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농담처럼 “인간을 네 가지 부류로 나눈다면 남자와 여자, 군인, 그리고 또 하나 아줌마일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향일까?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있던 90년 대 후반 ‘밀레니엄’이라는 단어 다음으로 세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신조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미시(Mis-sy)’였다.
미시란 아줌마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사회 문화에 경제적으로 당당하게 참여하는 신세대 주부들을 일컫는 말로, 많은 기업들의 마케팅 타깃이 되었을 뿐 아니라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었다. 그렇다면 최초에 이 미시라는 말로 지칭되었던 주부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본 연구에서는 7~8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3539’가 되어버린 ‘미시 1세대’들의 행동 특성을 통해 그녀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분석 방법
LG애드에서 매년 실시하는 CPR(Consumer Pr-ofile Research)자료와 Basis-net에서 검색한 기사자료를 토대로 30대 후반 주부의 가치관 및 라이프스타일 현황과 추이에 관한 사전분석을 한 뒤 정성조사를 통해 질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이에 대해 다시 관찰을 통해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질적 자료 수집에 있어서는 월 평균 가계소득 400만 원 이상, 자가 주택 소유자 가운데 조사목적에 부합하는 만 35~39세, 결혼 8~12년차로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전업주부 8명을 선정해 심층 면접, 생활 동행 조사, 사진 조사, 영수증 조사를 실시했다.
‘3539 주부’의 규정
그녀는 ‘BMW(Beautiful Mom & Wife)’ Generation
세월이 지나서 만난 그 시절 미시들은 이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중견 주부가 되어 있었다. 중견 주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몸뻬바지’를 입고, 따뜻한 밥은 식구들 다 주고 부엌에서 혼자 식은 밥을 먹는 아줌마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현재 모습은 이와는 크게 달랐다. 꾸준한 운동과 자기계발을 통해 여전히 지난 시절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고, 생활 패턴 자체도 흔히들 생각하는 아줌마와는 많이 달랐다. 그녀들에겐 어머니·아내, 그리고 여자로서 지니는 본인의 삶이라는 세 가지의 역할이 존재하지만, 지나온 시간들이 만들어 낸 어머니이자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그녀들을 ‘Beautiful Mom & Wife’ 세대, 즉 ‘BMW세대’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Beautiful 속에는 단순히 아름답다는 의미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그녀들을 진정 아름답게 하는 ‘Beautiful’의 의미가 무언지 살펴보았다.
1. Busy - BMW세대의 하루
주부는 한가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들의 하루는 바쁘다. 소위 말하는 기존의 아줌마 세대와 이들 BMW세대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이‘B Time’의 활용에서 나타났다. ‘B Time’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서, 주부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주부들을 위한 아침 드라마에 대해 이들 BMW세대들은 큰 관심을 지니지 않고 있었다. 그녀들은 이 시간을 운동·취미생활·인터넷 등 자기 자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투자한다.
2. Education & Asset(자녀교육과 재테크) - 그녀들의 관심사
- Education
자기계발과 다양한 관심사에도 불구하고, BMW세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문제였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액은 380조 2,277억 원으로 2002년의 373조 4283억 원에 견주어 1.8% 증가에 그쳤으나, 교육비 지출액은 19조 9,222억 원에서 22조 1,607억 원으로 11.2% 증가했다. 또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의 5.3%에서 지난해에는 5.8%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심층 조사 결과 실제 교육비 지출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자녀의 교육비 지출이 평균적으로 가계지출의 30~40%, 많게는 50%까지도 차지하고 있었으며, 금액으로 따지면 자녀 1인당 월 평균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가까이를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Asset
BMW세대들은 재테크에 대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강남 주부들의 경우 자녀 교육보다도 재테크를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재테크를 통해 풍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국 자녀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반면, 강북 주부들의 경우는 재테크와 관련한 문제는 전적으로 남편에게 일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BMW세대들의 재테크 형태는 주식이나 저축보다는 부동산과 관련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강남 주부들의 경우 수시로 부동산과 관련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었으며, 인터넷 또는 주변에서 얻은 정보가 괜찮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에는 B-Time을 활용해 직접 주변의 정보를 알아보러 다니기도 한다.
3. Utility - 실용적인 경제활동
대다수의 주부들이 주 1~2회 가격이 저렴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필요한 식료품 등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인 쇼핑 추세가 할인마트로 완전히 넘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주 1회 방문 기준으로 주부들의 할인마트 쇼핑 영수증을 받아서 검토해 본 결과 1회 평균 쇼핑비용은 20만 원 내외로 나타났다. 이 중 식료품 관련 비용이 70~8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치약·비누·티슈 등의 잡화 관련 비용이 20~30% 선을 차지하고 있었다.
C 및 E 쇼핑센터에서 3시간가량 관찰 조사한 결과 쇼핑의 동선은 (주부의 성향, 구매 물품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야채·채소·과일 등 단기 저장식품의 쇼핑을 우선적으로 마친 이후에 유류품(우유 등), 장기저장 식품(쨈·장류 등)으로 쇼핑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4. Tropical Life - 정열적인 삶
BMW세대들은 그녀들만의 시간인 B-Time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가장 많은 주부들이 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영이나 헬스·에어로빅을 하는 주부들이 많았으며, 최근 들어 요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BMW세대들에게 이러한 B-Time을 활용한 자기계발과 사회적 활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심층조사에 참여한 주부들에게 “가계가 힘들어지면 자신과 관련한 지출을 먼저 줄이겠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대다수가 “유기농 식품을 일반식품으로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한 달에 10~20만 원 정도인 자신을 위한 투자는 그만 둘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리고 그 기저(基底)에는 운동 자체보다는 운동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강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운동과 같은 외부활동은 그녀들을 단순히 Mom & Wife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아름다운 자아로 사회와 통하게 하는 중요한 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