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친구와 나눠먹는 두 개의 아이스크림 같은 세상. 초속 42m로 전달되는 인간 파도 같은 세상. 통계적으로는, 1,300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는 세상.’ 바로 사이좋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 싸이월드다.
2004년 싸이월드는 아이스크림과 어깨동무를 내세워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싸이월드만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 바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2005년의 숙제는 싸이월드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우정의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표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만의 가치를 형성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싸이월드 유저들의 일상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그려낼 수 있는 ‘생활밀착형’ 모델이 필요했다. 특히 누구나 잘 알고 있고, 누구에게나 사랑 받고 있는 모델이라면 금상첨화.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대한민국 영화계의 촉망받는 뉴페이스. 연예인답지 않게 소탈하고 건강한 이미지가 매력적인 배우. 이런 저런 셀카를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 스스럼없이 올려놓아 화제가 되었던 사람.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말아톤>의 주역, 조승우야말로 ‘일촌 공식모델’이었다.
승우, 배낭여행을 떠나다
4박 5일 간의 싸이월드 현지촬영은 승우가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프라하로 배낭여행 온 승우가 싸이월드를 통해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우정을 전한다는 이번 광고에서는 배낭여행객의 수수한 일상을 캠코더로 담아낸 것처럼 사실감 넘치는 연출, 그리고 콘티에 충실한 촬영보다는 승우가 순간순간 만들어내는 표정이나 애드립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촬영이 중요한 포인트. 따라서 별다른 지시나 설명 없이 곧바로 액션에 들어가는데, 승우가 난색을 표한다. <말아톤>, <춘향전>등에서 선보인 것처럼 연기며 동작, 대사 하나 하나가 모두 잘 짜여진 정극(正劇) 연기에 익숙한 탓이리라.
사실감과 정감을 살리기 위해 선택된 16mm 핸드헬드 카메라 앞에서 한두 호흡 고르고 나서야 비로소 승우가 제 색깔을 내기 시작한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낯선 도시의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는 모습, 지도책을 펴들고 일정을 점검하는 모습, 프라하역 간판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는 모습…. 촉망받는 신인배우가 아닌, 평범한 ‘배낭여행족’ 조승우가 프라하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어, 조승우 아냐? 설마~?”
한 명의 배낭여행자 승우는 이제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해진 구시가 광장을 지나 프라하의 정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카렐교를 걸어간다. 거리의 연주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아무렇게나 쪼그려 앉아 마리오네뜨 인형극을 구경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려 나온 동전 몇 푼을 모아 노점에서 파는 수공예품을 산다. 그때쯤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국인 단체관광객의 대화.
“쟤 조승우 아냐?” “누구?” “그 왜, <말아톤>에 나온……?” “에이, 설마!?”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관광객 틈에 더러 한국 사람도 보이건만, 승우에게 눈길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신기하다. 아마도 워낙 담백하고 수수하기 때문이리라. 호기심과 설렘에 반짝이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그에게는, 확실히 대한민국 정상급 연기자의 풍모보다는 평범한 배낭여행객의 체취가 물씬 배어 있었다.
승우의 보폭이 넓어지고, 예정에도 없던 좋은 장면과 상황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나감에 따라 뒤쫓아 가던 촬영팀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연출 의도와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기 식으로 소화해낼 줄 아는 영리한 배우- 승우는 제작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프라하에, 싸이월드에 동화되고 있었다.
“우리 다음엔 꼭 같이 오자!”
2005 싸이월드 ‘배낭여행’ 편의 대미를 장식할 ‘일촌 공식 포즈’ 장면은 프라하성에서 촬영되었다. “여긴 네 자리야. 우리 다음엔 꼭 같이 오자!”
허공에 대고 어깨동무를 하는 이상한 포즈의 비밀이 밝혀지는 중요한 장면이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닌 승우도 조금은 지친 표정. 자기 분량의 촬영을 마치고 나서는 제작팀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프라하성의 담벼락에 아무렇게나 기대앉더니 전화기를 꺼내든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긴긴 통화를 나누는 소탈한 모습. 전화기 너머로 “우리 다음엔 꼭 같이 오자” 는 승우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TV-CM의 내용처럼 프라하의 세계적인 명소를 홀로 돌아다니다 보니 서울에 두고 온 친구가 생각난 것일까? 진심으로 ‘지구 끝까지 함께 할 사이’를 그리워하는 그야말로 ‘일촌 공식모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밤참으로 끓인 컵라면을 국물까지 다 마시고도 아쉬움에 젓가락을 쪽쪽 빨던 승우. 협찬 받은 옷에 녹색물 든다는 코디의 타박에도 아랑곳없이 잔디밭에 누워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승우.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한국인 단체관광객 틈에 섞여 천연덕스럽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던 승우. 프라하에서 만난 승우는 그야말로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서 파도 타다가 만날 수 있는 일촌들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프라하에서 귀국한 날 밤, 2005년 대한민국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의 모습은 프라하에서보다는 조금 무거워 보였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영화계의 미래를 짊어진 그 어깨가 어찌 무겁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승우에게는 ‘내 모든 것 다 준다고 해도 아깝지 않은’ 일촌이 있으니까,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를 속 깊은 일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싸이월드 미니 홈피가 있으니까. 그곳에서라면 우리의 ‘일촌 공식모델’은 프라하에서처럼 기름기 없이 푸근한 ‘백만불짜리’ 웃음을 지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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