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04 : …ing & On Air - LG생활건강 ‘테크’ TV-CF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ing & On Air_ LG생활건강 ‘테크’ TV-CF
 
  ‘테크보이 살리는 이야기’ 만들기  
홍 남 유 | 기획5팀
namoe@lgad.co.kr

“세제는 때만 잘 빼면 그만”이라고 누가 말한다면 세제 담당 AE로서는 말문이 막힌다. 사실 맞는 말이지만, 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반발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은데, 그 근거를 찾느라 지쳐서 고개를 떨구고 마는 것이다.
“자동차는 잘 나가면 그만이지”라고 한다면, 당신은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멋있어 보여야지, 기름 덜 먹어야지, 고장 안 나야지, 조용해야지, 승차감 좋아야지 등등,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제품 또한 제각각 특징이 다르다. 하지만 세제에는 사람들의 특별한 기대도 없으며, 시장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이 비슷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액체세제도, 고체형 정제세제도 아닌 가루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향까지 비슷하다.
그래서 세제시장은, 어려운 말로 ‘소비자의 기대편익이 세척력이라는 단일 속성에 한정되어있다’고 단정해도 된다. 환경보호에 적합하다든가, 물에 잘 녹는다든가, 실내에서 건조해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든가 하는 속성이 이슈화되어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속성일 뿐인 것이다.



테크의 앞길, 무엇으로 밝힐 것인가?

세제시장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는 ‘세척력이 좋다’는 이미지를 선점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그리하여 2000년에 소비자들이 세척력을 강화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빨래를 삶는다는 데에 착안, ‘삶은 효과’를 제품 컨셉트로 ‘한스푼 테크’를 런칭하게 된 것이다. 산소계 표백제가 첨가되어 표백·살균·세탁 등의 세 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낼 수 있는 테크는 초기 모델로 이영애를 선택, 비교적 성공적으로 소비자 머릿속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김정은이 모델로 등장해 ‘드럼세탁기에는 전용 세척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테크 드럼을 런칭, 시장을 한 번 흔들어 준 이후 2004년에 드디어 그 유명한 정준호·이현우·장진영의 ‘테크로 빨면 깨끗’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테크는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성공적인 캠페인은 그 뒤가 더 고민’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테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테크로 빨면 깨끗’을 런칭할 때에는 타깃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1차편 후속으로 사용상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세척력’이라는 컨셉트가 맞느냐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모든 세제는 때를 잘 빼게 마련이므로, 차별되지 않는 컨셉트는 컨셉트가 아니다’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또 세제시장은 제품 간 지각된 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브랜드 자체가 주는 이미지와 가격 프로모션이 주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결국 소비자가 제품의 세척력을 구분하지 못하기에 소비자가 구체적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 컨셉트의 생명력은 짧을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테크의 세척력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이루어진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럼 테크의 앞길은 무엇으로 밝힐 것인가?
제품이 다르지 않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캐릭터 사용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시작되었다. 브랜드 캐릭터, 혹은 프로모션 캐릭터라 불리는 캐릭터들은 일찍이 그 활용가치가 널리 인정되어 왔다(하봉준, 윤영석, 1994).
이에 브랜드/프로모션 캐릭터를 필자가 나름대로 정리한 표 중 마지막의 ‘독립형 캐릭터’의 경우가 테크가 처한 상황에 딱 맞지 않는가?<표 참조> 게다가 마침 LG생활건강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작 중 테크에 ‘테크보이’라는 캐릭터를 사용하는 작품까지 눈에 띄었다. 세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을 형상화한 테크보이는 이렇게 해서 새로운 진통을 시작했다.


해답은 캐릭터, 테크보이!

