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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이것과 저것이 얼마나 어떻게 비슷한가’보다는 ‘얼마나 어떻게 다른가’를 찾아내는 데 익숙하다. X부터 시작해서 아마 웬만한 알파벳은 다 붙여봤을 ‘무슨 무슨 세대’ 구분도 그 예가 될 것이다. 크게 보면 십여 년 간의 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등장한 소비자일 뿐인데, 각기 다른 이름을 지어주고 다른 성격을 부여해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한 것처럼 느껴지는 집단으로 구분해냈던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소비집단은 노마드(Nomad)일 것이다. 휴대전화·노트북·PDA·MP3 플레이어 등 디지털 첨단기기로 무장한 채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닌다는 21세기형 유목민이다. 한데, 보통의 유목민으로는 가두어둘 수 없는 이들이 있었는지, 곧 새로운 유목민이 태어났다. ‘귀족적인 유목민’이라는 노블리스 노마드(Noblesse Nomad)이다. 노블리스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긴 하지만, 그들은 값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해외여행, 남이 흔히 할 수 없는 운동, 예술작품 감상이나 공연관람 등을 하기 위해 선뜻 지갑을 연다. 소유보다 경험을 최고의 재산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도 명품 구두나 가방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는 요즘, 노블리스 노마드는 그런 물건에 돈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 갖고 싶은 물건이야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살 수 있지만 특별한 경험은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인생의 주인인 자신에게 하는 투자야말로 가장 실속 있고 행복한 지출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남보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경험적인 삶을 추구한다. 아직도 시장에서 힘깨나 쓰는 소비집단인 명품족이 이런저런 값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꾸미는 사람이라면 노블리스 노마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지식·노하우 등을 갖추어 자신을 명품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노블리스 노마드가 값비싼 물건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 해도, 이만한 광고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여성이 각기 다른 보석 모양을 하고 있는 Bargues의 광고 세 편이다. 카피는 “당신이 보석입니다”로 모두 같다. 제품 자체를 주인공으로 폼 나게 보여주거나, 보석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의 드라마를 그려내는 여느 보석광고와는 확연히 다르다. 금이나 다이아몬드는 어찌 보면 죽어 있는 쇠붙이나 돌덩어리에 불과하겠지만 살아서 펄펄 움직이는 당신이야말로 진짜 보석이라는 메시지는 타깃에 대한 최상의 찬사가 될 듯하다. 이 브랜드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많이 들어본 티파니·까르띠에·불가리·피아제 등을 결코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제품 중심의 표현을 원했을 광고주를 설득해낸 크리에이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크리에이터의 임무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임을 잘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회사 : Bassat Ogilvy, Barcelo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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