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06 : Creator's Eye -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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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Eye_ 1.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2.자동차의 신기술을 소구하는 광고
 
  욕망, 그 마지막 단계에 관하여
 
김 대 원 CD | 크리에이티브 부문
nopnog@lgad.lg.co.kr
 
욕망과 권태 사이

“인간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존재.”
염세주의자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쇼펜하우어가 한 말입니다. 뭐, 그의 철학이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개인이 판단할 일이지만, 어쨌든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행복한 어떤 안정적(Stable)인 상태보다는 ‘욕망을 갈구하는 상태’, 혹은 그 욕망을 채운 후 ‘매우 권태로운 상태’ 그 두 가지 상태 사이를 반복하는 불완전한 존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고, 그 행복을 갈구하며 ‘~하고 싶다’, ‘~를 갖고 싶다, 혹은 ‘~가 되고 싶다‘ 하는 것들을 늘 열망하지만, 막상 그 상태에 다다르면 마냥 행복해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행복해하다가 다시 권태에 빠진다는 것이죠.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런 논리로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 사랑이 비극으로 끝났으니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인간은 늘 욕망 속에서 살고 있고, 그 욕망이 채워지면 권태를 느끼다가 또 다른 욕망을 꿈꾸게 되는 경향이 분명 있는 것은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인류를 발전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에게 있어서 때로는 그것이 자신을 파멸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컨트롤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의 가장 밑바닥에는 항상 무시무시한 욕망이 숨어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또 다른 말로 ‘중독’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중독'


서론이 길었나요?
이번 지면을 통해 함께 바라볼 광고는 너무나 유명한 광고인데, 일단 어떤 광고인가 한번 보실까요?

<광고 1>은 몇 년 전 칸국제광고제에서 지면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플레이스테이션의 광고입니다. 사실 이 광고를 처음 보게 되면 “어? 이게 무슨 플레이스테이션 광고지?” 하고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레이스테이션은 소니 사의 유명한 홈비디오 게임기인데, 화려하고 환상적인 게임 화면은 보이지도 않고, 그냥 웬 마약이나 할 것 같은 젊은이 둘이 삐딱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이 이 광고의 전부이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척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여기에 나오는 남녀의 젖꼭지가 매우 유별난데, 그 모양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의 버튼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많은 분들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해보셔서 알겠지만, 그 리모트 컨트롤의 메인 버튼을 보면 각각 동그라미, 삼각형, X표, 정사각형의 4가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광고를 자세히 보면 그 각각의 버튼 모양 그대로, 젊은 남녀의 젖꼭지가 형상화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하!! 이제 이 광고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군요!
바로 이 광고는 ‘플레이스테이션에 중독되다’를 나타낸 것입니다. 비주얼은 의도적으로 이 젊은이들이 약물을 복용한 후 환각에 빠진 듯한 느낌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화장실 같은 배경으로 보이는 정돈되지 않은 상태, 또 키 작은 남자와 키 큰 여자를 억지로 대비함으로써 나타나는 불균형, 그리고 비뚤어지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
하지만 의도적으로 ‘약물중독’의 느낌을 비주얼로 강하게 주고 있으면서도 마지막의 탈출구, 즉 이들이 중독된 것은 약물이 아닌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것을 이들의 ‘젖꼭지’를 통해서 풀어주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그냥 답답하고 불안한 한 장의 스틸 컷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듯 게임기 버튼을 닮은 젖꼭지라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하나의 완성도 있는 ‘광고’로 만들어진 것이죠. 흡사 밑에는 아주 든든한 안전그물을 설치해놓고 고의적으로 더 비틀거리며 외줄을 걷는 서커스 단원의 묘기 같다고나 할까요?
이 광고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은 단지 재미있고 새로운 차원이 아닌, 즉 우리가 그것을 추구하는 욕망의 마지막 단계인 ‘재미에 대한 중독’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권태를 느낄 수도 없고, 더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도 없는 가장 극한 상태에 도달해버리는 것 - 그렇다면 더 이상 게임기에 대해서 바랄 부분이 없는 것 아닐까요?
<광고 2, 3>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 리모트 콘트롤의 메인버튼을 활용했습니다.
사실 이런 광고들은 No.1브랜드니까 가능한 부분이 더 많기는 하지만, 이 광고를 보면서 느낀 건 과연 우리가 No.1브랜드를 담당하고 한다 할지라도 이런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우리가 담당하는 브랜드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이 변명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죠.

 

광고라는 것이 참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결국 소비자와 광고주를 이어주는 사슬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언제나 소비자는 더 재미있는 것을 원하고, 광고주는 더 많은 정보를 주기를 원하니 그 속에서 갈등하고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열심히 만든 광고가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고, 혹은 TV를 통해서 나오고 인구에 회자될 때면 자신도 모르는 짜릿함에 잠시나마 젖곤 하는데요, 이런 것이 바로 광고가 갖고 있는 ‘중독성’은 아닐는지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