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08 : Creator's Eye - 2006 칸국제광고제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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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Eye_ 2006 칸국제광고제, 또 다른 감상법
  '라이언'보다는 '박수'를!  
신 숙 자 | A.CD
sjshina@lgad.co.kr
 

칸국제광고제에 가면 ‘소리’가 있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야유소리와 아낌없는 찬사를 전하는 박수소리. 그리고 관심 받지 못한 침묵. 세계 각지에서 온 내로라하는 광고쟁이들은 그렇게 소신껏 칸에 참여하고 있었다.
라이언을 받은 광고들이야 인터넷만 검색해도 금방 알 수 있을 터. 이 글에서는 칸에 직접 다녀온 경험을 빌어 그 ‘박수소리의 라이언’을 꼽아볼까 한다.

“나는 그 반대의 사실을 믿는다'…나는 당신의 광고에 감탄한다”

 

금요일부터 각 극장 안은 붐볐다. 금요일부터 각 극장 안은 붐볐다. 한차례 심사를 받아 걸러진 본선 진출작들이 상영되고 있었기에.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광고는 아르헨티나 TBWA가 만든 Political Message 부문 광고. 훌륭한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실버를 받은 것에 대한 지지와 안타까움 때문인지, 시상식장에서도 골드라이언보다 더 긴 박수를 받았다. 대통령 후보 광고로, 주제는 Truth. 그저 화면에 자막이 하나 둘 올라가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광고. 내용은 온통 부정적인 것들뿐이다. ‘아르헨티나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미래가 없고 더 악화될 것이며… 미래가 밝다고 말한다면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도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 의아했다. 자막이 하나 둘 다 올라가고 후보의 이름이 나오자 다시 화면은 거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반대의 사실을 믿는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문장의 순서를 거꾸로 읽자 글자 하나 바뀐 것도 없는데 내용은 정반대의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아르헨티나는 부정부패가 없고 밝은 미래를 가졌으며 더 밝은 내일이 있고…’.
물론 영어라서 가능했던 점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히 순서를 바꿈으로써 아르헨티나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후보의 시각을 더욱 극적으로 전달시킬 수 있었으리라. 감동적인 반전을 목격한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카피의 힘뿐 아니라 자막이 읽히는 순서에 따라 정반대의 내용이 될 수 있게 만든 아이디어. 후보의 얼굴은 한번도 안 나오는데 그 후보의 생각에 감탄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아이디어 하나로 멋지게 감동을 주는 광고. 가장 긴 박수는 이 실버 라이언 저예산 광고에게 돌아갔다. 정치광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방콕발(發) 아시아의 힘

유머는 늘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관대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우리는 광고로 타깃들을 웃기고 싶어한다. 방콕의 광고는 칸을 웃게 하는 광고였다. 페이셜 폼 광고 하나 만드는데 엄청나게 긴(우리나라에 비하면) 러브스토리와 아이디어를 엮어낸 smooth-e 광고. 내용이야 선머슴 같던 여자아이가 예뻐지며 사랑을 이룬다는 지극히 뻔한 것이지만, 주인공들의 천연덕스런 연기와 연출, 동시에 제품을 잊지 않는 Relevance. 게다가 판에 박힌 뷰티 제품 광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점수를 얻는다. 짝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에게 smooth-e 제품을 권하는 뷰티컨설턴트는 ‘남자는 다 여드름 같은 존재’라며 이 제품으로 깨끗하게 씻어내길 권한다. 네 편에 걸쳐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긴 스토리는 재미있는 연출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적절한 BGM으로 그야말로 잘 만들어진 광고다. 네 편의 광고를 보는 새에 이미 smooth-e 제품명을 기억하게 했고, BGM을 흥얼거리게 해줬으며, 제품에 대한 호감을 갖게 했다. 결국 골드라이언을 받은 아시아의 대표 수작.



아이디어도 그렇지만, 완성도의 힘!

엄청난 박수를 받은 광고는 사실 꽤 많다. 그 중에서도 완성도로 승부한 광고가 있었다. 이탈리아 레오버넷에서 만든 AQUALTIS 세탁기 광고. ‘Underwater World’라는 주제에 맞게 빨래들로 해저세계를 만들어 환상적인 바닷속 풍경을 보여주다 ‘Big inside’라는 카피로 끝을 맺는다. 광고가 시작되자마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이디어가 팔린 후, 그 아이디어가 빛을 볼 때까지 우리를 잠 못 자게 만드는 건 완성도다. 그 완성도의 뛰어난 승리. 동료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면 우린 만들 엄두가 안 나 슬그머니 그 아이디어를 내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세탁기가 가야 할 마케팅 목표와 경쟁사 상황, M/S 등을 따져보면, 그리고 세탁물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세계만 보여주는 걸로는 시장을 뒤엎을 힘이 없다, 그건 일차원적인 이야기다’라고 생각하면 뜬구름 잡는 광고일 수도 있다. 그냥 완성도만 볼 만 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광고쟁이들이 밤낮으로 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완성도라고 볼 때 큰 박수가 아깝지 않은 땀과 열정의 결과. 물론 아이디어도 뛰어나지만.

첫 번째는 심플하면서도 뛰어난 카피와 아이디어, 두 번째는 유머와 연출력 뮤직을 두루 겸비한 드라마, 세 번째는 입 벌어지게 만드는 완성도의 대표작. 광고를 만들 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요소이다. 세 광고 다 그랑프리는 수상하지 못했지만, 그 광고를 만들기까지의 천재적인 노력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그렇게 긴 박수가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칸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심사위원들이 정해준 라이언 외에 우리의 본능적인 의견으로 정하는 ‘박수의 라이언.’ 그 박수소리의 열정을 느낀다면, 오늘 새벽 쓰는 카피와 완성도를 더하는 아트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박수치러’ 칸으로 가야 한다.



P.S. 인쇄의 경우 작품을 디스플레이 해놓고 각자 보는 시스템이라 그 반응을 잡아내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지면이 허락하지 않아 필름 부문만 짧게 다뤘습니다.
수상작들은 www.canneslions.com/winners_site/에서 볼 수 있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