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캠페인의 특성에 따라 미디어플래너는 도달률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할지, 아니면 빈도 최대화 전략을 취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이에 맞는 매체 전략안을 구상한다. 그러나 어떠한 전략으로 매체안을 수립할 것인가에 앞서 우선 타깃에게 맞는 기획서를 만드는 것이 모든 매체 기획작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즉 타깃의 매체 접촉도와 광고 주목도를 분석하고, 타깃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매체 선별 과정을 거쳐 전체적인 기획서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미디어플래너에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AE·마케터 등 광고업계의 타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가장 기본적인 고려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품 타깃의 매체 접촉 특성을 아무리 정확히 분석했다 하더라도, 타깃이 광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면 광고효과는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해 포레스터(Forrester) 사는 자사의 연구자료 트렌드(Trends)를 통해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광고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02년 대비 2004년에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입했다’는 사람이 59%, ‘광고가 재미있었다’는 사람은 49%, ‘광고를 보고 새로운 제품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는 사람은 40%나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TV광고의 경우 영국에서는 1995년에 20% 정도가 기피하는 성향을 보인 반면, 10년 후인 2005년에는 무려 34%가 광고를 기피 또는 무시하였다는 조사결과가 있다.(Ad Rejecters & Avoiders, Ad Map 2007)
이에 ‘2007 Esomar Conference’에서 광고 기피에 대한 발표를 가장 관심 깊게 들은 이유도, 필자 또한 이렇게 많은 소비자들이 광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광고 기피자’, 그들은 누구인가?
광고 기피자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젊고, TiVo(TV에 붙여서 사용하는 Play·Stop·Rewind 및 광고 Skip 기능을 가진 기계), PDA·DVR·위성TV 및 초고속 인터넷 등의 첨단 매체를 소유하여 적극적으로 광고 기피 활동을 전개하는 소비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본 컨퍼런스의 발표자는 17~35세의 젊은 소비자들 중 11% 이상이 광고 기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33%는 광고에 대해 신경을 전혀 안 쓰고, 27%는 광고가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들을 ‘광고 기피자’들로 규정하여 광고에 대한 무관심 또는 적대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만 놓고 보면 광고 기피자들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고립되고 비판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광고 기피자들은 오히려 상당히 적극적인 소비자들로서, ‘광고라는 상품’이 자신들의 바쁜 삶에 있어서 ‘다른 상품’들과 심하게 경쟁한다고 여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사회생활·쇼핑·운동·취미활동, 그리고 특히 친구들과의 활동 지수가 매우 높아 자신들의 자유시간에 대해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또한 친구들이 많고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과 친해 오피니언 리더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광고를 통한 정보 습득보다는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한 정보 습득을 더 선호한다. 이렇듯 TV나 컴퓨터 등 미디어 자체의 소비보다 자신들의 자유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들을 광고 기피 성향에 따라 2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첫 번째, 광고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Can’t Be Bother-ed’ 군에 속해 있는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는 즉시 피하거나 무시한다. 주로 여성이나 학부모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취미나 관심 분야에 대한 내용이 아닌 이상 모든 광고물들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극단적인 소비자 집단이다. 광고가 자신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혐오하고, 상대적으로 물품 구매에 시간을 적게 할당하는 그들은, 그러나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쇼핑에서는 적극적으로 타인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한다.
광고 기피자의 두 번째 유형인 ‘Be Good or Be Gone’ 소비자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광고만 필터링하여 인지한다. 이들은 주로 게임이나 첨단기술을 좋아하는 젊은 남성들로, 광고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광고나 크리에이티브한 광고 메시지는 수용하지만, 연관성이 없거나 ‘지루한’ 광고는 피하는 정도가 아닌, 증오하는 성향마저 보인다. 이들은 또 광고를 회피할 수 있는 여러 툴(Tool), 예를 들면 인터넷 팝업 블로킹이나 TiVo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쁜’ 광고를 필터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광고 기피자들에게 도달하는 방법
위의 두 소비자군도 자신과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있는 매체나 내용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있는 광고에게서까지 인게이지먼트를 느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을 몰두하다시피 시청하던 중 갑자기 광고가 나올 경우 광고 기피자들의 짜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심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광고 기피자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광고를 노출시켜야 할까? 발표자는 광고 기피자들이라는 도달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도달하는 방법을 <표>와 같은 하나의 프레임워크(Framework)로 정리했다.
광고 기피자들에게 있어 광고는 그들의 시간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 기피자들에게 선택권(Control)을 주는 것이 이 프레임워크의 기초라 할 수 있다. 광고 기피자들에게 무작정 노출을 하는 것은 그들에게 광고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게 하며, 나아가서는 광고를 계속 기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잡지광고처럼, 자신들의 주 관심사에 관한 내용을 읽다가 관심이 가는 광고가 있을 경우 그 광고를 집중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광고와의 첫 접촉이 ‘강요’가 아닌 ‘주목’이 되어야 광고 기피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기피자들에게 다가간 후 광고는 ‘격식(Courtesy)’을 차려야 한다. 비유하자면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에게 무작정으로 접근하는 직원은 광고 기피자들에게는 인터넷의 팝업광고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최대한 공손하게, 주위에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머물되 지속적으로 광고 메시지를 노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광고는 노출자에게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 것에 대한 보상(Value Exchange)을 해주어야 한다. 광고 기피자들은 특히 자신의 개인적인 시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들의 자유시간을 침해하는 광고에는 상당한 보상을 요구한다. 달리 말하면 샘플이나 데모(Demo)·프로모션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광고는 이들에게 일반 광고에 비해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들의 ‘관심(Personal Expression)’을 자극하는 광고 형식 또는 내용의 중요성이다. 방대한 양의 광고가 실리는 TV나 케이블TV광고보다 개인적인 매체, 예를 들면 첨단 제품의 쇼핑백 광고가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고 기피자들에게 광고가 ‘돈을 들이고 고민을 많이 했다’(Effort/ Investment)’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이며 예견할 수 있는 형식의 광고는 이들에게 낮은 가치의 광고로 인식되어 기피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반대로 고민의 흔적이 있는, 상대적으로 놀라움을 주는 광고는 이들의 환심을 살 수 있다.
광고 기피자들은 광고를 하나의 게임으로 인지한다. 적절한 보상 및 즐거움이 있는 광고는 그들에게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플래너는 이런 광고 기피자들의 성향을 정확히 인지하여 타깃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체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타깃의 인게이지먼트를 자극하는, 참여를 유도하는 여러 미디어 비히클을 활용해 기피자들에게 다가가되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