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04 : Special Edition - '광고,광고를 말하다!' 1- Concept - ① 컨셉트란 무엇인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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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 ① 컨셉트란 무엇인가
 
  결국, 광고는 다시
컨셉트로 돌아온다
 
탁 정 언 | 카피라이터
freewriter@empal.com
 

최근 여러 광고회사가 치열하게 다투는 경쟁 프리젠테이션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일의 마무리 단계에서 광고기획서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내용을 보니 컨셉트가 없는 것이었다. 컨셉트 대신 ‘커뮤니케이션 테마(Communication Theme)’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회의를 하면서 찾았던 컨셉트는 왜 광고기획서에서 사라졌을까?
물론 컨셉트란 말이 자칫 낡은 용어로 보일 수 있으며,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뭔가 더 돋보이게 할 다른 것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테마라는 것이 컨셉트를 대체할만한 개념일까? 커뮤니케이션 테마는 이미 있는 것을 분류한 것으로, 컨셉트를 대체할 만한 개념이 아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컨셉트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해서 사용해온 광고에는 컨셉트가 있어야 한다. 컨셉트가 없는 카피, 컨셉트가 없는 비주얼, 컨셉트가 없는 광고기획서는 알맹이 없는 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광고 컨셉트, 그 용어의 시작과 확장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광고회사에서 컨셉트라는 말이 거의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에 그랬다. 특히 AE는 목에 힘을 줘 컨셉트를 외쳤고, 디자이너나 프로듀서·카피라이터도 뒤질세라 목소리를 높여 컨셉트를 말했다. 그 컨셉트 때문에 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갈등의 주 원인은 컨셉트 결과물 때문이 아니라, 컨셉트에 대한 의미해석 때문이었다. 입으로는 모두 컨셉트를 말했지만, 말하는 입장에 따라 컨셉트는 기획방향이기도 했고 아이디어이기도 했고 비주얼이기도 했고 장면이기도 했으며, 카피이기도 했던 것이다.
컨셉트의 의미 때문에 자꾸 부딪치고 일이 잘 되지 않으니 광고이론에 밝은 간부가 나서서 “컨셉트는 눈에 뜨게 강조되는 것이며, 프로덕트 컨셉트, 애드버타이징 컨셉트, 크리에이티브 컨셉트로 세분화해서 단계적으로 내려가면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일의 순서를 정해주기까지 했었다. 그랬더니 광고기획 부서에서 설정한 컨셉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크리에이티브 부서에서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고, 오히려 갈등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결국 적당히 ‘컨셉트=방향’이라고 타협을 했지만, 변함없이 다른 생각을 갖고 일을 했으니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라도 걸리면 컨셉트란 무엇인가 하는 것 때문에 시작부터 논쟁을 해야 했다.
컨셉트라는 말을 처음 광고용어로 사용한 것은 1960년대 미국 광고계로, 광고에 ‘개념’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기준으로 삼았다. 1960년대 미국 광고라면 TV가 주력 광고매체로 떠오르고 크리에이티브 지상주의 광고가 극에 달하던 시대로, 데이비드 오길비·리오 버넷·제임스 웹 영 등 전설적 크리에이터들이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데 컨셉트가 대두되면서 크리에이티브 지상주의 광고가 급격히 쇠퇴기를 맞고 리서치와 마케팅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걸 보면 컨셉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상황을 이해할 만하다. 크리에이티브의 도가 지나쳐 화제만 만들 뿐, 판매를 일으키지 못하는 광고를 그 본래의 목적인 ‘금전등록기 울리기(Advertising that makes the cash register ring)’로 되돌리기 위한 발상의 대전환이 아니었을까.
한국의 광고회사들은 1980년대 들어 세계적인 광고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포지셔닝·USP·SMP·T-Plan·브랜드 이미지 등의 광고전략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컨셉트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고 전략적으로 실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컨셉트 대신 약속(Promise)·편익(Benefit)·가치(Value) 등 다른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는데, 당시 다니던 한 광고회사에서는 컨셉트라는 말을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웃지 못할 지침을 내린 적도 있었다. 가령 컨셉트 대신에 ‘Promise’라는 새로운 용어를 수용하려니 그 혼돈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Promise’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다시 공공연하게 컨셉트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컨셉트에 대한 용어 사용의 교정

