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06 : Ad Scope - 나, ‘광고 소비자’가 본 좋은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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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Scope_나, ‘광고 소비자’가 본 좋은 광고
 
  ‘사람’에서 ‘손맛’까지…  
강 병 철 | 연합뉴스 생활경제부 기자
soleco@yna.co.kr
 

‘튀지 않으면 묻히나?’

하루에도 십 수 편의 광고가 온에어되다 보니 ‘튀지 않으면 묻힌다’는 절박감으로 각종 기법을 동원해 이슈를 만들려는 것이 요즘 TV광고의 트렌드인 듯하다. 예전에는 주로 빅모델을 동원해 이슈 만들기를 시도했지만, 최근에는 빅모델을 쓰지 않는 데가 거의 없다보니 이런 전략도 잘 먹히지 않는듯하다.
이런 면에서 최근 주목을 끄는 광고를 꼽는다면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광고다. 여러 시청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 광고는 중년 남성과 여성이 회전문에서 마주쳤는데, 문을 지나는 순간 서로 한때 사랑했던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 그리고 남자가 그랜저를 탄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등으로 이어진다. 구성 등에서 볼 때 다소 평범한 면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적어도 ‘튀는 광고’는 아니므로), 이 광고는 제품 컨셉트와 광고의 컨셉트를 적절히 연결, 고급스럽고 우아한 제품의 특징을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다. 말하자면 ‘광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교과서적인 의미로 접근해 풀어낸, 그래서 평범하지만 그만큼 인상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 듯하다. 소비자들이 쏟아낸 감상평의 대개는 ‘중년이 되면 나도 저 차를 타야겠다’는 느낌이었으니까.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수많은 패러디 작품을 양산해낸 SK텔레텍의 제품광고 시리즈는 장기적으로 방영되고 있는 모범 광고 사례와도 같다. 하나의 캠페인으로 구성된 기업광고나 이미지 광고가 아님에도 ‘시리즈’라고 표현하는 것은 광고에서 표현된 일관된 이미지, 그리고 어떻게 제품을 부각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이 업체의 광고를 보자. ‘쥬크박스폰’을 세일즈하는 이 광고는 음악트랙이 순차적으로 플레이되는 휴대폰의 디지털 기능을, 가수들을 길거리에 쭉 배열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표현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이 업체가 지난해 5월 방영한 게임폰 광고에도 사용됐는데, 이 광고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듯이 휴대폰 소비자가 가방에서 격투기 선수를 꺼낸다는 내용이다. 또한 터치스크린 위성 DMB폰(지난해 4월 방영), 죠그셔틀 MP3폰(2004년 12월 방영) 광고에서도 디지털 기반 휴대폰의 최첨단 기능을 지극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즉 SK텔레텍 광고는 디지털 기능을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변환, 표현하는 일관된 시리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매번 지금까지 해온 광고의 기본에 충실했다.
이렇게 현대자동차와 SK텔레텍 광고를 설명, 분석한 것은 각각이 ‘광고 소비자의 한 사람’인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 생각’ 네 가지


그러면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는? ‘사람을 향한다’, ‘타깃팅이 잘 됐다’, ‘빅모델이 없다’ 그리고 ‘손맛’ 등이다.

사람을 향한다
위에서 말한 두 광고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어느 통신업체의 기업PR 광고 카피처럼 ‘사람을 향한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혹은 소비자란 개념상으로는 추상이 가능하지만, 사실 추상적인 존재로서의 사람이나 소비자는 없다. 모든 사람은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개개인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광고는 사람들의 이런 느낌·생각·경험에 빗대 표현해야 소비자와 공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시 두 회사의 광고를 보면, 현대차는 제품이 갖는 느낌과 이미지를 이별한 후 오랜만에, 그것도 중년이 되어 만난 옛 연인들의 모습을 통해 적절하게 접근했다. 마찬가지로 SK텔레텍의 광고 시리즈 역시 제품의 특징을 일상적인 상황(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을 통해 적절히, 혹은 코믹하게 잘 나타냈다.

타깃팅이 잘 됐다
최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1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다. 이들의 수요를 이끌어내고, ‘쥐어짜기(?)’ 위해서는 이들의 눈맛, 입맛에 맞는 화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SK텔레텍의 광고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련됐다’ 등의 평가를 받으며 매번 광고 소개 사이트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광고 역시 제품이 ‘성공한 중년의 상징’이라는 점에 초점을 잘 맞췄다. 제품이 갖는 중후하고 세련된 이미지, 그에 걸맞은 중년 남성,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옛 연인의 아련한 시선이 어우러지면서 광고는 소비자들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었다.

빅모델이 없다
사실 모델이 유명한가 유명하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빅모델이 등장하는 광고의 경우 초점이 제품에서 광고모델로 수직 이동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빅모델이 없다’는 표현은 광고가 모델 지향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에 앞서의 두 광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델보다는 제품, 제품보다는 사람을 지향하는 시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손맛(?)
요리책에 적힌 대로 요리했다고 해서 요리의 맛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듯, 광고도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 필수적일 텐데, 이는 ‘광고 생산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표현이기보다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세계관·인생관·도덕관을 강조하는 의미다. 세계를 원형(Circle)으로 이해하는 부족의 가옥배치가 원형을 띠듯이, 광고는 광고 생산자의 세계관이 만들어내는 자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콘티를 갖고 광고를 만들어도 ‘조금씩’은 광고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 ‘조금’이 광고의 간을 맞추는 차별적인 요소가 되는 듯하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