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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열어젖힌 컨버터블한 대가 거리를 달린다. 한껏 폼을 잡으며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온통 끌어당기고 있다. 하지만 비라도 내려 창유리를 올리고 지붕을 닫게 된다면 여느 차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컨버터블을 컨버터블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창유리와 지붕이 ‘있음’인가, 아니면 창유리와 지붕이 ‘없음’인가.
노자는 <도덕경>에서 없음 또는 비어 있음의 쓰임을 이렇게 갈파했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머리에 모여 있는데, 바퀴머리의 비어 있음에 수레의 쓰임이 있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릇의 비어 있음에 그릇의 쓰임이 있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방의 비어 있음에 방의 쓰임이 있다. 그러므로 있음이 이(利)가 되는 것은 없음의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없음의 쓰임’은 ‘있음의 쓰임’을 도와주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없음이 있음을 쓸모 있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경우가 많다. 없음이 아니면 있음의 쓰임이 발휘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없음의 쓸모를 알아야 있음의 쓸모를 알 수 있기에, 없음은 있음을 쓸모 있게 하는 데 쓸모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고른 두 편의 광고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인테리어 디자인학원 수강생 모집광고이다. 그런데 근사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어디에도 없다. 똑같은 모양의 네모상자를 쌓아놓은 듯한 건물의 외관을 보여줄 뿐이다. 거기에 이런 카피가 붙어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모든 차이를 만듭니다. 인테리어 디자인 스쿨.’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그 쓸모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비어있음’으로 그 쓸모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훌륭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여주었다면 이만큼 인테리어 디자인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있는 것은 있음으로 쓸모가 있다. 하지만 없는 것도 없음으로 분명히 쓸모가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 광고에서처럼 있음의 쓸모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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