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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 ||||||||||
K2를 찾아 떠나다 K2 광고에는 철저히 순수한 알피니즘을 담아내야 했다. 산에 대한 정열적인 태도 그 자체에 대한 하나의 예찬이 되어야 했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산으로의 원초적 본능을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이러한 미션 아래 이번 광고를 통해 산을 향한 고독한 남성상을 보여주기로 했고, 그 안에 숨어있는 철저한 자기암시와 결투를 극한상황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모델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따라서 알피니즘의 공감 유발을 위해 알려지지 않은 무명 현지 산악인을 모델로 기용하고, 철저히 스토리 텔링식 CF를 이끌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런 초기의 기획에 모두들 쉽게 수긍하였지만, 역시 가장 큰 장애물이 된 것은 경험부족에 따른 촬영일정 및 비용 예측의 어려움이었다. 국내 광고 역사상 아직까지 K2 브랜드와 같이 산악을 배경으로 한 전문광고를 제작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좋은 광고라 할지라도 한 편의 영화만큼 많은 제작비용이나 제작기간을 투여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제작팀은 우선적으로 ‘K2 광고제작의 머리 역할은 국내에서, 실제 촬영 및 세부작업은 해외 현지작업’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제작에 착수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소 헌팅에 나서는 한편, 모델 섭외, 촬영지 및 일정 등은 해외 현지 프로덕션과 공동으로 차근차근 진행해나갔다. 처음 K2의 배경을 촬영할 수 있는 장소로 거론된 곳은 캐나다와 뉴질랜드였다. 실제 K2에서의 촬영은 자연훼손 및 지형과 기상여건에 따른 안전성 면에서 엄격한 법적 규제 하에 있었기에 다른 나라의 눈 덮인 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후보지 중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장소로 유명한 남반구의 뉴질랜드를 최종 낙점하고, 한창 겨울인 뉴질랜드의 퀸스타운(Queens town)을 향해 떠나갔다. |
목숨 걸고(?) 순수 알피니즘을 담아오다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퀸스타운은 유카티푸 호수를 중심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 그리고 바로 눈앞에 와 닿을 듯한 눈 덮인 산의 경치가 일품인 곳이다. 촬영에 앞서 이미 현지 프로덕션과 국내 프로덕션이 2주간에 걸쳐 뉴질랜드 남섬을 샅샅이 훑어 장소 헌팅을 마친 상태였으므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최종 슈팅 체크와 변덕 심한 날씨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퀸스타운의 날씨는 기상예보를 비웃듯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었는데, 더욱이 촬영의 무대가 되는 산 위의 날씨는 그야말로 비바람과 눈사태, 몰려다니는 구름으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촬영의 대다수 분량이 헬기로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모든 스태프들은 촬영 내내 헬기장에서 스탠바이 상태로 기다리다 출동하기를 반복해야만 했는데, 총 5일이라는 짧은 촬영 일정으로 인해 더욱 초조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촬영기간 중 단 하루를 제외하면 그래도 하루에 4~5시간의 촬영시간을 허락할 만큼 날씨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늘 걱정된 것은 산에서 촬영이 이루어질 경우 갑자기 바람이 불어 닥치면 헬기로 부지런히 스태프들을 피신시켜야 하는 위험부담이었다. 바람과 눈사태로 순식간에 실종될 수도 있다는 경험 때문인지 헬기조종사와 안전요원(항상 배석해 있었음)이 철저히 인원수를 최소화하라는 명령을 내리곤 한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실제로 촬영 마지막 날 촬영지 인접 스키장에서는 헬리스키를 즐기러 왔던 사람들이 눈사태로 전원 실종되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기까지 하니, 정말 피부세포 하나하나가 오그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모델은 모두 두 명이 기용됐다. 스크린에 보이는 것은 단 한 명이지만, 클로즈업을 위한 모델과 실제 산 위를 올라가 정상을 오르는 이의 모습도 보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눈이 깊고 잘생긴 모델 ‘브루스’는 산 아래쪽에서 구르고 넘어지며 눈보라를 인위적으로 바람을 조성하는 강풍기로 맞는 수고를 좀 했지만, 조금은 평범하게 생긴 ‘앤디’는 똑같은 복장을 한 채 외로이 목표로 한 산으로 올라가며 실제 위험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모델도 생김새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앞서 말했듯 뉴질랜드 남섬은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데, 지금도 그 특수를 노리기 위해 관광상품화되어 있기까지 하다. 그런데 우리의 헬기조종사인 ‘짱구(앞이마가 유난히 튀어나오고, 머리가 헬기장 같이 평평해서 붙인 별명)’는 실제 <반지의 제왕> 촬영 시 카메라를 실은 전용 헬기조종사로 유명했고, K2 촬영 때도 그 조종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어 기억에 남는다. 실제 CF에 방영되지는 못했지만, 숨은 화면에 담긴 멋진 헬기 샷들은 모두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장소를 조금만 떠올려 봐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5일간의 촬영은 무사히 마쳐졌다. 광고는 산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처절한 등반기를 담은 ‘클라이머’ 편과, 또 다른 시각에서 산악인의 내면을 그려낸 ‘캠프’ 편 등 모두 두 가지가 제작되었다. 두 편을 제작하며 스태프 모두가 느낀 것은 산악인들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동경, 그리고 찬사였다. 촬영기간 내내 괴롭혔던 날씨, 눈바람을 맞으며 먹던 차가운 햄버거와 부러진 텐트살, 허리까지 빠지며 전진해야 했던 눈 덮인 산, 얼음장 같은 날씨로 인해 카메라 부속을 수시로 교체해야 했던 일들, 안전을 위해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몸소 두드리고 찔러보며 눈사태 여부를 검사하는 안전요원의 철저함까지…. 헤아려보면 수없이 많은 일들이, 다른 CF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어려움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산에 대한 도전정신과 이해를 심어주지 않았나 싶다.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자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한 어느 유명한 알피니스트의 말처럼,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행위는 그 행위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도전일 경우 정말 아름답고 갈채를 받을 일이라는 생각이다. 비단 우리 스태프뿐 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K2 광고를 보며 그들에 대한 이해와 격려를 더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토종 국산브랜드 K2가 하루빨리 외국 유명브랜드를 확실히 물리치고 한국 시장을 석권함은 물론, 해외시장에서까지 K2의 신화를 만드는 세계적 브랜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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