는 벌을 주나 하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미국과의 문화적인 차이도 엿볼 수 있는 광고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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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기업 및 케이블 채널 광고
IT 버블 붕괴와 경기침체로 인해 2000년을 기점으로 슈퍼볼 광고에서 닷컴광고의 수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다만 올해에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일부 성공한 닷컴기업 및 IT 대표 기업인 IBM·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그 비싼 슈퍼볼 광고 스팟을 사서 광고를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인상 깊었다. |
공익광고
올해 슈퍼볼 광고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예년에 비해 공익성 광고가 많았다는 점이다. 광고편수로는 보통 한 편 내지 두 편 정도의 공익광고가 방영되던 기존과는 달리 다섯 편의 공익광고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는데, 마약·술·담배 등 현재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룬 점도 눈에 띄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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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은 없었다” 미국 광고계의 올해 슈퍼볼 광고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광고의 중심지 뉴욕 매디슨가에서는 “대작은 없었다”라는 반응을 나타냈고, 대부분의 광고 전문가들 역시 특별히 눈에 띄는 광고가 없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하프타임 쇼에서 벌어진 해프닝 때문에 슈퍼볼 후 벌어진 선정성 논쟁은 광고효과를 빨리 상쇄시키는 효과를 낳았다는 주장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