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6. 18.
뮤지션 ‘요조’의 청춘 에세이: 농락당하는 기분
무주 산골 영화제에 참석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어찌 된 일인지 나는 무주를 생각하면 늘 그곳의 자연에게 일종의 농락을 당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더웠고, 너무 괴롭거나 너무 행복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날씨가 얼마나 좋던지 나는 무언가에 도취된 상태로 공연을 마치고도 다음날 근처의 아무도 없는 냇가에 가서 또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나는 아주 속물적인 음악가로 돈을 주지 않으면 웬만해서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그때의 순간을 핸드폰으로 녹음한 것이 있는데 들어보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가 다들 우렁차서 내 노랫소리가 묻힐 정도이다. 두 번째 방문 때는 혹시 몰라 챙겨간 후드 짚업을 꼭꼭 여며 껴입고도 추워서 누군가에게 머플러를 빌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