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자마자 온라인 배너광고가 당신을 맞이하고, 하루에도 수 백 개씩 쏟아지는 광고·스팸 메일 지우는 게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다. 인터넷 페이지를 넘기면서 계속 불필요한 팝업창이 나와서 귀찮았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인터넷 광고는 귀찮은 존재처럼 느껴졌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그곳에 투자하는 게 별반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더 이상 ‘You are Winner’와 같은 허무맹랑한 메시지도 아니다. 명백한 목적과 타깃도 없고, 전혀 크리에이티브하지 않던 인터넷 광고는 어느덧 사라져 가고 있다. 미디어 관련 세계적 인사들의 견해는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10월 말에 열린 인터넷광고협회(Internet Advertising Bureau)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WPP의 마틴 소렐 경은 “이 매체는 가까운 미래에 미디어 환경 자체를 바꿀만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은 온라인 광고에 포커스를 두면서 “그것은 유아기를 넘어 진보과정에 들어섰고, 이 미디어야말로 향후 마케터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금 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지털 온라인 광고는 예전의 그 인식을 서서히 뒤바꾸면서 소비자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신선한 크리에이티브 요소들이 속속 등장하고,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와 결합해 그 가치를 높이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현재 영국의 온라인 광고시장 동향을 살펴보고, 지난 1년 동안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사례들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과 차후 보완점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영국 온라인 광고시장 현황
2005년 상반기에 브랜드들은 온라인 광고에 4억 9,000만 파운드(한화 약 8,800억 원)를 집행했는데, 이는 2004년 같은 기간보다 62% 정도 증가한 액수다. 그런데 인터넷광고협회는 영국 내 온라인 광고는 2005년 말에 10억 파운드 장벽을 넘길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아웃도어 캠페인(Outdoor Campaign)보다도 많은 액수로, 온라인 광고의 위상이 점차 격상되어가는 것을 확인케 해준다<표>.
닐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내 인터넷 사용자의 5분의 2는 TV 시청 시간을 점차적으로 줄이고 있으며, 23%는 인터넷 사용 때문에 신문 및 잡지 구독률이 점차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소비자들이 미디어에 할애하는 시간의 20%를 차지하는 온라인은 현재 라디오의 30%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잡지 8%, 신문 11%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온라인 광고 에이전시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장 자체는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으며, 크리에이티브적인 요소 및 비즈니스 마인드와 함께 급속하게 성숙되고 있다. 이는 단지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믿음이 아니다. 클라이언트 수의 증가가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온라인 광고시장은 거대 광고주의 투자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유니레버(Unilever)나 COI 같은 회사들이 온라인 광고를 통해 엄청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고무되어 COI 같은 경우는 2003년~2004년에 300만 파운드의 예산을 온라인 광고에 집행했지만, 이후 그 두 배가 넘는 800만 파운드를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지 온라인 광고가 전체 광고 미디어 시장에서 5.8%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주요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들이 여전히 소비자의 미디어에 대한 행동을 감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또 온라인 미디어를 미덥지 않게 여겨 좀더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온라인 광고는 10년도 채 안 돼서 라디오의 점유율을 앞섰고, 수익률에서도 다른 미디어가 5% 미만으로 증가할 때 매년 50% 이상씩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근래 몇 년간 유럽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온라인 미디어가 타 전통 미디어들에 비해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는 온라인 미디어가 통합적인 마케팅 플래닝 아래 활용되는 한편,미디어로서는 보기 드물게 그 단독으로 효과적인 캠페인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온라인 광고의 독창성과 기술이 한 단계 성숙했고, 소비자의 반응 역시 가히 폭발적이어서 이제 더 이상 보조 미디어로 치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온라인 광고시장의 구심점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디지털 온라인 에이전시들이다. 현재 영국 내 온라인 광고시장은 Glue London·Dare, 그리고 Agency.com 등 빅 3 에이전시들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독창성과 창작력을 무기로 미디어 트렌드를 바꾸면서, 온라인을 당당히 메인 미디어로 격상시키고 있다.
