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의 향후 시장을 전망하기엔 주변 독립 변수가 너무 많아 그를 단정하기 어렵다. 일단 IP-TV를 국내에 도입할지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IP-TV를 놓고 ‘방송인지 통신인지’ 영역 논쟁을 펼치고 있으며, 또한 규제기관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전망키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시장전망을 위한 주요 변수들을 짚어보고, 불투명하지만 기존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망치를 제시하고자 한다.
IP-TV의 미래를 좌우할 변수들
규제기관 이슈
IP-TV의 규제기관 자리를 놓고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서로 대치된 상태다. 방송위원회는 IP-TV를 유선방송의 일종으로 정의하는 반면, 정보통신부는 통신의 부가서비스로 상정한다. 따라서 IP-TV 도입을 논의하고도 전에, 누가 규제기관인지를 가려야하는 이슈가 남아 있다.
KT는 지난해 9월 내부보고서에서 2005년 하반기 본 방송 시작을 목표로 삼은 바 있다. 하나로텔레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명확한 규제기관이 정해지지 않아 IP-TV를 위한 방송센터 구축에도 나서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KT의 경우 지난해 세운 일정과 계획에 맞춰 IP-TV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 KT의 IP-TV 방송센터 구축을 위한 장비업체 입찰제안서(RFP)도 발송되지 않은 상황이며, 지금 당장 발송된다고 해서 업체 선정 및 구축 기간을 고려할 때 9월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듯 규제기관 간 합의가 지연될수록 IP-TV 시장 진입이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IP-TV의 시장경쟁
방송 통신 융합시대를 일컬을 때 주로 언급되는 매체가 휴대이동방송과 IP-TV다.
휴대이동방송은 TV를 들고 다니면서 시청하는 모델을 말하는데, 최근 주목받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위성DMB가 바로 이 휴대이동방송이다. 외국에서는 노키아 진영이 제시한 ‘DVB-H’와 퀄컴이 만든 ‘미디어플로(MediaFLO)’가 있다. 일본은 독자 디지털방송 규격인 ISDB―T를 채택했는데, ISDB-T가 기술 특성상 휴대폰을 포함한 휴대단말기에서도 시청이 가능해 휴대이동방송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휴대이동방송시장은 ‘이동 시 TV시청’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고정수신TV 시장과 전혀 다른 새 시장 개척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이처럼 ‘없는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는, 역으로 기존 시장과 충돌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IP-TV는 기본적으로 고정수신TV인데, 단지 전송망과 기술 부분에서 IP망에서 패킷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매체와 구분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존 케이블방송사업자(이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SO)와 똑같은 서비스인 셈이다. 결국 SO와 경쟁매체이기 때문에 기존 시장을 빼앗아 와야 하는 것이다. 위성방송 역시 고정수신용 유료방송 매체라는 점에서 IP-TV와 부딪친다. 국내에는 SO 가입자가 1,290만 명,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가입자가 17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유료방송 시장은 포화상태이다. 즉 IP-TV의 등장과 가입자 확보는 자연스럽게 SO 및 위성방송 가입자 수와 반비례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
국내에서 IP-TV를 준비중인 사업자로는 KT·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 3개 통신업체를 들 수 있다.
KT는 IP-TV를 통해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IP-TV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하나로텔레콤은 ‘향후 유선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트리플플레이 서비스를 갖추지 않고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란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방송 등 3개 서비스를 한꺼번에 가입자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유선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은 이미 갖추고 있는 상황이며, 모자란 방송 부분을 IP-TV로 메운다는 것. 데이콤 역시 IP-TV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KT나 하나로텔레콤보다는 적극적이지 않다.
그런데 IP-TV가 국내에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 3개 사업자가 어떤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어느 규모의 투자 및 마케팅을 펼칠지가 변수다.
KT의 IP-TV전략인 ‘메가TV(가칭)’의 경우 1단계 60~100개 SD급 디지털 방송채널을 10,000원에 제공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2단계로 본 방송 시작 후 2년째부터 고화질(HD)급 방송채널과 함께 T-커뮤니케이션, 고품질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 등을 15,000원(예상)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1단계의 경우 엔토피아 등 기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타깃으로 잡고 있으며, 2단계부터는 신규 아파트 시장(FTTH) 공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전면적인 IP-TV 전략보다 틈새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2~4개 방송채널을 자사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즉 차별화된 2~4개 채널을 내세워 기존 케이블방송 가입자들 중에서 추가적인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보면,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KT는 기존 매체와 제로섬(Zero-sum) 경쟁을 하는 편에 가까운 반면, 하나로텔레콤은 포지티브섬(Positive-sum) 모델을 추구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시장전망
일단 올해 안에 규제기관 간 이슈가 모두 정리되고, KT와 하나로텔레콤이 IP-TV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이 기본전제라 할 수 있다. 또한 KT가 기존 계획대로 망 투자를 가속하는 것은 물론, 채널 50개를 편성해 제공한다는 전제 하에 시장 전망을 해볼 수 있다. 그런데 IP-TV 시장에 대해 전망한 국내의 자료는 거의 전무한 상황으로, 2004년 동서리서치의 수요조사가 가장 최근 자료에 속한다.
