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3.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낮의 파사디나 광장은 겨울인데도 햇볕이 따갑다. LA의 겨울이란 것이 그리 떳떳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광장은 빈 도화지처럼 한적하다. 미리 촬영 허가를 맡아놓아 설정된 풍경이 차려진 것이기도 하지만 동네 자체가 그런 것이리라. 차분했던 광장의 공기가 갑자기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촬영팀이 속속 도착하고 장비를 옮기고 세팅하느라 광장은 어느새 시장이 됐다. 5일 촬영은 꽤 긴 일정이다. 로케이션 헌팅부터 따져보니 집 나온 지 벌써 보름 남짓 된 것 같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제 제법 얼굴이 익은 스탭들이 지나가며 아는 체를 한다. 가벼운 인사에 농담을 섞어 보내기도 한다. 얼굴들이 밝은 건 나에 대한 호의 보다는 파사디나 광장이 마지막 컷이기 때문이리라.(나도 안다.제일 좋은 감독은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