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31.
길치
골목길은 제멋대로 갈라지고 구부러지고,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처럼 뒤엉켜 있었던지라, 잘 못 드는 일이 많았는데- 고백컨대 난 어려서나 지금이나 심각한 혹은 타고난 길치다-그러다 보면 집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매고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그 길들은 대부분이 어른 한 사람이 다닐락 말락 할 정도의 비좁은 길들이었다. 곤란한 건 잘 다니다가도 갑자기 머리가 휑해지며 일순 갈피를 못 잡고 다른 길로 접어드는 것이었는데… 그것까진 참을 수 있는 불안이었다. 공포는 바로 그다음에 찾아왔다. 개들의 등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랄 것도 없는 강아지- 그 당시에는 스피츠종이 많았던 것 같다-였지만, 어린 나이에 그들은 그냥 나를 잡아 먹을 것 같은 사나운 개였다. 앙칼지게 짖어대는 스피츠와 골목길에서 일대일로 마주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