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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가 개털가죽보다 비싼 이유는 다만 호랑이 털 무늬에 있을 뿐이다. 그러니 무늬(표현, 디자인)가 어찌 속가죽(품질)만큼 못하랴, 아니 오히려 바탕보다 더 중요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우리에게 공자는 표현력보다는 과묵함을 높이 보고, 묘사력보다는 어눌함을 중시했던 사람으로 인식된다. “교묘한 말투와 알랑대는 표정 속에 진심이 담긴 경우가 드물다”라든지, <논어>에 나오는 “어눌한 사람 가운데 어진 이가 있다”는 등의 지적이 이런 이미지를 굳게 만들었다. 공자의 또 다른 제자인 자하(子夏)라면 극자성의 주장에 찬성했을 듯싶다. 자하 역시 “소인배들의 잘못은 언제나 표현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우리 방식으로 당겨 와서 해석하자면, 자하와 극자성은 광고는 중요하지 않고 상품의 질이 좋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상품의 질이 좋으면 소비자들이 사가게 마련이라는, 우직한 품질제일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가 민감함이라고 했다. ‘민감함’이란 낯익은 일상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감수성을 이름이다. 매일 무심코 나다니던 길이 어느 날 문득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았을 때는 전혀 색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공자는 민감성이야말로 문화(광고)를 구성하는 추동력이라고 자공에게 귀띔한 것이다. 민감성은 주변의 친근하고 낯익은 것에 브레이크를 걸어 ‘왜 그렇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내뱉으며 거리를 두고 관찰할 때 길러진다. 무뎌져버리고 심드렁해진 오늘의 일상을 괄호를 치고 되살피는 눈길에서 민감함이 파생한다. 흥미롭게도 광고업계 원로인 이강우도 이와 비슷한 조언을 한 것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는 광고의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새로워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훌륭한 광고 아이디어란 남들이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것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 아이디어가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 훌륭한 아이디어란 먼 미지의 우주 저편에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생활 주변에 수없이 널려있는 평범함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크리에이티브란 내 생각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앞서서 내 주변에 있는 사물과 현상을 얼마나 잘 보느냐에 달린 것이 아닌가 싶다(이강우, <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 살림, 2003). ‘열린 마음’이 좋아함의 조건 두 번째는 호학, 곧 배우기를 좋아함이다. 여기 호(好)자는 본시 여자(女)가 아들(子)을 안고 있는 모양에서 비롯된 글자다. 옛날 사람들은 어미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보다 더 ‘좋아하는 모양’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리라. 배우기를 좋아함, 곧 호학이란 어미가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배움을 대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동양고전인 <대학>에는 “아기를 낳고 기르는 법을 다 배우고 나서 시집가는 경우가 있느냐?”라는 대목이 있어 참고가 된다. 그렇다. 처녀가 육아법을 다 배우고 나서 시집가는 경우는 없다. 아기가 밤에 열에 들떠 끝없이 울어대면 어떻게 하는가. 젊은 어미는 “이걸 어쩌나! 이걸 어쩌나!” 애를 태우면서 허둥지둥 상황에 대처해가는 가운데 점점 애기를 기르는 법을 배워나간다. 곧 열린 마음으로 자식(대상)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 이것이 호(好)자에 든 뜻이다. ‘나(Ego)’가 없이 트인 마음으로 상대를 받아들임, 그런 ‘열린 마음’이 좋아함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나보다 어린 사람이라고 하여 그게 무슨 대수일까. ‘민이호학’하는 자세 앞에서라면 당연히 ‘불치하문’이라, 아랫사람에게 질문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유연한 자세를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열린 마음으로 대상을 끊임없이 배워나가기, 이것이 문화, 곧 광고를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인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이강우도 이와 비슷한 조언을 하고 있는데. 또 함께 볼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광고, 특히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는 나이가 들면 버티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광고를 만드는 일은 육체적인 나이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정신적인 나이가 더 중요하다. 직업적인 수명을 늘리고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만 써먹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마치 소년과 같은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부지런해야 한다.(이강우, 14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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