캐릭터는 많이 태어나지만 그만큼 죽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성공의 요소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미디어라고 불리는 모든 소스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자신을 표현하기를 바란다. 일방적인 메시지는 효과가 없고, 브랜드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러브마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단지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게 자명하다. 그럼 무엇이 테크보이를 살릴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야기’였다. 여기서 ‘이야기’란 커뮤니케이션의 스토리텔링과 일맥상통할 수 있겠다.
국내의 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야기가 있으며, 마치 사람이 갖는 심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의인화되어있는’ 캐릭터를 보게 되면 가까운 친척이나 오랜 친구의 사진을 보았을 때 반응을 보이는 뇌의 영역을 활성화한다고 한다. 즉 의인화되어있는 캐릭터는 과거의 개인경험을 저장하는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y)를 활성화시키고,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향수와 같은)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의인화된 캐릭터는 그 ‘이야기’ 덕분에 소비자와 정서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의인화된 캐릭터가 광고에 쓰일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을까? 조사 결과, 피험자에게 캐릭터와 브랜드명을 동시에 자극으로 제시했을 때, 의인화된 캐릭터와 동시에 제시된 브랜드명이, 비의인화된 캐릭터보다 유의미하게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인화된 캐릭터의 캐릭터 태도, 상표 태도, 구매 의도 등이 모두 유의미하게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이는 곧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로 광고를 제작했을 때 소비자가 광고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테크보이의 현재와 미래

‘소비자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살아남게 하려면 이야기를 입혀야 한다’는 방향이 결정되고, 테크보이는 향후 3단계의 활약상을 펼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처음은 ‘등장’ 편으로, 테크보이의 탄생 배경과 성격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다음 ‘성장’ 편으로 테크보이가 큰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마지막 ‘활약’ 편으로 멋진 활약상을 보여주는 것이 그 큰 구도였다.
그러나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면서 광고비와 매체계획 등을 고려할 때 ‘등장’ 편과 ‘성장’ 편을 합쳐서 한 편으로 보여주고, 이후에 계속 ‘활약’ 편을 시리즈로 엮는 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러한 산고 끝에 선보인 테크보이 1차 ‘탄생’ 편의 최종 스토리보드를 보자.
테크보이는 ‘빨래 챔피언’이 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한다. 사전을 외우고, 공부한 내용을 씹어 먹고,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코피까지 흘린다. 체력을 소홀히 여길 수가 없다고 깨달은 테크보이는 열심히 줄넘기를 하며 체력을 키우며 빨래 챔피언이 되기 위한 준비를 끝내게 된다. 그리고 향후에는 테크보이가 연인을 구출하고 때를 무찌르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



테크보이 ‘등장’ 편은 실제 구매자인 주부를 타깃으로 삼지 않고 전 연령층에서 사랑 받는 것과 동시에 차별점을 확고히 하고자 배경음악을 랩으로 처리했다. 젊은 취향에 맞는 빠른 랩을 선택, 그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자 하는 의도는 좋았는데, 가사 내용을 알기가 어려워 소비자가 광고의 내용을 보다 깊게 이해하도록 배려하지 못한 점은 약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야기’를 지녀서 살아있는 캐릭터, 소비자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그런 캐릭터가 되기 위해 테크보이는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http://www.techboy.co.kr에 들어가면 테크보이의 인터넷판 만화를 볼 수 있다. TV-CF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상당히 재미있으니 꼭 들어가서 보시기를 권한다.

참고문헌
성영신, 이일호,정용기(2004) 『미키마우스, 쥐인가 사람인가?: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심리』, 한국광고학회, 2004 특별포럼 및 춘계광고학세미나
이정모(1994) 『인지심리학의 제문제 - 기억의 본질:구조와 과정적 특성』 pp.133-157.
하봉준, 윤영석(1994) 『국내의 커머셜 캐릭터에 대한 연구』, 광고연구 24호/1994년 가을호
홍재욱(2003) 『광고 호감도, 광고 기억 및 광고 크리에이티비티간의 연구』, 광고학연구: 일반제14권 4호/2003겨울 pp.233-256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