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4 : Creator's Eye - 크리에이티브도 속도전이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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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Eye
  크리에이티브도 속도전이다  
이원재 | CD
wjlee@lgad.co.kr
 

이미 개발된 매체임에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하늘에 인공 스크린, 이를테면 인공의
구름 같은 것을 띄우고 그 위에 영상을 쏘는 방식이다. 아마도 정서적 문제나 관련 법규 때문에 그런
듯하다.
그것이 실현된다면 더운 여름, 조각바람이나마 쐬러 고수부지라도 나가 고개를 들면 어쩌면 하늘에서는 이효리가 눈웃음을 칠지도, 또 무더위를 비웃듯이 휘센 에어컨이 떠 있을 수도 있겠다.

빈 자리 찾기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함께 ‘브랜드 밸리’로 불리는 런던의 피카딜리 광장에서는 대형 LED전광판을 통해 샤인(Shine)과 트롬(TROMM), 그리고 PDP 관련 영상이 숨 가쁘게 돌아간다.
빌딩 전체를 휘감은 래핑은 이미 식상한 지 오래고, 작년에는 라스베이거스 사막 한복판에도 초대형 포스터가 등장했다. 남성잡지 <맥심>의 포스터가 그것인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어서 수십 미터에 이른다. 그 위를 떠다니는 항공기 승객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니, 이제는 원하든 원치 않든 에바 롱골리아 같은 여배우의 짜릿한 섹시함을 지상 8,000미터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엘리베이터의 도어에까지 침투한 광고에도 성이 안 차 또 다른 빈자리가 없는지 눈을 번뜩인다. 당신이 AE든 마케터든, 또는 광고주든 심지어 광고주의 아내라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당신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일 테니까.
다만 중요한 건 속도에 있다.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그 곳을 찾아내고 그것을 설치해야 함은 물론이다.

속도다!

인터넷 한 페이지를 다운로드하는 데 8초 이상 걸리면 그 사이트를 떠난다는 통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7분짜리, 뉴델리에서는 3분짜리 데이트 서비스가 제공중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는 300자 내외의, 소설이라 해야 할지, 초(超)소설이라 해야 할지, 아무튼 휴대폰을 통해 전송하는 서비스가 있다. 작가에게는 한 번 다운로드할 때마다 우리 돈으로 11원 정도 준단다. TV 화면은 평균 3.5초에 한 번씩 바뀌며, 미국에는 45초짜리 드라마도 등장했다.
자, 우리는 그런 기회를 놓칠 바보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3분짜리 데이트 서비스의 빈 공간을, 300자 소설 속의 틈바구니를, 미 국방부가 4년 동안 14조 원을 들여 개발한 GPS의 화살표 하나에도 광고를 하려 한다. ‘우리’ 중에 당신도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중요한 건 속도다.

중요한 건 속도다!

지금 이렇게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변화를 비웃듯 미래학자들은 더 빠르고 어지러운 변화를 예고한다. <비즈니스 위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사람은 전체 미국인 중 3분의 1 미만이라고 한다. 앨빈 토플러는 그의 책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미국 노동력의 4분의 1이상이 조직 이탈자라고 단정했다. 그들은 3,300만 명에 이르는 프리에이전트로서 프리랜서, 독립계약자, 컨설턴트 등을 의미한다. 그들의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하며, 그 숫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돈이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자본인 세상이 이미 도래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제프리 양이고 임요환이다. 이쯤 되면 ‘동시화(Synchronize)’가 대세가 아니라 ‘동시화 속의 부조화’가 대세가 아닌가 싶다.
그런 한편, 지금은 다섯 명이 경제활동을 해 65세 이상의 한 사람을 사회비용으로 부담한다면 앞으로는 다섯이 일해 다섯을 부양해야 한단다. 24시간 문을 여는 은행과 구청, 주문 후 30분 이내에 배달해 주는 온라인 쇼핑몰, 또 그로 인해서 필연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유통산업. 우리는 지금 그 문턱에 와 있다. 잘 닦인 도로 위를 안정감 있게 주행하던 방식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서 출발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어쩌면 광고회사도 재택근무 형식으로 변할 수 있다. 어쩌면 당신도 새벽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일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런 변화보다도 더 빠른 대처를 원하는 속도다. 요즘처럼 CEO의 재임기간이 짧은 적도 없지만, 최근 CEO의 가장 큰 덕목은 일단 지시하고 그 다음에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속도다.

아이러니!

광고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과 사석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훗날 살고 싶어 하는 주거형태가 나타난다. 열에 아홉은 전원주택으로의 일탈을 꿈꾼다. 크지 않아도 좋지만 조그만 텃밭이라도 가꿀 형편이 된다면 금상첨화라고 여긴다. 그런 삶을 셈하느라 어디가 좋네, 얼마가 필요하네 하며 나남없이 그윽한 표정으로 절간 같은 적막함을 그린다.
이 얼마나 배반적인 생각인가. 수도 없이 많은 LED와 인공구조물, 화장실 한 편이라도 비워두고는 절대 지나치지 못하고 숱한 광고를 만들어 놓고는, 헐렁한 곳에서 텃밭이나 가꾸고자 한다. 이기적이다. 참으로 이기적이다.

그런데 나도 간절하게, 이기적이고 싶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