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플래너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바로 ‘유효빈도’다. 과연 소비자는 광고에 몇 번 이상 노출되어야 효과가 있는 것일까?
1972년 Krugman이 “광고인지는 3회 노출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유효빈도 ‘3회’는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론이 발표되었던 1972년은 지금 시대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미국에서는 매일 저녁 모든 가족이 모여 TV를 시청하고, 우리나라에서는 TV수상기가 있는 이웃집에 모여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에는 케이블TV도, 인터넷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디어 환경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다. 그 동안 대표적인 대중매체로 군림해왔던 TV를 위협하는 여러 미디어가 탄생했고, TV광고의 혼잡도도 매우 심해졌다. 현업을 하면서 이 이론에 근거하여 예산을 설정할 경우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집행하고 마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나마도 빨리 말라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적합한 유효빈도는 과연 몇 회일까? 올해 ESOMAR WM3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필자는 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먼저 유효빈도에 대한 학계의 논쟁을 정리해보고, P&G가 발표한 ‘APOLLO PROJECT’ 중 유효빈도와 관련된 결과를 소개하여 이 시대에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유효빈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두 학파의 유효빈도 전쟁, ‘최소주의자’ vs. ‘반복주의자’
유효빈도에 관한 이론의 발전은 ‘최소주의자’와 ‘반복주의자’ 간의 논쟁으로 점화되었다. 최소주의자는 단 몇 번의 노출로도 광고 임팩트는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복주의자는 임팩트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 반복노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최소주의자의 대표선수 격인 Krugman(1972)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Three Hit Theory’를 통해 광고는 세 번의 노출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McDonald(1971)는 리서치를 통해 ‘2번의 노출만으로 광고반응은 극대화된다’고 주장했는데, Naple (1979)이 처음으로 이를 유효빈도라고 정의하여 최소주의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한편 반복주의자의 주장은 Zielske(1959)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광고노출이 13번 반복될 때까지 메시지 인지도는 계속 증가한다’고 주장했으며, Pechmann과 Stewart(1992)는 기존 스터디 리뷰를 통해 ‘광고 주목도는 두 달 동안 15회 노출 시 극대화되고, 인지도는 12회 노출 시 극대화된다’고 정리했다. 한마디로 광고는 두세 번의 노출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반복 노출될 때까지 효과는 꾸준하게 증가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논쟁은 Ephron(1997)이 제시한 ‘Recency’라는 컨셉트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Recency 이론은 논점을 노출의 퀄리티로 확장하면서 최소주의자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이 컨셉트에 따르면 구매에 가장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것은 구매 직전의 노출이고, 이때 노출이 이루어질 경우 단 한 번의 노출로도 충분히 임팩트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Reichel 1994, Jones 1997, Ephron 1997). 그리고 이 개념의 확산에 따라 최근 학계에서는 ‘빈도’보다는 ‘도달률’을 중시하고, 단기집중형 스케줄링보다는 연중 지속형 스케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효과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구매 직전에 광고를 노출시켜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구매 직전 노출이 구매에 영향을 주었다면 그 노출이 정말 한 번의 노출이었을까 하는 점이다.
최소주의자인 Kugman도 ‘광고는 최소한 3번 이상은 봐야 인지를 한다’고 주장했고, 요즘 시대처럼 다양한 미디어와 온갖 광고 메시지가 난무하는 환경에서는 최소한 6~8번은 봐야 광고를 인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매 직전 광고를 인지시키려면 그 전에 이미 대여섯 번은 광고를 노출시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TV 노출효과는 실제 체감효과보다 과장되어 있다
<표>는 2007년 9월 TV광고비 기준 톱20 브랜드다. 일단 톱20 브랜드 모두 9월에 최소 13억 원 이상 광고집행을 하였고, 대부분의 광고주가 9월 이전에도 이 수준 이상으로 광고를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광고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놀랍다. 이에 11위에서 20위 브랜드의 경우 유효빈도 R(3+)를 추정해보면 월 70~80% 수준이다.
