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2 : Special Edition - 고객중심 경영, 고객중심 마케팅 ① 고객중심 경영과 가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Annual Campaign - ① 고객중심 경영과 가치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의 이해와 충족 필요
 
박상준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parksj@kookmin.ac.kr
 

오늘날 대부분의 시장에서 생산자 우위는 종언을 고하고 소비자 우위로 돌아섰다. 국내 기업만의 경쟁일 경우에는 국내 고객만족 수준으로서도 현상 유지가 가능했으나, 경제에 국경이 없는 시대를 맞이해서는 세계 고객만족 수준이 되어야 시장을 방어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초일류 품질을 강조하고, 경쟁적으로 고객의 환심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고객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고 기업은 그만큼 더 고객만족이 어렵다. 얼마 전부터 회자되는 ‘블루오션(Blue Ocean)’이란 어찌 보면 다시 생산자 우위에 설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자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고객중심 경영

고객중심 경영의 화두는 고객만족이고, 이는 마케팅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기업경영의 핵심이다. 고객만족경영이 기업의 선도 개념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지만, 그 이념과 논리적 기반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2005년 작고한 경영사상가 드러커(P. Drucker)는 이미 1950년대 저작에서 마케팅에 관한 정확한 성격 규명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기업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만족을 판다”라고 했고, “마케팅은 모든 사람의 일”이라고 했다. 그는 고객만족을 마케팅의 주제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고객만족은 마케팅 부서와 마케팅 담당자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케팅 교과서상으로도 오래 전부터 마케팅 관리 이념의 폭이 고객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기업의 고객만족, 더 나아가 사회만족으로 확장되고 그 결과로 기업의 유지와 성장 목표가 달성되는 것으로 체계화되었다. 코틀러(Philip Kotler)의 1967년 초판 <마케팅 매니지먼트(Marketing Management)>는 기업의 고객중심적 사고의 당위성을 체계화한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고, 오래도록 세계의 표준 마케팅 교과서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의 마케팅 교과서에도 1970년대 후반부터는 그러한 내용이 대체로 소개되어 있는데, 다음의 세 항목으로 그 중심 개념을 요약할 수 있다.

고객중심(Customer-Orientation)
일의 시작에 앞서 시장, 즉 고객이 바라는 바를 먼저 살피고 고객이 기업에게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뜻에서 시장주도(Market-Driven)라는 표현과 고객중심이라는 표현은 일맥상통한다. 말 그대로 ‘시장에게 기업의 운전석을 맡긴다’는 의미이다. 이에 반해 기술주도(Technology-Driven)는 고객중심이 아니라 기업중심에 빠질 위험이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제품화 가능성을 판단하고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여 실제 제품화했다고 해도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전사적 마케팅(Total Marketing)
고객중심적 사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조직의 대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적정한 가격을 설정하며, 고객이 편리한 장소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이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알려주기 위해서는 판매부서 또는 영업부서 외에 모든 조직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모든 조직 또는 기능이 최종 승패를 가름하는 시장에서의 마케팅 목표를 중심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를 통합적 마케팅(Integrated Market-ing)이라고도 한다.

고객만족과 조직목표의 통합
(Customer Satisfaction & Organizational Objective)

고객중심 사고와 전사적 마케팅을 통해 궁극적으로 조직이 추구하는 바는 고객의 만족을 통한 조직목표의 달성이다. 이익의 관점에서 당장에는 고객목표와 조직목표가 동시에 추구될 수 없는 상호배반의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경쟁이 있는 시장에서는 고객만족이 매출의 결정조건이고 매출을 통해 기업의 목표가 달성되는 이치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고객중심 마케팅

그런데 이와 같이 자명한 마케팅의 기본 사고가 기업의 목표 추구 방향을 선도하기까지에는 미국이나 한국의 경우 각각 20년 이상의 성숙기간이 더 필요했다. 미국 기업의 경우 1980년대, 한국 기업의 경우 1990년대에 들어서야 그러한 이념이 대외적으로 표방되고 내부 경영시스템도 그러한 이념이 실천 가능한 방향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식적인 이치의 적용이 왜 이렇게 뜸들이며 진행될까?
그 이유는 우선 마케팅과 경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마케팅 이념이 마케팅 차원에만 머물 때는 여전히 기업경영의 하위 기능적 측면으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전사적 과제를 주도할 수 없다. 기업의 조직상에서 마케팅 담당 이사 혹은 부장이 전사적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을 선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만족 마케팅 개념 하에서는 고객 불평에 대한 소극적 대응과 같은 지엽적인 고객만족 문제에 국한해 업무 영역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신조류’로 등장한 고객만족경영(CSM: Customer Satisfaction Management)이라는 틀에서는 다르다. 고객만족 마케팅은 마케팅 부서의 일일지 모르나 고객만족경영은 최고 경영자의 일로 인식될 수 있다. 전사적 혁신은 최고경영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기술이든 철학이든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 데 예외가 없다. 기업과 소비자의 역학관계에서 소비자의 권력이 대부분의 산업영역에서 현저히 우위에 올라섰기 때문에 고객중심적 사고가 최고경영층 주도로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고객만족경영은 ①고객중심적 사고를 출발점으로 하여 ②전사적 마케팅 체제로 조직을 혁신하고 ③과정으로서의 고객만족 목표와 ④최종 목표로서의 기업만족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경영 패러다임으로 마케팅 이념이 한 차원 높게 체계화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고객만족의 당위성을 더 논리적으로 체계화하고 현실성 있는 실천방안들을 도출해 내어야 한다. 현실을 도외시하여 사회적 가치 기준만을 강조할 때 고객은 만족하지만 기업은 불만족하여 도산할 수도 있다. 그것은 또 다른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다. 반대로 기업이 고객만족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눈앞의 이익에 유혹을 받기 쉽다. 고객만족보다는 당장의 기업만족을 우선하여 장기적으로 시장의 기반을 점차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아직까지 산업 현장에서는 단순 판매 개념과 마케팅 개념을 구분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도상에는 대부분 영업(판매)부서 아래에 마케팅 부서가 있다. 이는 마케팅 중심 이념이 기업 실무 현장에서는 아직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