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정말 많다, 도대체 광고 몇 편이나 봐야 뉴스를 볼 수 있는 거야? 그런데 만날 거기서 거기 광고네.’ 등등… 이 시점에서 광고인들이 정말 소비자의 관점에서 광고를 제작하는지에 대해 되짚어 봤으면 합니다.
“광고주 돈을 우습게 알지 말라”
맨 처음 아이데이션 단계에서는 누구나 그렇듯이 소비자 인사이트·TPO·RtoB는 있는지 생각하고 대입시키다가 시간이 지나고, 광고주와의 시안 제시일이 다가오면 시각적인 메시지와 한 마디의 카피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맨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그림찾기 식의 광고로 끝나는 경우를 우리들은 너무나 많이 보아왔습니다.
언젠가 선배 한 분이 “광고주 돈을 우습게 알지 말라”는 충고를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네가 쉽게 만든 광고 한 편에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기업의 이미지가 왜곡되고, 그 이미지가 소비자의 머리에 기억되고, 우리는 결국 광고로 사기치는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자아비판을 해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선배의 말이 너무나 정확한 지적이며 충고였습니다. 그 중요한 생각을, 너무나 당연한 그 생각을 나는 잊고 지내는 게 아닌지 요즘 들어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습니다.
예전에 선망하는 직업 중의 하나가 광고인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직업 중의 하나로 정치인들 다음으로 광고인들이 손꼽힌 적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아마도 본인의 생각만 우선시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나는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냈는데 주위의 동료가 이해를 못해서’거나, 아니면 ‘광고주의 이해부족과 보는 눈이 없어서’라며 문제를 돌려보신 적은 없으셨나요?
소비자는 광고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만큼의 광고철학을 원하지 않습니다. 단지 ‘저 광고 참 좋다, 또는 나쁘다, 다음엔 저거 사봐야지’하거나, 아니면 ‘저 회사 좋아했는데 광고가 좀 별로네, 다른 회사 것 살까’ 정도의 흑백논리만 있습니다. 그건 당연히 소비자의 판단이니까요.
제가 이처럼 씁쓸한, 제 자신과 광고인들의 한 부분을 들춰내는가 하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본인 스스로와 타협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광고인에게 있어서 ‘타협은 곧 망각’입니다. 때로는 광고주와 피 터지게도 싸워보고, 윗분들과도 박 터지게 싸워보자고요. 물론 정확한 논리가 기본이 되며, 공감대가 이루어질 때 말이죠….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면 남들 앞에 나서지 말라”
예전 직장에서 일본의 CD를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연봉을 주고 영입한 적이 있고, 그 분은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분을 뵈었고, 그 분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으며, 제가 맡은 광고를 하는 데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섬네일 단계부터 사람을 볶아대는데, 우와…. 우리는 일을 하다 보면 인정상 상대방의 아이디어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하며 비판을 하지 않지만, 그 분은 신랄한 비판과 그에 상응하는 논리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분의 생각대로 촬영에 임하게 되었는데, 카메라워킹과 라이팅, 세트, 소품의 배열까지 하나하나 본인의 생각에 일치하는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더군요. 그것은 단지 현장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우리네와 약간이 아닌, 어마어마한 차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촬영에 대한 모든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촬영이 다 끝나고 그 분과 정종 한잔하는데, 말씀하시더군요. “한국의 CD들은 너무 착한 건지, 아니면 자기의 컬러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요. “기획·카피·PD·그래픽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면 남들 앞에 나서지 말라”던 그분의 말씀이 요즘 들어 더 가슴속에서 배어나옵니다. 광고는 사기가 아니라 가장 솔직한 한 장의 글과 그림이라는 생각이 우리네 가슴속에는 얼마나 들어있는지 자문자답도 해봅니다.
그 분의 말씀 중에 가슴에 꽂히는 말씀 하나가 있었습니다. 인쇄광고를 할 때 돌출광고로 광고대상을 노려보라는 말씀…. ‘돌출? 대상?’ 의아해 할 때 말씀하시더군요. “당신은 전공이 뭐냐”고. “시각디자인과 영상을 같이 했습니다”했더니 그 분 왈, “그럼 더더욱 인쇄가 말없이 전달하는 힘이 크다는 걸 알겠군요?”
그 분의 말씀을 시간이 많이 흐른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 그래서 제목을 ‘인쇄가 TV를 이긴다’라고 해보았습니다.
“이기는 광고”
저는 개인적으로 유머광고+과장광고를 좋아합니다. 유머는 전 세계인들의 공통된 코드니까요.
<광고 1>은 중국의 치약광고입니다. 카피 한 줄 없지만 이 치약을 쓰면 오프너처럼 튼튼한 치아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지요. 저도 개인적으로 치약광고를 하며 광고주에게 이런 유의 과장+유머 식으로 접근해보았지만, 기능을 풀어서 말로 하자는 데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더군요.
두 번째는 더 말이 필요 없는 광고입니다. 예리한 칼이라는 걸 아주 쉽게, 그리고 극 과장으로 보여준 예입니다. 도마와 칼갈이까지 썰어버리니 조심하라는…<광고 2>.
마지막으로는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이 시리즈를 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지금도 이런 광고를 끌어갈 수 있는 CD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냅니다. 그 이유는 인쇄광고가 TV광고를 이기는 법을 이 광고를 통해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가끔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회의 시간에 또는 광고주에게 합니다. “이런 광고는 TV로 해야 확실합니다.”라고… 하지만 TV광고를 이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우리 스스로 설득하고 완성시킨 적이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광고의 진실성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는 우주선에라도 탑승하기 위해 오늘도 밤을 샙니다. 기억해 주세요! 인쇄광고가 TV광고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