2005년, 가장 주목 받은 온라인 광고들
Axe의 Feather
유니레버의 Axe 시리즈 광고(영국에서는 Lynx란 브랜드로 알려져 있음)는 지난해 범 유럽지역에서 가장 성공한 온라인 광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Lynx는 현재 남성용 방취제(Deodorant) 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온라인 프로모션 캠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장은 그 자체가 바디 스프레이부터 스킨케어, 그리고 다른 화장품 영역까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브랜딩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Lynx는 마켓 리더로서 다양한 제품군(群)을 확보한 가운데, 틴에이저뿐만 아니라 20대~30대까지 타깃을 확장시키고 있다.
Lynx는 12개월 동안 600만 파운드를 광고비로 집행했다. TV와 잡지뿐만 아니라 짧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온라인 광고와 함께 애니메이션 광고를 선보였다. 플래시 기법을 이용한 이 광고에는 Lynx 브랜드에 대한 자세한 설명 같은 건 없다. 그 대신 사이트를 통한 체험마케팅 기법을 활용, 많은 남성들이 실제로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오락적 요소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라인 광고 에이전시인 Dare가 집행한 이번 캠페인은 사용자들이 ‘디지털 깃털’을 이용해서 침대에 누워있는 모델의 몸을 간지르면서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어느 신체 부위를 간지르는가에 따라 이 여성은 여러 가지 각기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웃는 횟수가 늘어난다. 호기심이 가득한 남성들이 그녀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웃고, 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다.
조금은 자극적인 방식으로 남자들의 장난기를 발동하게 해준 이번 캠페인은 런칭 후 두 달간 약 400만 명의 방문자 기록 수를 세웠는데, 여전히 한 달에 100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이 섹시한 모델을 보러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사이트는 20%가 넘는 높은 리턴율을 보이고 있으며, 방문객들은 평균 9분 정도 웹사이트의 다른 컨텐츠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Lynx 제품이 더욱 섹스어필한 남자를 만들어 주어 여성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브랜드 빌딩 실행 목적을 잘 이행한 캠페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 유저들을 Lynx 사이트로 유도해 리치 미디어(Rich Media)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영역의 광고를 노출시키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NSPCC의 Someone to Turn to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전국 모임 NSPCC(Nation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Children)의 ‘Someone to turn to’라는 디지털 온라인 캠페인을 보자.
NSPCC는 영국 내 아동학대 문제를 대내외적으로 공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자선단체이다. 이 캠페인의 주 목적은 이 같은 사회문제에 등돌린 일반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특히 영국에는 여러 목적의 자선단체가 많아 각각의 단체들은 때로는 치열한 광고전쟁에 돌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단체들은 최대한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미디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NSPCC의 온라인 캠페인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 거행된 ‘디지털 캠페인 어워드(Digital Campaign Award 2005)’에서 베스트 디지털 캠페인으로 선정될 만큼 그 작품성과 메시지 전달 효과에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Agency.com의 주도로 제작된 이 캠페인은 애니메이티드된 아이들이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이미지와 메시지를 타깃 오디언스에게 전달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 온라인 광고는 ‘Every child needs someone to turn to’라는 타이틀을 달고 3개의 오디언스 그룹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첫 번째, ‘Emotive 그룹’의 타깃은 45세 이하 여성으로서, 감성적인 메시지와 비디오 캡처 이미지로 웹사이트를 포장했다. 배너광고는 타깃 오디언스들이 즐겨 찾는 Handbag.com, Ivillage.com 및 ITV의 여성 섹션에 게재되었다.
두 번째, ‘Rational 그룹’은 자녀를 키우고 있는 35세에서 45세 남성 타깃으로, 전문 스포츠 웹사이트인 스카이 스포츠·유로 스포츠 및 <미러(Mirror)>지의 웹사이트, 그리고 ITV 남성 섹션 등에 광고가 게재되었다.
