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지역도 기업이나 제품처럼 브랜드화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보다 친숙하고 깊이 각인시키려는 시도가 전 지구촌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 더 이해하기 쉽고, 감성을 더 자극하는 지역브랜드가 있으면 홍보나 투자유인, 관광객 유인은 물론, 그 이외에 지역마케팅 활동이라고 칭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 상 효과와 효율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지역브랜드를 개발하는 추세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브랜드 개발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아마도 70년대 후반의 ‘I Love New York’ 사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은 그 이전까지 ‘Gang of the New York’이라 표현될 정도로 지역의 이미지와 실체가 엉망이었지만, 이 캠페인 이후 뉴욕은 라스베가스와 쌍벽을 이루는 미국의 관광지로 부상했고,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위치로 급부상했다고 평가된다.
근본 목적은 해외 자금 유입
우리나라의 경우도 국가 단위에서뿐만 아니라 시·도별 각각의 브랜드가 개발되었으며, 그 중 상당수는 여러 번의 개정을 거치기까지 했다. 해외의 경우도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불문하고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 중미 지역은 ‘Centro America, so little… so much…’라는 슬로건 아래 7개 국가가 연합해 ‘생태’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으니, 여기서 보듯 브랜드화할 수 있는 지역의 조합과 다양성은 행정적인 단위를 초월하기도 한다.
하나의 지역브랜드가 탄생하는 배경은 매우 복잡한 요인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본목적은 ‘해외(혹은 지역 외부)로부터의 자금유입’이다. 지역의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지고, 친숙하게 인식되어 긍정적인 연상 이미지가 느껴진다면, 그 지역으로 여행하는 관광객 증가에 도움이 되고, 그 지역에의 투자도 좀더 망설임 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다분히 마케팅적인 사고방식과 철학이 근본에 깔려있는 것이다.
현 영국 정부 Public Diplomacy Board에 속해 있으며, 지역브랜드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라 평가되는 Simon Anholt는 그의 Hexagon Model을 통해 해마다 국가들을 브랜드화하여 NBI(Nation Brands Index)지수를 발표하고 있다<그림 1>. NBI 지수는 모델을 이루는 육각형 축의 명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금을 끌어 모으는 데에 직, 간접적인 수단이 되거나 지역의 신뢰감을 제고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Tourism·Export·Culture & Heritage·People·Investment·Government로 이뤄져 있다. 각 국가들이 자국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지향점으로 이뤄진 정체성을 고려할 때 가장 연계가 적절한 분야를 이러한 축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그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개발해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경우 여섯 가지 축으로 이뤄진 영역이 점차 넓어지게 되고 브랜드 자산이 증대된다는 것이 모델이 주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국가의 브랜드가 위에서 열거된 여섯 개의 축을 고르고 정확하게 고려해 태동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는 국가 정체성과 향후 국정의지를 충분히 고려한 바, 관광산업이 국가의 핵심이라고 판단해 관광에 초점을 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특별히 관광할 만한 자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산업 영역이 주로 연상되는 국가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관광도, 산업도 여의치 않을 경우 - 그것이 무엇이든 - 국민성이나 국정의 의지로 결정된 전략적 지향점을 나타내는 국가브랜드도 가능할 수 있다.
아울러 모든 영역을 골고루 고려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적용이 수월하도록 고객 입장에서 실제 체험대상이 될 만한 브랜드 슬로건이나 비주얼의 컨셉트를 모호하게 설정하는 형태(의도된 것이든 아니든)도 수없이 출현한다. 그러나 이렇듯 모호한 컨셉트가 주는 적용 용이성의 혜택은 기억에 남거나 이미지를 깊게 각인시켜 지역에 대한 신뢰감을 제고하는 효과에 대비하면 결코 큰 혜택이 아닐 것이다.