이에 여기서는 서울대 법학연구소가 청운대에 의뢰한 ‘IP-TV 도입에 따른 방송통신의 윈윈 전략에 관한 용역’보고서를 통해 전망치를 살펴보자.
보고서의 IP-TV 관련 전문가들 인터뷰에 따르면 KT의 고위 관계자가 2004년 4월 KT에서 동서리서치에 의뢰한 IP-TV 수요조사(10대에서 50대, 1,000명 표본기준)에 의하면, 국내 IP-TV 시장은 2006년 243억 원에서 2008년 2,277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가입자 수는 2006년(사업 개시) 40만 5,000명에서 2008년 249만 3,000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6년에 사업을 개시한다고 했을 때, 2010년이나 2011년경에 600~700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표 1>.
또한 관련 장비시장은 2006년 1,285억 원에서 2008년 3,298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관련 장비시장은 셋톱박스, 스트리밍서버, 고객관리서버 등의 IP-TV 헤드앤드, VOD서버, 소프트웨어 미들웨어 등을 말함. 단, TV단말기는 제외).
한편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의 최선규 교수는 이와 같은 전망에 대해 “방송산업구조와 IP-TV: 경제적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동서리서치의 전망만큼 가입자를 확보한다면 IP-TV를 성공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저가 케이블이라는 (IP-TV의) 대체재가 가장 큰 위협이며, 지상파 콘텐츠 공급자의 협력도 중요한 성공 요건"이라고 밝혔다.
또한 KT의 한 고위 임원은 “동서리서치의 결과가 다소 낙관적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오히려 보수적인 수치일 수도 있다”며, 실현 가능한 전망치라고 분석했다. 복수방송채널 사용 사업자인 온미디어의 한 관계자도 “(주변 변수들이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않는다면) 2010년 IP-TV가 380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가입자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10,000원 이상의 유료방송 수요가 현재로서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케이블방송 가입자 수가 1,290만 명에 달하기는 하지만, 그 중 10,000원 이상의 상품을 보는 기본형 가입자는 70만 명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위성방송도 올해 들어 가입자 증가세가 현격하게 둔화되는 등 유료시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IP-TV의 성공열쇠는 국내 유료방송 환경 변화 여부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케이블방송을 시작하며 월 15,000원 이상의 상품을 선보였다. 이미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가입자당 월 평균 매출액(ARPU) 10,000~ 20,000원 확보를 놓고 디지털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간의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여기에 IP-TV가 뛰어들어 3파전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해외 사례
IP-TV는 외국에서는 이미 시작된 상황이며, 세계적으로는 IP-TV가 새로운 디지털방송으로서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2007년까지 연 평균 성장률이 100%를 넘어서는 가운데, 예상대로라면 2007년 3대 디지털방송매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해외의 대표적 IP-TV 매체로는 홍콩의 PCCW(Pacific Century CyberWorks), 일본의 야후BB, 이탈리아의 패스트웹(Fastweb) 등이 있는데, 그 중 특히 홍콩의 PCCW가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PCCW가 서비스하는 IP-TV인 ‘나우브로드밴드TV’는 지난해 말 현재 33만 6,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PCCW는 통신사업에 주력하고, 방송은 서비스 차원으로 기본채널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를 위해 셋톱박스도 무료로 제공하고 기본채널 외의 추가채널에 대해서는 별도의 방송 수신료를 받는다. PCCW는 올해까지 50만 가입자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IP-TV의 경제적 파급효과
IP-TV라는 신규 매체가 시장 안착에 성공할 경우 산업간 연관관계를 통해 타 산업의 생산을 유발시킨다.
지난 4월 말 발표된 ‘국내 IP-TV산업의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분석(오정훈 외)’보고서는 2005년~2010년에 걸친 IP-TV산업에서의 약 1조2,000억 원의 추가적인 시장확대가, 전산업에 걸쳐 약 46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다. 또 전산업에 걸쳐 약 40만 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약 322조 원의 수입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걸쳐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의 민병석 연구원은 ‘IP-TV 도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IP-TV가 주변 경제에 미치는 연쇄적 발전을 지적했다. 즉 신규 서비스의 도입은 인프라의 발전을 가져오고, 이는 다시 기기부품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IP-TV 서비스 발전은 VDSL·FTTH 등 인프라 성장을 이끌고, 또 IP 셋톱박스 산업 확대로 이어진다. 특히 IP-TV는 경쟁매체인 케이블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연쇄 발전을 이끌 것이며, 홈네트워크 활성화와 영상 관련 표준의 발전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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