마지막으로 ‘GO 100 그룹’은 모든 연령대가 타깃인데, 특히 활동 성향이 강한 젊은 오디언스들을 중심으로 100파운드의 정도의 기부 유도를 염두에 두고 광고를 제작했다.
이렇듯 각 그룹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내용의 메시지와 이미지를 선보인 이 온라인 광고는 무엇보다 효과적인 타깃 분류가 돋보였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많은 주목을 많이 받았던, Emotive 그룹을 타깃으로 한 ‘Seven’이라는 광고를 살펴보자. 먼저 스크린에 아이들이 일렬로 힘없이 걸어 나오는데, 아이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 요일이 표시가 되어 있다. 하지만 수요일이 보이지 않고, 그 밑에는 ‘Don’t wait another day to donate’라는 문구와 함께, 매주 적어도 한 명의 아이가 그들의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서 희생당하고 있다는 내용이 깔린다. 이 광고는 “만약 당신이 그녀였다면 당신은 어디서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같은,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는 메시지와, 그에 걸맞은 어린 소년의 이미지를 표현한것이 주효해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평가 받았다. 또한 이렇듯 간단명료한 메시지는 현명하며 소비 파워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을 발언대에 세우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이 온라인 광고는 시작한 뒤 한 달 만에 기대했던 응답률보다 648%나 초과 달성했고, 평균 방문객 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6배나 넘게 나왔다. 또한 클릭당 비용은 예상했던 것에 비해 16%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Wanadoo의 Broadband
Wanadoo의 Broadband 온라인 광고는 이 브랜드의 핵심 시장인, 자발적이고 구속을 싫어하는 젊은 유저들을 타깃으로 했다.
온라인 광고업체 Dare는 Wanadoo의 Broadband 서비스의 판매촉진을 위해 먼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게 만들면서, 소비자들의 웹사이트 방문률 증가를 유도해야 했다. 3개의 리치 미디어 광고는 필름으로 만들어졌고, 플래시 기법이 사용되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유저들은 ‘디지털 성냥’을 들고 그들의 마우스로 광고 위에서 불을 붙일 수가 있게 되었는데, 그 후 위에 떠있는 또 다른 Wanadoo의 배너로 이동해 늘어서 있는 성냥에 차례로 불을 붙이고 난 뒤에야 캠페인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Life goes by in a flash, so live it with Wanadoo Broadband”라는 메시지이다.
이러한 각각의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한 이후 그들이 제공하는 1Meg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설치하라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결국 빠르게 타버리는 성냥 비주얼과 간단명료한 메시지로 유저들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동안 Wanadoo와 함께 삶을 주도하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 광고들은 Friendsreunited.co.uk나 eBay.co.uk처럼 타깃 오디언스들이 주로 방문하는 사이트에 게재되었는데, 이번 캠페인으로 기존의 약 100%가 넘는 고객유치에 성공했고, 또한 베스트 인터넷 서비스 광고 캠페인으로 선정되는 등 일거양득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온라인 광고의 힘은 점차 커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도약기라는 생각이 많이 하는 듯하다. glue London의 매니징 디렉터인 마크는 “가장 좋은 작품은 여전히 오고 있는중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적절한 크리에이티브 인재와 광고주의 투자, 그리고 최고의 테크놀로지가 결합된다면 온라인 광고는 계속해서 힘을 더해갈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막연한 두려움도 한동안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게 바뀌었고 거대한 자신감이 지금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만약 온라인 광고수입이 지금처럼 지속되고, 초고속 인터넷 커넥션의 보급률이 예상대로 증가한다면 시장수요에 맞는 효과적인 브랜드 빌딩 계획을 수립하는 데 이만한 매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의 온라인 광고 미디어는 아마도 타깃 오디언스를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서 기존 미디어들과의 효과적인 상호 작용으로 메시지가 통합되어 집행되었을 때 그 효과를 한층 더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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