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04 : Global Report - 미국 - ‘슈퍼볼’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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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Report_미국 - ‘슈퍼볼’ 광고
 
  “광고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제 지갑을 열 차례입니다”
 
유 찬 윤 |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광고학 박사과정
yoocy91@hotmail.com
 
미국 풋볼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Super Bowl)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라기보다는 미식축구와 콘서트 등의 하프타임 쇼, 그리고 중간광고가 함께 맞물린 ‘오락산업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올해 2월 첫째주 일요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슈퍼볼 경기는 전년도 챔피언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가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를 접전 끝에 물리치며 경기 내내 시청자를 흥분시켰는데, 전설적인 영국의 록그룹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자신의 히트곡을 불러 하프타임 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였다. 그 뿐 아니라 경기 중간 중간에 55편의 새로운 광고가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광고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TV광고회피(Zapping)현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평소와 달리 슈퍼볼경기를 시청할 때는 단지 경기뿐 아니라 경기 중간 중간에 나오는 광고에도 시선을 집중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광고주들은 슈퍼볼 광고를 위해 한 해 광고비예산의 대부분을 투자하기도 하고, 광고회사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렇듯 시청자의 관심과 광고주의 니즈가 맞물린 슈퍼볼 경기 덕에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는 슈퍼볼 광고단가를 다른 어떤 프로그램의 광고비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중계권을 가진 폭스(FOX) 사는 30초짜리 토막(Spot)광고를 전년 대비 약 7% 오른 240만 달러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천문학적인 광고비에도 불구하고 몇몇 대형 광고주들은 선주문을 내서 토막광고를 사는 모습을 보였으며, 대량의 광고물량을 구입하는 광고주들은 폭스 사로부터 패키지 구입에 따른 광고단가 할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물량 면에서 볼 때, 단일 광고주로 앤하이저 부시(Anheuser Busch) 사가 가장 많은 9편의 슈퍼볼 광고를 선보였으며, 펩시(Pepsi) 가 4편으로 그 뒤를 이었다<표 1>.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통적인 슈퍼볼 광고주인 주류·음료·자동차 업체들의 강세가 계속되었는데, 영화광고의 강세와 닷컴기업 광고의 복귀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다양한 뒷이야기까지 남긴 올해 슈퍼볼 광고를 몇 편의 화제 광고물 및 전반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유머소구 광고의 성공

1989년부터 <USA Today>지는 해마다 슈퍼볼 경기 중 시청자 패널을 이용해 각 슈퍼볼 광고의 인기도를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가장 높은 광고기억률과 주목률을 기록한 광고는 앤하이저 부시의 ‘낙하산’ 편이다<광고 1>. 평점 8.65를 기록한 이 광고는 앤하이저 부시 광고의 전반적인 흐름인 유머소구를 이용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DDB Chicago가 제작·집행한 ‘낙하산’ 편은 스카이다이빙 초보자가 다이빙 전에 무서워 머뭇거리자 조교가 그를 설득하려고 버드라이트 맥주를 밖으로 던졌는데, 이를 본 비행기 조종사가 낙하산도 없이 맥주를 잡으려 밖으로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현실을 과장한 앤하이저 부시 특유의 유머소구를 이용한 이 광고는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시청자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며 높은 광고주목률을 기록했다.
앤하이저 부시는 8년 연속 가장 많은 물량의 광고를 선보이고 있는 대형 슈퍼볼 광고주이지만, 경쟁사인 밀러(Miller) 사의 입장에게는 ‘광고계의 무법자’나 다름없다. 이에 밀러 사는 앤하이저 부시의 슈퍼볼 광고 공세를 피해 주로 슈퍼볼 경기 직전에 많은 스폿을 사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앤하이저 부시 사의 상품(버드라이트와 버트셀렉트)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 캠페인을 경기 전에 펼치려 했지만 끝내 무위로 돌아갔는데, 그 배경에는 TV 중계권을 가진 폭스 사가 최고의 광고주인 앤하이저 부시 사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해 세 편의 밀러 맥주 광고 방영을 금지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한편 <USA Today>지 조사 결과 2위를 기록한 광고는 아메리퀘스트모기지(Ameriquest Mortgage) 사의 ‘강도’ 편이다<광고 2>. 이 광고는 DDB Los Angeles가 제작한 시리즈 광고 캠페인인 “Don’t judge too fast. We Won’t.” 의 일환으로, 핸즈프리 휴대전화로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던 젊은 남성이 식료품점에 들어가 물건을 사면서 친구에게 ‘너는 강도당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를 들은 가게주인이 그 젊은 남성이 강도인 줄로 착각하고 페퍼스프레이를 뿌리며 전기충격을 가해 제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광고 마지막 장면에 캠페인 슬로건인 “Don‘t judge too fast. We Won’t.“ 자막이 등장한다.
마치 실제 있을 듯한 상황을 약간의 과장을 이용해 전개시킨 이 광고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인기를 끌었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모기지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 유머소구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실제 이 광고와 기업브랜드인 ‘Ameriquest Mortgage Company’를 연결하지 못하고 있어 광고 효율성 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유명인 기용 광고