‘Dynamic Korea’와 관광브랜드의 상관관계
지금부터는 해외 사정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의 사정이 어떤지를 살펴보자. 오랜 기간동안 비공인(?) 우리의 국가브랜드 역할을 해온 것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Land of morning calm)’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주는 동양적 미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직접 경험한 외국인 고객들이 그와 어울리는 이미지와 실체에 관해 충분히 공감하기보다는 오히려 산업화에 따른 발전의 속도와 열심히 일하며 자기계발에 열중인 국민들로부터 받는 역동적인 인상이 더 강함으로써, 이러한 인식과 정체성을 고려해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쳤다. 더욱이 2000년대 초반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주변 아시아 국가들이 저마다 국가브랜드를 개발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표>, 때맞춰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어 공동 개최국인 한국을 알리기 위한 적절한 브랜드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위와 같은 배경 하에서 2001년 12월 22일 국정홍보처 주관으로 ‘Dynamic Korea’가 한국의 국가브랜드로서 탄생하기에 이른다.
그 개발과정에 대한 지금까지의 분분한 논란 여부는 차치하고, 현실적으로 막중한 영향력이 있는 국가브랜드에 대한 국정의 의지를 잠시 보자. 2005년 2월 4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이미지위원회의 연석회의에서 이를 장기적으로 지속시키는 국가브랜드로 결정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대외적으로 내세울 이미지로 Dynamic Korea를 분명히 한 바 있다.이러한 국정의지 이외에 객관적인 데이터로도 Dynamic Korea의 타당성이 검증된다. 주한 외국인의 75%에 이르는 공감도가 있으며, 지역브랜드 태생 상 그다지 일반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성격이 아님에도 해외에서 전체적으로 22%의 인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Dynamic Korea는 이미 상당 부분 브랜드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으며, IT기술 강국의 이미지와 한국 국민의 역동성을 반영한 국가브랜드로서 입지가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 사용의 효율성만으로 따진다면 국가브랜드인 Dynamic Korea 하나로써 투자유치든 산업박람회든 관광이든 외부자금을 유입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실제로 관광산업이 그 나라의 핵심산업인 경우 그렇게 사용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의 ‘100% PURE’라는 브랜드는 나라 전체의 자연환경으로부터 오는 깨끗함(Pure)이 대표 이미지로서, 이는 이 나라의 수출품목부터 관광자원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정체성이 될 수 있다.
그런데 Dynamic Korea의 ‘Dynamic’이 가져다주는 이미지가 한국이 갖고 있는 관광자원의 특성을 매력적이고 효과적으로 해외고객들에게 어필시켜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없지 않다. Dynamic Korea는 다이내믹하게 변화해 온 근대 이후 역사와 기술의 발전 속도, 국민들의 부지런하고 힘찬 역동성을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관광이 자유로워진 최근에 들어 글로벌 고객들이 중시하는 가치인 ‘여유와 휴식’에 대한 의미, 그리고 관광의 매력 요소인 미적 감각을 생각해 볼 때 관광산업을 많이 고려한 국가브랜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즉 Dynamic Korea는 위에서 말한 Simon의 Hexagon Model을 기준으로 설명한다면, People·Government·Export·Investment는 쉽게 연상되지만, Tourism·Culture & Heritage 측면에서는 많은 비중을 두지 않은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관광분야도 소재에 따라서 Dynamic이 어울리는 분야가 있다. 월드컵을 비롯한 스포츠 분야도 그렇고, 태권도·난타공연·IT산업 박람회 등은 충분히 연상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관광할 대상이 과연 이런 종류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동남아를 비롯해 서구까지 뻗치려고 하는 한류문화나 영화·드라마의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미적 감각이 과연 Dynamic뿐일까? 외국 관광객이 가장 쉽게 체험할 수 있는 한국의 먹거리나, 서구인들로부터 특히 호평 받는 관광상품 ‘Temple Stay’에서 얻는 가치도 Dynamic이라는 컨셉트로 표현이 가능한 것일까?
따라서 관광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면 미적 감각이 좀더 필요하다. 이는 데이터로도 확인되는데, 국정홍보처가 조사한 자료에 Dynamic Korea에 대한 이미지 평가결과 역동성·국제성·긍정적인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얻은 반면, 미적 감각과 관련된 매력적, 친근함, 세련됨, 산뜻함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얻었다<그림 2>.