컨셉트는 광고계를 시작으로 경영·기술·마케팅을 넘어 디자인·건축·영화·드라마·연예·출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이렇듯 누구나 컨셉트를 말하지만, 컨셉트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또 전략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다른 분야야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컨셉트를 앞서 도입하고 전략적 개념으로 활용해온 광고계는 컨셉트를 정확한 이해하고 그 의미를 공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컨셉트는 ‘누군가 특별하게 의도한 개념’이고, ‘개념’이란 각각의 사물에서 공통적으로 걸쳐 있는 하나의 뜻이다. 의자를 예로 든다면 ‘의자는 앉을 수 있는 것’이라는 개념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앉을 수 있는 것’이라는 개념에, 컨셉트를 만드는 사람이 ‘앉는 것보다 보기 좋은 의자’나 ‘허리가 편한 의자’로 특별한 의도를 부여하면 그것이 바로 컨셉트가 된다. 결국 원론적으로 컨셉트란 ‘특별히 의도된 개념’이라고 정하면 컨셉트를 이해하고 공유하며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컨셉트, 혹은 유사한 다른 개념을 사용함에 있어 광고회사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컨셉트와 유사한 다른 개념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다. 한 예로, 컨셉트와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거나 그 대안으로 사용하는 것 중 하나로 모두에 언급한 ‘커뮤니케이션 테마’를 들 수 있다. 하지만 테마는 ‘이미 있는 것’이며, 컨셉트는 ‘새로 만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테마는 인간이 살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소통하고 공유해온 상징적 기호다. 사랑·낭만·만남·이별·특권·권력·세계·일등·가치·상류사회·회귀·발견·창조 등 정서적인 것에서 사회 지위적인 것, 가치적인 것까지 테마는 모두 이미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분류(Grouping)의 기술’에 해당되며, 논리적 사고(Logical Thinking)를 그 방법으로 동원한다. 또 커뮤니케이션 테마는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분석하고 분류하는 방법이지 새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방법은 아니다. 즉 ‘새로 만드는 방법’인 ‘컨셉트(Conceptualizing)’와는 다른 것이다.
이를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광고보다 오히려 광고인들이 진출, 컨셉트를 접목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영화를 예로 드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연산군의 폭정’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테마의 영화는 많았다. 1960년대에도, 197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만들어졌고, 또 같은 주제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등장인물을 바꾸고 시대상만을 반영할 뿐 변함없이 폭정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테마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도 연산군의 폭정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테마의 영화가 또 나오면 지겨움을 느끼며 보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분류의 기술’에 얽매이다 보면 ‘분류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컨셉트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롭게 만들며, 기존에 있는 것이라 해도 가공해서 전혀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연산군의 폭정을 ‘왕의 남자’라는 새로운 의도로 컨셉트화했을 때, 즉 컨셉트로 만들었을 때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연산군의 폭정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테마는 너무 익숙해서 지겹지만, ‘왕의 남자’라는 컨셉트는 그 지겨움과 따분함을 일시에 제거해버린다. ‘왕의 남자’는 뭘 하는지, 둘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고 알고 싶어서 극장으로 향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곧 컨셉트다.
광고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컨셉트와 커뮤니케이션 테마 못지않게 컨셉트와 주장, 컨셉트와 제품 특성, 컨셉트와 방향, 컨셉트와 아이디어 역시 많은 혼돈을 일으키고 있음을 자주 접한다. 여기에서 ‘주장’은 목소리만 클 뿐 컨셉트와 달리 차별되지 않으며, ‘제품 특성’은 시즈(Seeds)로 가득해서 컨셉트처럼 소비자의 니즈(Needs)에 가깝게 다가서지 못한다. 또 ‘방향’은 목표만 가리킬 뿐 움직일 힘이 없어 컨셉트처럼 전략을 실행(Execution)하지 못하며, ‘아이디어’는 럭비공처럼 아무데나 튀어 컨셉트처럼 힘과 방향을 가지고 움직이는 캠페인이 될 수 없다. 결국 용어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또 어떤 것은 컨셉트의 대안으로 사용하기는 해도 모두 분명히 컨셉트와는 다른 개념으로서, 컨셉트의 대안이 되기에는 오히려 그 의미와 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짐 콜린스와 이와마 히토시의 컨셉트