만약 유효빈도 3회라는 기준으로 소비자가 광고를 3번 이상 보았을 때 광고를 인지하기 시작한다고 가정한다면, 정말 소비자 중 70~80%가 11위~20위 브랜드의 광고를 인지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 것이다.
실제 광고를 집행하다 보면 기대하는 임팩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항상 더 많은 광고비가 필요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노출 효과는 실측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보다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유효빈도에 대한 필자의 의구심은 이런 점에서 시작되었다.
Project Apollo; 유효빈도에 대한 인사이트
올해 ESOMAR에서는 P&G가 ‘Project Apollo: Consumer-Centric Insights'라는 페이퍼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진행상황 및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그 중 유효빈도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가 될 만한 결과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Project Apollo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 프로젝트는 조사회사인 아비트론(Arbitron)과 AC닐슨이 P&G·코카콜라 등을 비롯한 미국의 7개 주요 광고주와 함께 1만여명의 패널로부터 얻어낸 싱글 소스 데이터(Single Source Date)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실제 구매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매체접촉을 측정할 수 있는 PPM(Portable People Meter)과 구매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홈스캔(Home-scan)이라는 혁신적인 툴에 의존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TV에서부터 할인점까지 모든 광고 메시지에 코드를 심어 놓는다. 그리고 패널은 조사기간 동안 항상 PPM을 지니고 다니는데, PPM은 코드 인식을 통해 패널이 광고에 노출되었는지를 자동으로 체크하게 된다. PPM이 감지하지 못하는 신문이나 잡지는 설문지나 온라인을 통해서 별도로 조사한다. 또한 패널은 구입한 모든 물건의 바코드를 흠스캔으로 스캔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데이터 수집과정을 통해 패널들의 매체접촉 상황을 바이어스없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그들의 구매패턴에 대한 데이터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리서처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싱글 소스 데이터를 통해 각 미디어가 구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고, 구매에 직접 영향을 준 ‘Critical GRPs’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실제로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의 정확한 미디어 접촉 포인트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프로젝트 결과 중 일부는 유효빈도 설정에 있어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프로젝트에서는 P&G의 실제 브랜드로 여러 가지 분석을 했는데, 그 일환으로 소비재 브랜드 X를 대상으로 캠페인 전후 구매량을 광고를 8번 이상 본 그룹과 8번 이하 본 그룹으로 나누어서 비교해 보았다고 한다. 그 결과 8회 이상 노출 그룹은 캠페인 전과 비교해서 판매량이 8.9% 향상된 반면, 8회 이하 노출그룹은 2.1% 증가에 그쳤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들이 8번 노출을 기준으로 두 집단을 나눈 것은 아마 이렇게 나누었을 때 두 그룹간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매 유도까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광고를 8회 이상 노출시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프로젝트는 임팩트 확보를 위한 유효빈도 수준을 8회 이상으로 암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유효빈도는 현실을 반영하라
소비자들은 광고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치 초등학교 조회시간 교장 선생님의 연설처럼 시선만 향해 있을 뿐 건성으로 흘려듣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필자를 포함해 보통의 소비자들은 광고를 3번 보고 인지할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다. 더군다나 요즘은 미디어가 너무나 많다. TV를 보면서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미디어도 많다.
Don Schultz가 최근 개념화한 ‘Simultaneous Media Usage’에 따르면 TV는 대표적인 ‘Background’ 미디어다. 게다가 광고 혼잡도도 너무 심하고, 따라서 경쟁도 심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TV광고 클러터는 신문광고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케이블TV의 놀라운 성장으로 이제는 두꺼운 주부지의 느낌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1972년에 Krugman이 주장한 이론에 근거한 유효빈도 3회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같은 광고를 3번 본다면 충분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7~8번을 봐야 소비자들은 3번 정도 봤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유효빈도는 현실을 반영해 그 기준이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며, Project Apollo가 제시한 양질의 결과물들은 필자의 이런 견해를 더욱 확고하게 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