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2 : Culture Club - 사방팔방 ‘섹슈얼’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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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Club - 사방팔방 ‘섹슈얼’
 
  “섹슈얼하라. 그리하지 않으면 불안과 갈증에 힘겨우리라”  
정 성 욱 대리 | 영상사업팀
swchung@lgad.lg.co.kr


 

 
2005년은 대한민국 언론에 있어서 기념할만한 해다. ‘섹스(sex)’라는 단어가 가장 빈번하게 언론에 오르락내리락 했는데, 그 일등공신은 바로 ‘섹슈얼(sexual)’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각종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조들. 2003~2004년 한국을 뜨겁게 달군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부터 시작해 작금의 위버섹슈얼(uebersexual)에 이르기까지, 이제 ‘섹스’없이 패션을 설명하는 것은 마치 ‘와사비 없이 회를 먹는 듯한’, 교양 없는 행동처럼 비웃음을 야기하여 마땅한 짓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메트로섹슈얼 - 분 바르는 남자
탄생: 1994/11/15 인디펜던스지 칼럼 ‘거울남자들이 오시네(Here co-me the mirror men)’
친부모: 마크 심슨, 영국 언론인
발생 배경 및 원래 의미: 1980년대 창간된 일단의 남성잡지들은 기존의 남성잡지들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다. 남자들의 허영심 충족. <에스콰이어> <GQ> <논노> <FMH> 등의, 소위 남성 패션지에 나온 남자들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자아도취 그 자체였다. 첨단의 패션 아이템을 걸치고 “나 어때, 죽이지 않아”라는 듯이 바라보는 그 모습은 동시대의 남자들로 하여금 질투와 욕망을 불러일으켜 그들의 대열에 동참하게 하려는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습에 대해 “동성애자들(homosexual)이나…” 하는 폄하를 던지고 싶기도 했겠지만, 실상 이러한 잡지들은 이성애자들(heterosexual)들에게 훨씬 더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1994년, 마크 심슨이 드디어 이러한 남성들의 자아도취적 패션 집착에 대해 설명하는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단어를 발표했는데, 사실 이 말은 남자들의 그러한 성향에 대한 비판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사실 여자 같은 남자를 지칭하는 수많은 영어권 속어에 ‘여피’라는 말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뉘앙스를 합치고, 거기에 지식인의 지병이라 할수 있는 선민의식의 양념이 더해진 말이 바로 메트로섹슈얼이었다. 그런데…
변질: 영국을 벗어난 메트로섹슈얼은 훨씬 더 긍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한마디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이성애 남성들에게 일종의 면죄부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로 뒤늦게 넘어오면서, ‘꽃미남을 영어로 하면’ 정도의 의미를 갖게 된다.

콘트라섹슈얼 - 칼 찬 여자
탄생: 2003년 후반이라고 주장하지만…
친부모: 영국 미래학 연구소라고 주장하지만…
발생 배경 및 원래 의미: ‘콘트라섹슈얼’이라는 단어 자체는 대학에서 융 심리학을 조금이라도 맛보신 분들이라면 신조어로 부르기에는 약간 낯이 뜨거울 것이다. 외형적, 천부적인 성(性)에 반대되는 내재된 성향을 지칭하는 말로, 아니무스(Animus)·아니마(Anima) 뭐 이런 이야기들은 다들 잘 아실 테니 생략하기로 하고…. 결국 미래학연구소의 역할은 이 말을 이용해 21세기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결혼이나 전통적인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여성집단을 묘사했다는 정도다. 2004년 11월 7일 영국 <스캇츠맨>지에 실린 기사는 콘트라섹슈얼을 ‘결혼·출산·육아 등 전통적 여성의 역할에 등을 돌린 용기 있고 성공과 안정을 쟁취한 고학력 30대의 싱글여성’이라 정의하며 ‘섹스 앤 더 시티’의 정착과는 전혀 상관없이 일과 연애를 즐기는 사만다 존스를 콘트라섹슈얼의 적합한 예로 들었다. 그리고 좋은 남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브리짓 존스’를 그 반대 케이스로 제시한다. 그런데…
변질: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장밋빛 인생>의 ‘맹영’이라는 캐릭터가 콘트라섹슈얼의 전형이다’는 기사에서 사실 사람들이 주목했던 것은 그녀의 ‘약 먹은 공작새’ 같은 패션과 머리 꼭대기에 바나나를 삼킨 듯한 헤어스타일이었다. 이 말은 미혼여성들의 불안함을 소비로 연결시키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술수로 이용된다. 다시 말해 콘트라섹슈얼이 내포하는 안정성·성공·용기 등에 대한 욕구를 이용해 안전한 소비행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셈이라고나 할까?







 


위버섹슈얼 - 분 바르는, 그러나 인류을 위해서
터프하게 바르는 남자

탄생: 2005년, <남성의 미래(The Future of Men)>
친부모: 마리안 살즈만 등
발생 배경 및 원래 의미: 오길비 앤 매더, 그리고 TBWA·JWT 등에서 이사를 지낸 세계적인 트렌드 연구가 마리안 살즈만이 자신의 저서인 <남성의 미래>에서 새로운 ‘남성성’을 정의하기 위한 단어로 사용한 것이 바로 이 ‘위버섹슈얼’이다. 살즈만은 메트로섹슈얼과 위버섹슈얼의 차이점에 대해 “둘 다 매력적이지만”이라는 전제 하에 “둘 다 열정적이나, 메트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열정적이고, 위버는 대의와 원칙에 대해 열정적이다” 혹은 “위버섹슈얼은 자기 헤어스타일 가꾸는 것보다는 내면을 가꾸는 데 시간을 보낸다”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한마디로 ‘멋있어 보이는 동시에 속도 꽉 찬 이상적인 남성모델’을 제시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위버섹슈얼의 설정은 욕망의 대상의 설정이고, 여기서 소비욕구가 발생한다. 살즈만이 부사장으로 있는 JWT는 여기에 덧붙여 10명의 대표적 위버섹슈얼 상(像)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미국 민주당 의원 바락 오바마, 빌 클린턴 같은 정치인에서 이안 맥그리거·피어스 브로스넌·조지 클루니 등의 배우, 그리고 가수인 보노까지, 나름대로 ‘내실을 갖춘 남자’들로 구성된 이 리스트는 어쩌면 ‘쇼핑가이드’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변질: 내실중시라고 이야기는 해도 결국에는 내실을 표현하는 것은 외모라는 것이 위버섹슈얼이 가지는 근본적인 모순이다. 그럼 그 내실은 어떤 식으로 외면화되어 표현되는가? 그 차이점을 명확히 잡지 않은 서구와는 달리 한국의 ‘짝퉁 위버섹슈얼’은 ‘확실하게 메트로섹슈얼과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제멋대로 설정해 놓고 폭주중이다. 예쁘지 않게, 거칠고 남자답게 옷을 입는 것! 이래서야 ‘레트로섹슈얼(反메트로섹슈얼)’과 차이가 무엇인지 구분이 가진 않지만, 뭐 남녀의 허영심을 채워주고 불안과 욕구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 무슨 상관인가?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