유명인을 기용한 광고는 가장 흔한 광고기법 중 하나로서, 유명인의 진실성과 유명세를 상품에 전이하기 위한 이 기법은 올 슈퍼볼 광고에서도 전형을 이루며 업체의 광고에 활용되었다.
펩시 사는 여러 유명인을 슈퍼볼 광고에 기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90년대 중반에는 슈퍼 모델 신디 크로포드(Cindy Crawford)를, 2000년대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Britney Spears)를 광고에 기용해 큰 효과를 거둔 펩시 사는 올해 슈퍼볼 광고에도 신디 크로퍼드와 피 디디(P. Diddy, Puff Daddy에서 개명)를 기용한 광고를 선보였다<광고 3>. 그 두 편의 광고 중 피 디디를 기용한 광고가 더 높은 광고 주목률을 기록했는데, DDB New York이 제작·집행한 이 광고는, 인기가수 피 디디가 자동차 고장으로 다이어트 펩시 트럭을 빌려 타고 한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는데, 유행의 선두주자인 피 디디가 그 트럭을 타는 것을 보고 유명인들 뿐 아니라 각 계층의 사람들이 그를 따라 다이어트 펩시 트럭을 타고 다닌다는 내용을 재미있게 담아냈다.
슈퍼볼 광고의 또 다른 단골인 마스터카드(Master Card)는 올 슈퍼볼 광고에서 유명 만화 주인공들을 기용한 ‘Crossover’ 편을 선보였다. 이 광고에서는 미국 청소년이 즐겨보는 만화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주인공을 한자리에 모아 마스터카드 직불카드의 안전성을 알리며 소비자들에게는 과거 만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광고 4>.
많은 광고학자들은 유명인 기용 광고의 효과는 유명인의 속성이 제품(또는 브랜드)에 전이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명인의 속성과 제품(또는 브랜드)의 속성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에는 고액의 모델료와 광고 제작·집행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테니스 선수인 피터 샘프라스가 테니스 라켓 광고를 하는 것과 남성 화장품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비교한다면 어떤 광고가 더 효과적일까하는 것이다. 이에 대부분 유명인의 속성인 테니스와 관련된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테니스 라켓 광고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식이다. 물론 이와 같은 원칙이 광고에 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주들은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할 때 유명세만을 볼 것이 아니라 유명인의 속성과 장점을 파악해 효과적인 광고를 집행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경쟁사들 간의 슈퍼볼 광고

이번 슈퍼볼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필라델피아 이글스 두 팀간의 경기만은 아니었다. 각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는 여러 업체들이 올해 슈퍼볼 경기에서 중간광고전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나 개인수표 사용보다 직불카드 사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신용카드 업계의 두 선두주자인 마스터카드(Master Card)와 비자카드는 슈퍼볼 중간에 광고전을 펼치며 자신들의 직불카드의 유용성을 광고하였다.
마스터카드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는 ‘Priceless’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양한 음식물 관련 아이콘들을 등장시켜,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것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지만 나머지는 마스터 직불카드로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선보였다<광고 4>. 또한 비자카드(Visa Card)의 ‘Super Heroes’ 편은 유명 만화 주인공을 등장시켜 비자 직불카드를 분실하더라도 분실자가 청구된 금액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강조하며 직불카드의 안정성을 알리는 내용을 담아냈다<광고 5>.
그런데 이 두 편의 광고는 신용카드가 아닌 직불카드에 중점을 두고 똑같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해 광고 메시지를 전개했다는 공통점이 특이할 만하다.
한편 애플(Apple) 사는 올 슈퍼볼 광고를 통해 펩시와 공동광고를 전개하며 새로운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시스템인 ‘애플iTune’을 런칭했다. 현재 iTune.com에는 2억여 곡의 디지털 음악이 들어 있는데, 펩시 병마개 3개 중 하나에는 이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행운이 들어 있다는 것을 광고를 통해 알린 것이다<광고 6>. 또한 경쟁업체 중 또 다른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시스템인 냅스터(Napster.com)는 가격 면에서 애플iTune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메시지를 선보였다<광고 7>.
이외에도 패스트푸드 업계의 맥도날드·서브웨이·타코벨·퀴즈노스 등도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해 앞 다퉈 슈퍼볼 광고전을 펼쳤으며, 다양한 자동차 제조업체 역시 자사의 제품을 앞세워 타사와 경쟁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슈퍼볼 광고는 신제품 런칭의 장

