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04 : Special Edition - '광고,광고를 말하다!' 1- Concept - ③ 광고 사례

Special Edition- ③ 광고 사례     ‘소비자 氏’는 인사이트 컨셉트가 돋보이는 광고를 원한다   정 재 명 | WOW Communications 부사장 jungcopy@hanmail.net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소비자예요. 성은 ‘소’, 이름은 ‘비자’. 요즘 ‘컨셉트’라는 말, 많이들 쓰더군요. ‘소비자가 제품을 통해 누리는 가치나 혜택이’라고들 하시지만. 소비자 씨는 마케팅 전략이 어떻고, 광고전략이 어떻고, 표현전략이 어떻고, 컨셉트가 어떻고…… 하지만 소비자 씨는 기업이나 마케터, 브랜드 매니저, 광고기획, 크리에이터가 말하는 컨셉트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그저 광고를 무심코 힐끔 쳐다보다가, “어? 저 광고 괜찮네. 가슴에 파고드는데… 브랜드가 뭐지? 저 기업 좋은 일 많이 하네! 왠지 호감이 가는군” 하거나, “어? 저 브랜드 마음에 꼭 드네! 나도 저 브랜드 꼭 갖고 싶어” 하는 정도죠. 컨셉트란 그렇게 소비자의 핵심 니즈를 소비자 관점에서 발견해 브랜드에 대한 꿈을 갖게 하고, 지갑을 열어 그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믿음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즉 브랜드에 대한 꿈을 갖게 하는 컨셉트를 ‘인사이트 컨셉트(Insight Concept)’라 하고 싶어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히면서, 이제 인사이트 컨셉트가 돋보이는 광고를 살펴볼까 해요. # S1 - AM 06:30 휴대폰 알람 소리. 오늘도 즐겁게, 꺼칠한 수염을 깎기 위해 면도기를 찾는다. 어디 있지? 날카로운 선인장 가시와 철조망 가시까지 말끔하게 깎아버린 그 광고, 그 면도기 뭐더라? 옳거니, 깔끔하게 면도되는 질레트, 오늘 마트에 들리면 질레트 좀 사다 줘요<광고 1>. # S2 - AM 07:40 아침식사 요즘 ‘웰빙’이다, ‘로하스’다 하면서 말이 많다. ‘위대한 밥상’도 그렇고, 더불어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화두 아닌가. 여보, 당신도 이왕이면 유기농 제품으로 사는 게 어때요? 그 왜 있잖아요, 바른 먹을거리 풀무원 말예요 <광고 2>. 일본에서 ‘야채를 많이 먹읍시다’에서 ‘요리를 빠르게’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큐피마요네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으면 한번 사 봐야겠다. 30년 넘게 펼쳐 가는 그 묵묵한 광고가 큐피마요네즈를 한 번쯤 찾게 만든다 <광고 3>. # S3 - AM 08:10 출근준비 오늘은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해볼까? ‘모든 사람들은 혼다의 꿈을 갖고 태어난다’는, 누구나 타고 싶어 하는 혼다. 기차를 타고 창 밖을 내다보며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기분, 아마도 혼다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의 기분은 ‘흥분의 세계, 혼다’ 그 자체일 것이다<광고 4>. 도심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건 위험하니까 헬멧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당신의 머리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보에리헬멧’이니까. 아이들 인라인스케이트 탈 때도 보에리헬멧 좀 챙겨주구려 <광고 5>. 강변북로를 달리는데 그 옆으로 레간자가 질주한다. 도시가 시끄럽지만 ‘쉿!’ 소리가 차를 말한다. 그 차 위의 개구리가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소음 없이 조용한 차 레간자는 요즘도 조용하게 잘 달리고 있는 모양이다<광고 6>. 안개인지 매연인지 시야가 흐릿한데, 한강철교 위로 KTX가 달린다. 그래, 바로 저 풍경이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했을 때의 풍경…. ‘사랑이랄까, 용기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함께 타고 있다’ ‘꿈이랄까, 결의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함께 타고 있다’라는 카피, 삶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은 그 카피, 그 공감, 그 감동의 울림…. 일본에 가서 한번 타고 싶었던, 바로 JR<광고 7>. 어? 저게 뭐야? 빨간 색 면도칼 모양의 대형 옥외간판, ‘The Economist’라는 단어를 보고서야 알아차린다. 샤프한 면도날처럼 명쾌한 기사, <이코노미스트>를 읽고 똑똑해지라는 얘기겠지. 그러고 보니 지하철에서도 본 거 같은데, <이코노미스트> 제호처럼 빨간색 바탕에 하얀색 헤드 카피, ‘절대 한쪽만 보지 마라’. 외환시장 건물 앞에는 ‘장애는 무시해 버려!’라고 비즈니스맨에게 용기를 준다<광고 8>. # S4 - AM 08:40 2층 단독주택 사무실 이사를 하여 벽을 새롭게 칠해야 한다. 가만, 무슨 페인트더라? 