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인간이 추구해 온 것 중 불가능한 일 하나는 ‘영원히 젊게 사는 것’.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 해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얼마 전의, 이른바 ‘몸짱 아줌마’신드롬에서 엿볼 수 있듯 꾸준히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몸도 마음도 10년쯤은 더 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맥주시장의 핫 이슈- 1.6ℓ 대용량 페트
그렇다면 우리가 다루는 브랜드는 어떠한가? 잘만 관리하면 10년은 물론, 어쩌면 영원히 젊게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는 특히, 오래된 브랜드, 그리고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 담당자들이 항상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태어난 지 1세기가 훨씬 넘은 브랜드인 코카콜라는 어떠한가? 그리고 나이키는 어떠한가?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들 브랜드가 ‘젊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올해로 탄생 11년째를 맞이하는 하이트. 하이트는 대한민국 맥주시장을 평정하고 현재 마켓 셰어 58%를 확보하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맥주 브랜드임에 틀림없다. 또 우리나라 성인 남녀 반 이상이 하이트를 마신다. 그래서일까? 하이트도 이제 슬며시 브랜드 진부화가 우려되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최근 하이트 브랜드의 핵심 과제는 진부해지는 이미지를 없애고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하이트피쳐 광고는 1.6ℓ대용량 페트라는 카테고리적 특성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은 물론, 모 브랜드인 하이트를 젊게 유지시키는 데에 일조해야 했다. 하이트피쳐를 마시는 소비자는, 용기는 다르지만 결국 하이트를 마시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그럼 이러한 1.6ℓ페트 맥주는 어떻게 성장해 왔을까?
페트 맥주는 2003년 말 태어났다. 하이트와 OB가 2003년 10월에 처음 출시한 것이다. 그리고 카스가 2004년 5월에 출시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페트는 국내 맥주시장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출시 당시만 해도 페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페트가 주는 편리성 및 대용량에 대한 소비자 니즈, 경제성 등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지만, 한번 따면 다 마셔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유리병 대비 페트 재질이 주는 시즐감이나 신선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페트 맥주의 성공적 시장진입에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는 결국 페트를 무리 없이 받아주었다. 2004년 하반기 무렵, 페트는 출시 1년 만에 전체 맥주시장의 13% 내외를 확보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이다.
더욱이 페트가 주점에서 판매되지 않는 순수 가정용시장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는데, 이는 곧 하이트 브랜드 담당자들에게는 적어도 ‘페트 맥주전 제2라운드’에 대비하는 작전상황 돌입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통 큰 하이트피쳐, 나눠 마시기에도 좋다’
1년 전 하이트피쳐의 런칭광고를 염두에 둔다면, 이번 광고는 엄밀히 말해서 하이트피쳐 2차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배우 김남진을 모델로 기용한 1차 광고의 캠페인 슬로건은 바로 ‘통 큰 맥주 - 하이트피쳐.’ 이는 제품의 기본 속성인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여럿이 나눠 먹기에 좋은 술이니까 ‘통이 크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그리고 여럿이 맥주를 마시다가 맥주가 떨어진 상황에서 김남진이 하이트피쳐를 들고 등장, 결국 페트 한 병으로 상황을 해결한다는 스토리 라인을 구성했었다. 반면에 OB는 ‘맥주는 왜 큰 게 없지?’라고 반문한 뒤 ‘국내 최초 1.6ℓ 큰 맥주 탄생’이라는 멘트로 마감하는, 전형적인 신제품 탄생광고를 전개했었다. 또한 뒤늦게 출시한 경쟁사 제품은 ‘한 번 놀아도 크게 논다’는 자막과 함께 젊은 친구들이 발랄한 춤을 추며 한 명씩 등장하면서, 대형 카세트, 큰 개와 생선, 1m는 족히 넘을 듯한 햄버거 등 ‘크다’는 것을 상징할 수 있는 소품을 동반했었다.