모든 분야를 빠짐없이 고루 고려한 브랜드를 만들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분야를 고려하기 위해 컨셉트를 지나치게 모호하게 가져갈 경우의 단점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데, 이와 관련, 관광 분야에 충분한 비중이 두어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Dynamic Korea가 국가브랜드로서 적절치 않다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관광의 물질적 인프라 구축 이전에 관광산업을 부흥하기에 매우 불리한 여건이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 이후 역사적 유물이나 자연환경을 관광산업화하여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발상을 하기보다는, 산업개발과 현대화를 통해 국가의 부흥을 이끌어왔다. 이렇듯 관광을 산업으로서 인식하는 안목의 부재도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산업 부흥에 난관이 되는 여건이 도사리고 있다.
즉 ‘관광’이라고 하면 ‘놀고 먹는’ 위락이나 유흥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깔려 있고, 관련 업종 및 종사자들을 우대하지 않는 풍토인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 전통적인 국가의 정체성을 고려하다 보니 관광분야에 대한 비중이 낮아지게 되었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광산업에 대한 각종 경제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향후에 반드시 관광산업을 부흥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3>. 결국 관광산업의 중요성으로 미루어, 국가브랜드와는 별도로 관광분야에 적절한 미적 감각이 더해진 관광브랜드가 개발되어야 함은 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설득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약한 보증전략’이 주효
이제 남은 문제는 개발 실행에 있어서의 효율성 문제다. 관광브랜드가 국가브랜드와 별도로 개발된 후 고객들에게 주는 혼선을 피하기 위해 같은 홍보물에 절대로 함께 사용하지 않는 전략도 있고, 국가브랜드의 이미지와 크게 흡사하도록 고안해 인지도와 이미지 측면에서 강한 연계성을 가져가는 방법도 있다. 또 국가브랜드와 이미지 면에서의 연계성을 느끼도록 하되, 관광을 주제로 특화시키고 이미 구축된 국가브랜드의 보증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같은 홍보물에 두 개가 동시에 출현하는 방법도 있다. 그 각각은 개별 브랜드 전략, 강한 보증전략, 약한 보증전략이라고 칭한다<그림 4>.
그런데 위 그림의 타이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개별 브랜드 전략은 의미나 형식 상 연계성이 없는 브랜드들 사이에 각자 특화된 용도에 대해 독립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고객들의 혼선을 방지한다. 또 두 브랜드는 한 광고나 홍보물 내에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없는 특징이 있다.
강한 보증전략은 남아공의 사례가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데, 사용한 문구나 로고의 컬러, 디자인 측면에서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국가브랜드가 이미 구축된 자산이 있고, 그러한 자산(인지도·연상 이미지 등)이 해당 국가의 관광산업 특성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사용된다.
약한 보증전략은 홍콩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관광을 특화로 개발된 브랜드를 부각시키면서 이미 구축된 인지도와 신뢰감을 기반으로 국가브랜드가 보증역할을 하는 형식이다. 국가브랜드와 관광브랜드 사이의 의미적 연계성은 상황에 따라 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관광브랜드의 목표 이미지 설정에 운신의 폭이 넓지만, 인지도 측면에서는 이미 구축된 국가브랜드의 영향을 등에 업는다는 특성이 있다.
그럼 한국의 경우는 어느 전략이 유리할 것인가? 국가브랜드와 별도로 관광브랜드가 개발되어야 함은 위에서 논한 바와 같지만, 국가브랜드 Dynamic Korea는 앞서 인지도와 공감도가 보여주듯이 이미 브랜드 자산이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관광브랜드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는 관광브랜드 특유의 어필을 고객들에게 하면서도 인지도와 신뢰성 측면에서 국가브랜드의 보증을 받는 ‘약한 보증전략’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되며, 현재 그러한 방향으로 한국관광공사의 프로젝트 수주를 받아 LG애드에서 관광브랜드 구축이 진행중이다.
물론 약한 보증전략의 특성 상 국가브랜드와 의미적 연계성을 어느 정도로 가져가야 할 것인지, 다이내믹한 연상 이미지 이외의 관광분야까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미적 감각과 감성적인 측면의 고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국관광산업 부흥을 주도하고 상징할 수 있는 한국관광브랜드가 태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