백인과 흑인이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한여름 백사장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피부가 익는다면? 맞아!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상, 듀럭스 페인트’였지. 듀럭스 페인트를 사와야겠어<광고 9>. 꽝꽝! 여기저기 벽에다 못을 박아야겠는데, 잘 박히지 않는다. 털실뭉치나 화장지, 과일에다 못 박듯이 손쉽게 박을 수 없나? 그렇지! 보시가 있었지. ‘쉽게 박을 수 있는 드라이버, BOSCH’<광고 10>. # S5 - AM 09:00 회의실 담배를 끊었으니까 머리도 식힐 겸 킷캣(KitKat) 초콜릿으로 ‘Have a Break’ 합시다<광고 11>. 아니면 ‘훌륭한 아이디어는 언제나 깨어 있을 때 나온다’고 하니, 위대한 아이디어의 영감을 얻고 싶을 때 마시는 HEREDIA 커피 한잔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겠다. 잠시 쉬었다 합시다!<광고 12>. # S6 - PM 12:30 강남구청역 부근 지하철 공사와 고층빌딩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예전에는 쇠만 보면 무겁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는데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포스코 광고를 보고부터 왠지 기업이미지가 정겹고 따스하게 느껴진다<광고 13>. 수많은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건만, ‘LG전선’하면 ‘전선이 있는 풍경’ 광고가 떠올라 고향처럼 여유 있고 푸근하게 느껴진다. 빠른 세상은 LG전선이 도와줄 테니까 가끔은 피에르 쌍소처럼 ‘느리게 사는 즐거움’도 누리면서 살아야겠다<광고 14>. # S7 - PM 16:30 퇴근길 강남의 자동차 전시장을 지나치면 벤츠·볼보·BMW·아우디…… 해외 명차들의 심벌만 봐도 언제 저런 차 한번 타 보나, 가슴에 타고 싶은 차 한 대를 주차시켜 본다. 르노삼성자동차 매장의 대형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세대에게 Play - 지루하게 사는 건 젊음에 대한 죄다.’ 내가 조금만 젊었더라도 SM3를 타고 마냥 내달렸을 것만 같다<광고 15>. # S8 - PM 19:30 보석가게 오늘이 결혼기념일, 아내에게 뭘 선물하지? 아무것도 필요 없다. 마음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아내에게 티파니를 선물해주면 좋겠는데,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장미꽃 100송이에 ‘캐럿의 힘, 나탄을 선물해야지.’ 나탄 보석을 선물 받고 나니 당신이 너무 멋져 보이는 거 있죠<광고 16>. # S9 - PM 10:00 24시간 쇼핑매장 오늘밤에는 어쩐지 술이 한잔하고 싶어진다. 이왕 쇼핑 온 김에 맥주도 좀 사다 둬야지. 맥주 하면 카스·오비라거도 좋지만 이왕이면 지하 150M의 100% 천연암반수로 만든 하이트 맥주. 왠지 물이 더 깨끗해서 더 맛있을 거 같은 느낌, 그래 깨끗한 맥주 하이트로 하자구! <광고 17>. 나, ‘소비자’도 글로벌 세상에 사니까 오늘은 기네스맥주도 한 박스 사야겠다. 하얀 색 거품과 흑맥주, 흑백의 대비…… 여성의 몸과 흑백의 기네스맥주의 절묘한 대비. ‘지금 이 광고를 보면 무슨 생각나세요?’<광고 18>. 유비무환, 혹시 깜깜한 밤에 정전될 때를 대비해서 비상용으로 맥라이트 하나쯤 준비해두자. 애를 키우다 보면 그렇지, 40도 넘는 고열로 아이가 까무러치고, 전기는 나가 버리고, 천둥번개 치고… 갑작스럽게 라이트는 필요한 법이니까. ‘인생의 절반은 어둠이다.’ 등산이나 낚시 갈 때 사용해도 되니까<광고 19>. # S10 - PM 11:00 아파트 거실 거실과 주방이 조용하다. 이제 아내를 위해 자장자장, 조용한 냉장고 디오스는 사줬으니<광고 20>, 새 아파트로 이사 가면 대형 벽걸이형 TV 하나를 사야겠는데 어느 회사 어떤 브랜드를 사야 할지 따져 봐야겠다. 간단히 육포에 맥주 한잔 하며 아내와 대화를 나눈다. 우리도 보험도 들어야 할 텐데, ‘긴 인생 아름답도록’ 우리를 응원해 주는 삼성생명에 보험 하나 가입해볼까?<광고 21>. 위에서 살펴본 인사이트 컨셉트가 돋보이는 광고 역시 가상의 ‘소비자 氏’ 취향에 따라 임의적으로 취사선택해 본 것이다. 다만 ‘소비자 氏’가 누가 되더라도 역시 인격을 갖춘 사람인 이상 디지털 세상일수록 아날로그적인 따스하고 푸근함을 더 그리워하며,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광고를 좋아할 것이다. 최근의 ‘사람을 향합니다’하는 SK텔레콤 광고나,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온 ‘마음을 나누어요, 오리온 초코파이 情’, ‘고향의 맛 다시다’ 등 소비자 氏의 가슴에 팍 꽂혀 있는 브랜드는 아마 오래도록 함께할 것 같다. 세계적인 명품이나 세계 100위권 브랜드의 광고를 보면 한 번쯤 그 제품을 갖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하지만 물질적인 가치추구는 끝이 없지 않은가. 그럴 때마다 정신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마음을 다스리면서 때론 무소유의 삶을 사는 것도 행복할 것 같다. 자연과 더불어, 사람과 더불어, 살며 사랑하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래도 삶은 보람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