이렇듯 3개 브랜드 런칭광고는 모두 대용량 페트 맥주의 기본 속성인 ‘크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충실했다. 그 이후, 3개 브랜드 모두 별다른 후속 광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페트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는데, 경쟁사들은 단기 판촉 중심의 마케팅 활동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이에 하이트피쳐는 좀더 공격적인 자세로 나아갔다. 페트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 선점이라는 측면에서 단기 판촉 대응은 물론, 페트 맥주의 후속 CF를 전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페트 맥주의 주 구매자는 구입 빈도나 구입 양을 따져 볼 때 20대 젊은층이다. 그런데 페트가 100% 가정용시장임을 고려할 때 부부끼리 마시는 상황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기에, 그것이 2차 CF의 메인 테마로도 고려되었다. 하지만 결국 모 브랜드인 하이트의 젊은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20대 초반의 미혼남녀를 커뮤니케이션 타깃으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페트는 누가 뭐래도 여럿이 나눠 마시기 좋은 술이라는 명확한 소비자 편익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페트가 가장 필요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 손님·친구들이 많이 왔을 때, 여행이나 MT·야유회나 집들이 등’의 대답이 많았던 소비자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하이트피쳐 1차 광고에서 ‘크다’는 기본 속성에 충실한 메시지를 전달해 ‘통 큰 맥주’의 이미지를 굳혔다면, 이번 2차 광고는 ‘여럿이 나눠 마시기에 좋다’는 편익을 소비자 언어로 극대화하면서 타깃의 공감대를 증폭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 하에 철저하게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소재를 찾았다. 이에 하이트피쳐를 여럿이 나눠 마시기 위해서는 우선 ‘끼리끼리 뭉쳐야 한다’는 점에 착안, ‘모두 모두 뭉쳐 - 하이트피쳐’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렇듯 여럿이 뭉치는 상황을 타깃의 생활 속 이야기로 담기 위해서 ‘뭉치면 못할 게 없다’는 컨셉트로 스토리 라인을 구성했다.
‘모두 모두 뭉쳐 - 하이트피쳐'
# 1: 여러 명의 남녀 친구들이 미장원 파마 기계에 머리를 맡기며 마냥 재미있어 한다. 잠시 후, 도저히 혼자 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은 ‘폭탄파마’를 한 친구들이 스스로 만족한 표정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 2: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 인기를 더하고 있는 이종격투기 현장. 험악하게 생긴 덩치 하나가 링 저편에서 잔뜩 인상을 쓰며 노려본다. ‘그렇다면, 우린 양으로 승부한다.’ 반대편 링에서는 글러브를 낀 여러 명의 친구들이 겁은 좀 나지만 이에 대적하려는 듯 서로 밀치며 우왕좌왕한다. ‘1대 5인데, 설마 지기야 하겠어?’
# 3: 옆으로 길게 줄지어 늘어서 양동이를 나르며 세차를 하는 친구들. 여럿이 함께라면 손 세차 또한 즐겁고 신난다.
# 4: 공원 한복판에서 젊은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바친다. 영화에서 봄직한 사랑고백 장면이지만, 현실에서는 왠지 창피하기도 하고 용기가 잘 나지 않는다. 화면이 쫙 빠지면, 무릎을 꿇은 남자는 혼자가 아니다. 6명의 친구들이 같이 무릎을 끓고 친구의 사랑 고백을 도와준다.
# 5: 치어리더들이 신이 난 듯 춤을 추다가 여럿이 동시에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린다. 깜찍한 치어리더들의 히프에는 빨간색 하트가 그려져 있다. ‘I Love You!!!’
골키퍼 혼자서 심각한 표정으로 골대를 지키고 있다. 슛한 공이 날아오는데, 골대엔 혼자가 아닌 8, 9명의 친구들이 가득! 그 중 한 친구가 슛을 막아내고 모두들 환호한다. 비현실적이지만, 아무튼 뭉치면 안 될 것이 없다.
# 6: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고, 우산을 들고 가는 사람들 속에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문짝만 한 판자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비를 막으며 뛰어간다. |
|
이처럼 이번 광고들은 모두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도 여럿이면 가능하다’는 의미의, ‘뭉치면 못할 게 없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남들과 다른 튀는 헤어스타일을 연출해 보고 싶은데 혼자 하려니 망설여지고, 이종격투기 경기에서 험악한 상대를 혼자 대적하려니 두렵기도 하고, 혼자 하는 세차는 힘들고 재미없으며, 사랑고백을 하려는데 용기가 나지 않고…… 혼자 막기 어려운 슛이라면, 혼자 하기엔 쑥스러운 응원은, 그리고 비는 쏟아지는데 우산이 없고…… 이에 하이트피쳐가 전하는 해결책, ‘뭉치면 못할 게 없다!’ 그것은 바로 하이트피쳐가 여럿이 마시기에 최고의 맥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신선한 비주얼과 이국적인 느낌을 어필하고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촬영이 진행된 이번 CF는 ‘페트도 역시 하이트피쳐’라는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젊은층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빠른 템포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편집하여 1차, 2차 시리즈로 구성했다. 특히 CF 전체에 흐르는 경쾌한 톤 앤 매너와 잔잔한 재미는 향후 하이트 맥주가 보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데 한몫을 할 것이다.
‘모두 모두 뭉쳐 - 하이트피쳐’가 소비자의 귓가에 크게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