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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가 강력한 노동통제와 규율을 통해 효율적 생산을 달성하고자 하는 반면 정보사회는 자유분방한 사고와 상상력, 자발성과 참여를 기본적인 요건으로 한다. 그리고 그런 상상력과 참여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혁명에 의해 가능해진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장 빨리 정보통신혁명을 받아들여 세계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회라 할 수 있는데, 그 새로운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중심적인 세력을 형성한 것이 바로 2030세대라 할 수 있다. 고도 정보사회의 문화 환경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생산자로서의 수용자의 등장이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수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보다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을 필요로 하게 된다. 더욱이 멀티미디어 환경의 등장은 이러한 선택의 범위를 엄청나게 확장하고 있다. 이제 수용자들은 특정한 내용은 물론 수용 공간 및 시간의 선택까지도 가능해진다. 자기가 보고 싶을 때 어디서나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보고 싶은 정보와 텍스트를 선택해 볼 수 있다. TV뉴스를 보기 위해 꼭 저녁 9시 뉴스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아무 때나 접속하여 이미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된 뉴스를 시청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멀티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수용자가 직접 소프트웨어의 구성에 참여하는 ‘참여적 문화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자게임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야이며, 대화형 영화의 등장, 쌍방향 TV, 샘플링 기술을 이용한 음악적 조작 등도 모두 그런 것들이다. 지난날과 같이 문화 수용자가 완성된 문화산물을 일방적으로 구매하여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물의 생산 과정이라 할 수 있는 텍스트의 전개 과정이나 공연 과정에 부분적으로나마 생산자적 위치에서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문화적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혁명적인 변화의 국면이 열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화한 문화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성 사회에서 정보와 지식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통로였던 활자 미디어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상호작용성에 기초한 영상 미디어, 특히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과 비중이 커진다는 점이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인터넷은 문화 생산과 소비의 장일 뿐 아니라 뉴스와 정보의 가장 중요한 창구이며,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의 장이기도 하다. 인터넷 담론은 그 주 수용층인 젊은 세대의 의식과 감각에 걸맞게 진보적인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 젊은 대중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동적인 정보 소비가 아니라 능동적인 정보 생산과 유통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 ||||
유동적인 상상력의 에너지는 어디로 | ||||
미디어의 역사는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한 시대를 지배하는 미디어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하나의 미디어가 등장해 지배적인 미디어로 자리잡고 다시 새로운 미디어에 자리를 내어주는 과정은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어온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으로서, 그것은 결코 갑작스럽거나 불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시대의 변화와 발전에 따른 세대교체 역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새로운 세대가 과거의 세대와는 다른 세계관과 의식을 갖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며 거역할 수 없는 순리이다. 그것은 대결이나 대립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변화일 뿐이다. 지배적 담론의 장으로서 신문의 위력이 약화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부터의 일이며, 이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지난 선거의 결과는 보수 신문의 위력이 과거만큼 압도적이지 못함을 보여준 것일 뿐 그들의 역할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80년대 이래 지속된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의 문화적 에너지가 이제 군사독재 시절에 형성된 기성세대의 정치관에 맞설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주긴 했지만, 사회적 주류를 차지하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는 결코 쉽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변화의 흐름 속에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지난 선거가 87년 이후 오랫동안 유예되어온 시민혁명의 시작일 뿐이라는 진단은 대단히 큰 설득력을 갖고 있다. 요컨대 아직 한국 사회에서 주류 세력의 교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새로운 세대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상징을 만나 결집된 힘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에너지는 유동적이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개혁적 변화를 일구어내면서 명실상부한 주류의 교체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결국 그 유동적인 상상력의 에너지를 어떻게 갈무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의 드라마는 아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못했으며, 지금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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