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04 : Mini Serial - Sports Marketing 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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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Club - 미국의 수퍼히어로 만화에 대한 고찰
(첫 번째 이야기)
 
  여기는 쫄쫄이와 근육맨들의 천국  
정 성 욱 | 영상사업팀 대리
swchung@lgad.co.kr

수퍼맨·배트맨·엑스맨·스파이더맨·헐크…. 최근 몇 년 사이 이들의 이름을 빼고는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즉 이런 ‘초인’들을 소재로 하는 수퍼히어로물이 몇 년 사이에 할리우드 영화의 주류이자 주 소재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는 90년대 후반부터 급속도로 성장한 컴퓨터 이미지 처리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그 저변에는 20세기 초반부터 미국 문화의 커다란 한 축을 이뤄온 초인물(超人物)이라는 장르의 힘이 깔려 있다. 그리고 작금의 수퍼히어로 붐은 그 장르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상상 속의 비주얼’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술력이 준비되자마자 터져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퍼히어로는 문학적으로는 신화 속 영웅담의 형태를 띄고 있다. 주인공의 신비한 탄생 배경, 장기와 약점, 그리고 주인공과 대치하는 천적(Nemesis), 역경과 구원 등의 요소가 등장하며 읽는 이에게 초월적인 문제 해소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서부시대로 그 근원을 찾아 올라가는 ‘펄프’라는 형태의 통속소설들에서 시작된 미국의 히어로물은 라디오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활극드라마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디오나 소설이 채워주지 못하는 비주얼을 공급해줄 수 있는 ‘만화’는 수퍼히어로물에 있어 완벽한 매체였고, 만화와 결합되면서 그 장르는 완벽한 꽃을 피웠다.
수퍼히어로 만화의 깊고 넓은 세계에 대해 이 좁은 지면에서 완벽하게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너무 깊은 이야기는 지양하고, 주로 영화에서 다뤄지는 소재 정도의 깊이에서만 설명을 진행시키기로 하겠다. 또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번에 끝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기에 세 번에 걸쳐 연재를 하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출판사에 관해

미국 만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출판사를 이해하는 것은, 프로야구를 이해하면서 선수와 팀을 이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프로스포츠만큼 빈번한 선수의 팀간 이동은 없지만, 누가 어디 소속인가를 아는 것은 관련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모델이나 그 결과물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현재 미국만화의 양대 출판사는 마블(Marvel)과 DC코믹스(DC Comics)다. 193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수많은 만화 출판사들의 치열한 경쟁과 이합집산이라는 험난한 길은 이 장르의 풍부함을 키워내는 자양분이 되었고, 그 결과 DC와 마블이라는 만화 출판계의 두 거인을 낳게 되었다.


 


DC코믹스


1930년대 두 개의 다른 출판사가 합자해 본격적인 만화출판사를 출범시키게 되는데, 이게 바로 DC코믹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내셔널 코믹스다. 이 회사의 서브 브랜드 중 가장 잘 알려진 ‘디텍티브 코믹스’라는 브랜드에서 비롯되어 언제부터인가 이 회사의 출판만화 표지마다 ‘DC’라는 이니셜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결국 70년대 들어서 회사명이 DC코믹스로 공식화된다.
DC코믹스의 대표적인 수퍼히어로들은 우리에게 오래 전부터 친숙한 캐릭터들이다. 수퍼맨을 위시해, 배트맨·원더우먼·플래쉬·아쿠아맨 등이 모두 DC의 캐릭터들이다. 대부분 예전 <수퍼 특공대>라는 만화의 캐릭터들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퍼 특공대>, 원어로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 역시 DC의 소유물이다.
1976년, DC는 타임워너 사에 인수되어 현재까지 계열사로 남아있다. 덕분에 DC코믹스의 영화화는 워너브라더즈에 의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 버티고(Vertigo) - DC코믹스가 성인 독자들을 위해 스핀오프(Spin-off) 브랜드로 만든 것이 바로 ‘버티고’라는 브랜드다. 성인지향답게 과감한 표현과 심도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탱크걸(Tank Girl)>이나,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로도 선보인 <콘스탄틴>, 그리고 올 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a)> 등이 이 브랜드 소속의 캐릭터들이다.

 
마블

1939년 타임리 코믹스의 서브 브랜드로 출발한 마블코믹스는 1960년대가 되어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다. 1960년대에는 DC의 거창한 영웅담과는 달리 마블의 캐릭터들은 인간적인 고뇌, 심지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떤 만화역사가는 “DC가 ‘할리우드’라면 마블은 ‘누벨바그’였다”라는 식으로 이 시기의 두 출판사를 비교하기도 한다. 마블의 대표적인 캐릭터들 역시 DC의 캐릭터들만큼 잘 알려져 있다. 생활고에 찌든 스파이더맨,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 돌연변이 엑스맨, 스스로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헐크, 과학의 희생양 판타스틱 포, 악과 분노만 남은 퍼니셔 등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유명한 수퍼히어로들이다. 마블은 만화전문 출판사로는 유일하게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워너의 자회사가 된 DC와는 달리 마블은 캐릭터 프랜차이즈에 대한 권한을 보유하고, 유명 스튜디오와 손잡고 영화를 만들어 가는 식으로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입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DC의 영화가 워너브라더즈에서만 나오는 것과는 달리, 스파이더맨은 소니와, 엑스맨·판타스틱 포는 폭스와, 헐크는 유니버설과, 퍼니셔는 라이온게이츠와 만드는 식의 캐릭터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다크호스 코믹스

양대 산맥의 거대한 그늘 아래 여러 개의 ‘독립출판사들’이 존재한다. 그 중의 대표는 시장의 당당한 3인자 다크호스 코믹스다. 1986년에 설립되어 헬보이·신시티·마스크 같은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활발한 권리 구입을 통해 스타워즈·에일리언·이온 플럭스·터미네이터 등의 기존 프랜차이즈의 만화화 권리를 확보하고 있는 탄탄한 회사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