컨셉트를 현대 경영과 마케팅, 제품 개발 등에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시킨 사람은 미국의 저명한 경영분석가 짐 콜린스(Jim C. Collins)와 일본의 히트상품 개발자 이와마 히토시(岩間 仁)가 아닐까 한다.
197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기업의 변화과정을 추적·분석한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영 조건의 하나로 컨셉트를 내세웠다. 그는 컨셉트라는 개념을 단순히 광고나 마케팅이 아니라 경영의 조건으로 포지셔닝하여 전 세계 경영자들에게 경영에 있어 ‘컨셉트적 사고’를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말하는 컨셉트란 ‘교활·복잡한 여우와 단순·명확한 고슴도치가 싸우면 고슴도치가 이기는 것’에서 보듯이 고슴도치처럼 단순화하라는 것이다.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사람들은 어느 정도 모두 고슴도치였다. 그들은 자신의 고슴도치 속성을 활용해 우리가 ‘고슴도치 컨셉트(Hedgehog Concept)’라고 부르게 된 것을 자기네 회사에 밀어붙였다. 비교 기업의 리더들은 여우같은 속성이 있어 고슴도치 컨셉트의 분명한 장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지럽고 방만하며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주장은 곧 ‘컨셉트를 단순화하라’는 것으로, 컨셉트 없이 이런 방법 저런 방법, 건드릴 것을 다 건드리는 광고기획 방식으로는 성공적인 광고가 나올 수 없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한편 일본의 이와마 히토시는 컴퓨터·팩시밀리·프린터·디스크 등 정보화기기 분야의 많은 히트상품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공계 출신 기술 개발자인 그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기술이 아니라 먼저 독자적인 컨셉트 개발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 전통적인 기술 우위 사고에 빠져 있던 일본인들의 사고의 전환을 촉발했다. 광고인이나 마케터뿐 아니라 연구원·엔지니어도 컨셉트적 사고를 가지고 먼저 컨셉트를 만들라는 그의 주장은 사고의 대전환을 통해 일본 경제의 암흑기였던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마케팅이나 상품개발 컨셉트는 어디까지나 시장과 고객의 입장에서 발상해야 한다. 상품 컨셉트는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이며 직접적인 효용이다. 기술적인 특징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초래하는 효용인 것이며, 그 근원이 고객의 니즈다. 따라서 상품 컨셉트를 창조하는 것은 고객이 그 상품을 사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컨셉트란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때 나타나는 추상화된 사고방식 구조이며, 그것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을 언어로 바꾼 것이다.”
제품보다 고객의 니즈에서 컨셉트를 찾아야 하며, 애매하게 표현하지 말고 말이나 글로 간단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라고 외치는 이와마 히토시의 주장은 클라이언트뿐 아니라 광고회사의 플래너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컨셉트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다.

광고회사의 ‘컨셉트 기술’

광고회사를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부티크, CM프로덕션에서 컨셉트는 더 이상 그 의미론적 해석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광고에서 컨셉트는 기획의 알맹이로서 모든 데이터와 전략의 총체적 결론으로 집약되어야 하며, 전략의 모토, 크리에이티브를 가속하는 엔진이 되어야 한다. 컨셉트는 AE나 AP·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CM 디렉터·포토그래퍼·TD·카피라이터 등 광고에 관여하는 모든 스태프의 공유물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컨셉트의 기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컨셉트의 기술이란, 짐 콜린스나 이와마 히토시가 주장하는 대로 말, 혹은 문자에 의한 컨셉트의 표현이다.
플래닝에서는 도출되는 추상적인 관념을 단순·명확한 언어로 만드는 시도가 필요하며, 아트에서는 발상되는 비주얼, 영상적 느낌을 구체적으로 바로 앞에 보이는 언어로 형상화할 필요가 있다. 카피라이터는 단순히 세일즈 포인트에 한정된 언어에 머물거나 순간적 재치에 의존한 한 마디에 집착하기보다 먼저 컨셉트를 담은 컨셉트 프레이즈(Concept Phrase)를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 컨셉트를 말이나 글로 표현한다고 해서 멋지고 대단한 말이나 글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컨셉트는 거칠고 어법에 맞지 않거나 어설프고 촌스러워도 좋다. 컨셉트는 ‘특별히 의도된 개념’으로,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모티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광고를 할 때 컨셉트로 시작하고 컨셉트로 끝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이 ‘광고계획’이 아니라 ‘광고기획’이기 때문이다.
‘계획’이 ‘이미 정해진 것’이라면, ‘기획’은 ‘주어진 상황에 맞게 새롭게 계획을 짜는 것’이며, 기획의 연장선상에서 전략의 총체적인 응집체로서 컨셉트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개념을 구체적으로 단순·명확하게 만든 개념이기 때문이다. 결국 컨셉트는 이제 프리젠테이션을 승리로 이끌고 광고를 성공시키는 기술이 되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