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캐릭터, 테크보이!
캐릭터는 많이 태어나지만 그만큼 죽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성공의 요소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미디어라고 불리는 모든 소스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자신을 표현하기를 바란다. 일방적인 메시지는 효과가 없고, 브랜드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러브마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단지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게 자명하다. 그럼 무엇이 테크보이를 살릴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야기’였다. 여기서 ‘이야기’란 커뮤니케이션의 스토리텔링과 일맥상통할 수 있겠다.
국내의 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야기가 있으며, 마치 사람이 갖는 심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의인화되어있는’ 캐릭터를 보게 되면 가까운 친척이나 오랜 친구의 사진을 보았을 때 반응을 보이는 뇌의 영역을 활성화한다고 한다. 즉 의인화되어있는 캐릭터는 과거의 개인경험을 저장하는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y)를 활성화시키고,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향수와 같은)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의인화된 캐릭터는 그 ‘이야기’ 덕분에 소비자와 정서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의인화된 캐릭터가 광고에 쓰일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을까? 조사 결과, 피험자에게 캐릭터와 브랜드명을 동시에 자극으로 제시했을 때, 의인화된 캐릭터와 동시에 제시된 브랜드명이, 비의인화된 캐릭터보다 유의미하게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인화된 캐릭터의 캐릭터 태도, 상표 태도, 구매 의도 등이 모두 유의미하게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이는 곧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로 광고를 제작했을 때 소비자가 광고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테크보이의 현재와 미래
‘소비자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살아남게 하려면 이야기를 입혀야 한다’는 방향이 결정되고, 테크보이는 향후 3단계의 활약상을 펼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처음은 ‘등장’ 편으로, 테크보이의 탄생 배경과 성격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다음 ‘성장’ 편으로 테크보이가 큰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마지막 ‘활약’ 편으로 멋진 활약상을 보여주는 것이 그 큰 구도였다.
그러나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면서 광고비와 매체계획 등을 고려할 때 ‘등장’ 편과 ‘성장’ 편을 합쳐서 한 편으로 보여주고, 이후에 계속 ‘활약’ 편을 시리즈로 엮는 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러한 산고 끝에 선보인 테크보이 1차 ‘탄생’ 편의 최종 스토리보드를 보자.
테크보이는 ‘빨래 챔피언’이 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한다. 사전을 외우고, 공부한 내용을 씹어 먹고,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코피까지 흘린다. 체력을 소홀히 여길 수가 없다고 깨달은 테크보이는 열심히 줄넘기를 하며 체력을 키우며 빨래 챔피언이 되기 위한 준비를 끝내게 된다. 그리고 향후에는 테크보이가 연인을 구출하고 때를 무찌르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
테크보이 ‘등장’ 편은 실제 구매자인 주부를 타깃으로 삼지 않고 전 연령층에서 사랑 받는 것과 동시에 차별점을 확고히 하고자 배경음악을 랩으로 처리했다. 젊은 취향에 맞는 빠른 랩을 선택, 그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자 하는 의도는 좋았는데, 가사 내용을 알기가 어려워 소비자가 광고의 내용을 보다 깊게 이해하도록 배려하지 못한 점은 약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야기’를 지녀서 살아있는 캐릭터, 소비자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그런 캐릭터가 되기 위해 테크보이는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http://www.techboy.co.kr에 들어가면 테크보이의 인터넷판 만화를 볼 수 있다. TV-CF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상당히 재미있으니 꼭 들어가서 보시기를 권한다.
참고문헌
성영신, 이일호,정용기(2004) 『미키마우스, 쥐인가 사람인가?: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심리』, 한국광고학회, 2004 특별포럼 및 춘계광고학세미나
이정모(1994) 『인지심리학의 제문제 - 기억의 본질:구조와 과정적 특성』 pp.133-157.
하봉준, 윤영석(1994) 『국내의 커머셜 캐릭터에 대한 연구』, 광고연구 24호/1994년 가을호
홍재욱(2003) 『광고 호감도, 광고 기억 및 광고 크리에이티비티간의 연구』, 광고학연구: 일반제14권 4호/2003겨울 pp.233-2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