많은 광고인들은 1984년 슈퍼볼 광고 중간에 나왔던 ‘애플’ 컴퓨터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애플 사는 슈퍼볼 광고를 이용해 새로운 컴퓨터인 ‘애플’을 성공적으로 런칭했고, IBM을 상징하는 대형 멀티스크린에 여자 운동선수가 해머를 던지는 장면은 광고의 고전이 되어버렸다. 결국 미국의 소비자 절반 이상이 시청하는 슈퍼볼은 새로운 제품을 런칭시키기에 안성맞춤인 데뷔 무대인 셈이다.
이에 올해에도 다양한 광고주들이 슈퍼볼에 맞춰 신제품을 런칭시켰다. 애플 사는 앞서 살펴본 펩시와의 공동광고에서 신개념 디지털 뮤직 다운로드 시스템인 애플iTune을 선보이는 한편, 신제품 iPod Mini 플레이어의 광고를 전개했다.
혼다(Honda) 역시 슈퍼볼 광고를 신제품 런칭의 장으로 이용했다. 최근 미국 내 스포츠 트럭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트럭을 생산하지 않던 혼다는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스포츠 트럭인 리지라인(Ridgeline)을 런칭하면서 두 편의 광고를 선보인 것이다<광고 8>. 이 광고에서 혼다는 리지라인을 타고 소비자가 원하는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음을 알렸는데, 광고의 마지막을 “Above all, it’s Honda”라는 내레이션으로 처리함으로써 새로 출시한 트럭이 우수한 혼다 기술의 전통을 잇고 있음을 함께 강조하기도 했다.
한동안 슈퍼볼 광고에서 볼 수 없었던 올림푸스(Olympus) 사는 신제품 m:robe를 슈퍼볼 광고를 통해 런칭시켰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뮤직플레이어가 담겨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올림푸스 사는 이번에 두 편의 광고를 선보였는데, 두 편 모두 다양한 사람들이 펑키뮤직에 맞춰 춤을 추고 나중에는 디지털 사진 속에 담겨진다는 내용으로 제품의 특성을 강조한 것이었다<광고 9>.
신제품 초기 수용자 중에는 젊은 남성이 많고 약 47%의 슈퍼볼 시청자가 18세 이상의 남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슈퍼볼은 신제품을 런칭시키는 데 최적의 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제품 런칭: 10가지 성공전략(New Product Launch : 10 Proven Strategies)>의 공동저자인 조운 쉬나이더(Joan Schneider)는 신제품 출시 때 모든 광고예산을 슈퍼볼 광고에 집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경고하며, 신제품은 지속적인 광고와 홍보를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져야 성공적으로 런칭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잔잔한 감동의 앤하이저 부시 광고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 깊었던 슈퍼볼 광고는 앤하이저 부시 사의 ‘박수’ 편이다<광고 10>. CNN에서는 이라크 전쟁의 사상자 수를 매일 매일 업데이트하면서 보도하고 있지만, 최근 미 국민들은 전쟁 종식이 선언되면서 ‘대 테러리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수의 미군 병사에 대한 고마움을 점점 잊고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무관심 속에 자신의 생명을 걸고 전장에 나가 있는 미군 병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상기시키기 위해 앤하이저 부시는 ‘박수’ 편을 제작, 슈퍼볼을 통해 방영했다.
이는 다른 광고와는 달리 60초 토막광고로서, 바쁜 공항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어떤 사람은 신문을 읽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들으며 비행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한 사람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친다. 장면이 바뀌어 일련의 미군 병사들이 줄맞춰 공항에 들어오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지나가는 병사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어떤 사람은 악수를 청하기도 한다. 광고 마지막 장면에는 ‘Thank You’라는 자막이 올라가면서 앤하이저 부시 사의 로고가 보인다<광고 10>.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아무런 대화나 카피가 없이 전개되는 이 광고는 슈퍼볼을 보며 일요일 저녁을 즐기고 있던 미 국민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Don’t they deserve a hand? Yes, of course.”


수년간의 슈퍼볼 광고 메시지 분석에 따르면 성공한 슈퍼볼 광고는 ‘유머·동물·유명인을 이용한 소구’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트렌드는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도 지속되었다. 가장 높은 광고기억률을 기록한 버드라이트와 아메리퀘스트모기지 사의 광고는 유머소구를 이용했고, CareerBuilder.com은 원숭이를 광고에 등장시켜 광고주목률과 기억률을 높였다. 또한 유명인을 기용한 펩시 광고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기억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계속해서 치솟고 있는 슈퍼볼 광고비는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Adage>의 조사에 따르면 시청자들의 61%가 슈퍼볼 광고에 막대한 광고비를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몇몇 전문가들은 슈퍼볼 광고가 새롭고 창의적이기는 하지만 실제 제품 판매로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막대한 광고비 지출이 향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있는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